한용철, 신기의 발기술로 상대 '싸다구'를 때리다

[형석-성철의 에로&마초]

주성철 / 입력 : 2009.04.2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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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액션영화 팬이라면 반가운 소식이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5월 8일, 12일, 20일 그렇게 3번이나 이두용 감독의 잊혀진 태권 액션영화 <돌아온 외다리>(1974. 사진)가 상영된다. 더구나 이 작품은 미국에서 라는 제목으로 DVD 출시까지 돼 있었지만, 정작 이두용 감독 자신을 포함한 국내의 그 누구도 그 소재를 파악하지 못한 ‘전설’의 작품이었다. 하지만 국내에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었고 필름 퀄리티가 도저히 상영 불가한 상태였다가 이번 기획전을 계기로 복원, 공개된다. 이른바 ‘한 예술 하는’ 고전 작품이 아니라 이런 숨겨진 장르영화에도 제도적인 발굴의 손길이 닿은 것이다.

주인공은 바로 ‘차리 셸’이라는 영어식 이름이 더 유명했던 한용철이다.(또 다른 영어 이름의 당시 액션스타로는 <대적수>(1977)의 ‘바비 킴’도 있다) 이두용 감독은 그와 함께 <용호대련>(1974)으로 화끈한 발차기의 태권액션영화를 시작했다. 애초에 국내 오디션을 통해 적당한 주연 배우를 찾지 못한 이두용 감독은 미국의 이 청년을 소개받고 첫 눈에 마음에 들었다.(이미 그 오디션으로 뽑은 조연, 단역 배우들의 무술 단수를 합하면 100단이 넘었다고 한다) 눈앞에서 다리가 확확 찢어지는 그 쾌감에 놀란 것. 그래서 사실은 태권도 ‘빨간 띠’였지만 검은 띠의 태권도 7단 고수라 속이고 그를 전격 발탁했다.


그렇게 불과 스무 살의 나이에 다리가 길어 ‘나팔바지’가 잘 어울린다는 이유로 발탁된 한용철은, 나이가 들어보이게 귀여운 콧수염을 달고서 가공할 발기술을 보여줬다. 사실 얼핏 봐도 동안에 콧수염이 잘 어울리지는 않는다. 일부러 노숙하게 보이려는 귀여운 마초 같다고나 할까. 그래도 신기의 발기술만큼은 남달랐다. 한국액션영화가 홍콩이나 일본 액션영화와 비교해 남다른 장점이 있다면 바로 그 태권도를 중심으로 한 화려한 발기술이다. 이두용 감독은 ‘발차기로 상대방 싸다구를 좌우로 팍팍팍팍 때리는’ 그 모습에 반했다 한다.

30년대 중국 하얼빈을 무대로, 암흑의 세계를 떠나려다 결국 그들의 함정에 빠져 폐인이 된 발차기의 달인 용철(한용철)의 복수극을 그리고 있는 <돌아온 외다리>는 이른바 ‘이두용과 한용철의 태권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높은 퀄리티를 보여준다. 그 인기에 힘입어 거의 한 달에 한 편 완성하는 ‘빡센’ 작업일정 속에서 거의 기적 같은 일이다. 철길과 철교를 사이에 두고 한용철이 야마모토(배수천) 졸개들을 ‘싹쓸이’하는 액션신은 야외 로케이션의 해방감과 더불어 이두용 액션 특유의 박력으로 넘친다. 유난히 강조된 발차기 효과음과 타격음, 쓰러지는 적들의 둔탁한 소리는 정말 남성적이다. 발차기와 더불어 한국액션영화의 또 다른 강점이 다찌마리, 이른바 말 그대로 ‘개싸움, 패싸움’이라 할만한 엄청난 마초적 다대일 대결의 박력이라면 <돌아온 외다리>는 바로 그 한국형 다찌마리 액션영화의 초창기 정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인기는 불과 몇 년이었다. 이두용과 한용철이 함께 한 이 시기 일제시대 배경 태권 액션영화는 6편 정도인데 믿기 힘들지만 그 모두가 1974년 영화들이다. <용호대련>(3월 개봉), <죽엄의 다리>(4월 개봉), <돌아온 외다리>(7월 개봉), <분노의 왼발>(9월 개봉), <돌아온 외다리2>(10월 초 개봉), <배신자>(10월 말 개봉). 정말 영화를 만드는 그 열정과 에너지도 무시무시하게 마초적이었다. 그렇게 그는 지나치게 소모됐고 결정적으로 이두용 감독의 품을 떠남과 동시에 그 인기는 시들해졌다. 그것을 계기로 한국 액션영화가 화려한 꽃을 피울 수도 있었지만 ‘으악새 영화’라고 천대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혹독한 검열의 현실도 무시할 수 없었다.


아무튼 짧은 기간이었지만 한용철의 인기도 엄청나서 찍는 영화마다 동남아 지역으로 활발하게 수출됐고, 당대 톱 배우 신성일보다 더 웃돈을 줘서 한용철을 데려가려는 영화제작자들이 넘쳤다. 하지만 그렇게 추억에 젖어봐야 무엇하랴. 그렇게 어찌어찌 출시된 그 영화들을 홍콩영화로 소개하고 은밀하게 DVD나 비디오로 팔리는 현실은 안타깝다. 그래서 더더욱 이번 복원 작업이 반가운 것이다.

<주성철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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