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급' 신태라 감독 "300만..꿈은 이루어진다"(인터뷰)

김건우 기자 / 입력 : 2009.05.1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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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 '7급 공무원' 신태라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꿈은 이루어진다". 15일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7급 공무원'은 누적관객 270만을 기록하고 있다. 이 기세면 주말께는 300만 관객을 바라볼 수 있다.

신태라 감독의 전작 '검은 집'이 기록한 150만의 딱 2배인 셈이다. '7급 공무원'은 로맨틱 코미디의 신기원을 보여줬다. 보통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제작비보다 훨씬 높은 60억 원이 투입됐고 평단과 관객들에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영화 속에 담아낸 액션은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신태라 감독은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해봤다"며 "할리우드 영화처럼 보이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극중 제트스키 추격신, 경기도 수원 화성 액션신 등이 그 주인공 이다.

신태라 감독을 만나 300만 관객 돌파를 앞둔 소감과 영화의 최고 베스트 신 그리고 아쉬움 등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들어봤다.

-이제 300만 감독으로 불리겠다. '7급 공무원' 300만 동원 소감은 어떠한지?


▶300만은 소망이다. 정말 꿈은 이뤄진 것 같다. 김하늘 강지환 씨와 무대 인사를 다니면서 '7급 공무원'이니까 700만은 동원해야한다며 웃었었다(웃음).

-가족들은 300만 동원에 대해 뭐라고 하는지.

▶부모님이 가문의 영광이라고 한다. 영화 한다고 '딴따라' 하더니 잘 됐다면서(웃음).

-사실 '7급 공무원'은 2년이 넘은 시나리오다. 당시 대형 투자사에서 투자를 거절하기도 했었는데.

▶책을 받은 것은 2007년 '검은 집이' 개봉하고 2달이 넘었을 때였다. 당시 스릴러 대본이 많이 들어왔다. 사실 공포 영화를 안 보는데 '검은 집'을 준비하면서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7급 공무원' 같이 밝은 영화를 하고 싶었다.

-김하늘 강지환은 어떻게 캐스팅하게 됐는지.

▶김하늘은 액션 영화라는 점을 마음에 들어 했다. 자기는 액션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강지환은 '영화는 영화다'가 끝나고 받았던 시나리오였다. 당시 모든 사람들이 강지환을 추천했다.

-김하늘 강지환의 첫 인상은 어땠는지, 그리고 함께 작업했을 때는 어떻게 달랐나?

▶김하늘은 처음에 봤을 때 까칠해 보였다. 드라마 '온에어'의 오승아 같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일하면서 보니 정말 순진하고 솔직했다. 뒷말을 하지 않는 배우다. 또 합의가 되면 최대한 노력한다. 액션신도 하루 종일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잘 한다고 칭찬 해주면 정말 더 열심히 해준다.

강지환은 투정 잘 부리고 소극적이면서 조용한 소년 같은 느낌이었다.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배우들에게 오픈 마인드로 접근했다. 신을 요점 정리해 이것만 지켜달라고 한 뒤 마음껏 연기하게 했다. 이에 강지환의 리허설은 화려한 애드리브 쇼였다. 올 때마다 새로운 것을 준비해왔다.

-왜 오픈 마인드로 연출을 하게 됐는지. 계기가 있나?

▶'검은 집'을 작업하면서 많이 막힌 채 진행했다. 공포 영화 자체를 힘들어 하다 보니 강박관념이 있었던 것 같다. 후회를 많이 했다. 이에 여유 있는 마음으로 배우들에게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해 부딪치면서 촬영하고 싶었다. 서로의 장점을 개발시키는 영화가 된 것 같다.

가령 김하늘은 감정 신에 있어 저보다 선배다. 제가 여자에 대해서 잘 모르다 보니 로맨스 감정에 대해 여동생이나 아내에게 조언을 많이 구했다. 이에 하늘이가 생각하는 게 여자 감정에 가깝다고 생각해 마음껏 맡겼다.

-제작비가 보통 로맨틱 코미디 보다 많은 60억이다. 부담감이 있었을 거 같은데.

▶하고 싶었던 것을 모두 해보고 싶었다. 할리우드 영화처럼 보이게 하자고 했다. 그래서 처음에 등장하는 제트스키 추격신이나 수원 화성 액션 신에 공을 많이 들였다.

찍으면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제트스키 추격신은 한강 선유도 안쪽에서 촬영을 했는데 알고 보니 수심이 1m 밖에 되지 않아 제트스키가 구멍 나기도 했다. 또 수원 화성 액션신은 성벽을 무너뜨리고 찍는 것도 생각했지만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라 불가능했다.

'본 아이덴티티' 같은 액션도 해보고 싶었는데(웃음) 그렇지만 축제(정조대왕 능행사연시)에서 영화 촬영을 한 감독이 얼마나 되겠나.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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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신이 굉장히 많은 편이다. 김하늘은 액션이 처음이라 고생을 많이 했을 것 같다. 어땠는지.

▶액션은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강지환은 주로 맞는 역할인데 반해 김하늘은 위험한 액션을 많이 해야 했다. 그래서 위험한 액션보다는 한 합씩 찍어서 편집에 공을 들이는 방법을 선택했다. '본 아이덴티티'를 흉내 내보려고 했다. 여배우가 갖고 있는 최대치를 뽑아내려고 했었다.

-극중 김하늘의 집 앞에서 강지환이 열어주는 생일파티 장면은 감정이 끊기는 느낌을 받았다. 고민은 없었는지.

▶고민이 많았고 주위에서 반대도 심했다. 구슬프고 신파적으로 길게 찍은 버전과 더 간략한 버전도 있었다. 두 인물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를 고민했다. 결국 강지환 씨가 노래 부르는 신이 빠지고 최대한 심플하게 넣었다.

-영화에서 베스트라고 꼽는 신은?

▶수원 화성에서 외국인이 오토바이에 기름을 넣고 있고 강지환은 말을 타고 달리는 장면이다. 그런데 말이 걷고 있어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하는 신이다. 이 장면은 대본에도 없었다. 원래는 화성 관광 열차 칸과 칸 사이를 말을 타고 넘으며 박진감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지만 도저히 스케줄이 안 돼 포기했다.

당시 추격신이 들어가야 하는데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촬영기사가 주변에 주유소가 있으니 거기서 찍자고 제안했다. 설정은 '토끼와 거북이' 같은 장면이라 관객들이 많이 좋아해 너무 기뻤다. '7급 공무원'은 엔딩 신에 임팩트가 없다. 액션으로만 끌고 가면 너무 진지하데 이 장면 덕분에 관객에게 끝까지 웃음을 주게 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아쉬운 장면이 어떤 신인지.

▶아쉽다고 지적한 생일 축하 신이다. 사실 생일 축하신이 멜로까지는 아니더라도 로맨스를 극대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연애에 문외한이어서 어떻게 해도 잘 안됐다.

-어떻게 영화감독이 되었는지.

▶고등학교 때 짝사랑하던 여자가 영화를 좋아했다. 그래서 서울예대 영화학과에 입학했다. 현장 스태프를 하던 중 '이중간첩' 김현정 감독이 아버지에게 영화 아카데미라고 국가에서 하는 기관이 있다고 소개했다. 아버지는 공무원이 되는 줄 알고 입학원서를 쓰게 했다.

처음에 갈등을 많이 했다. 남들은 예술을 논했지만, 전 '영웅본색' '천년유혼'이 좋았다. 원래 기계를 좋아한다. 모형 비행기를 만들어서 영화에 넣어보기도 했다. 그래서 딜레마에 빠지기도 했다. 스토리나 캐릭터, 연기에 관심이 없어 고생을 한 것이다. 영화 아카데미를 다니면서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듣고 스토리에 재미가 있어야 하는구나를 깨달았다.

-영화감독이 꿈이 아니었던 것 같다. 이제 300만 감독인데 최종적인 꿈은 무엇인지.

▶'스타워즈' '스타트렉'과 같은 SF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물론 한국 상황에 맞게 해야 한다. 100억원을 넘지 않게 적당한 예산에, 적절한 스토리를 가진 영화를 만들고 싶다. '7급 공무원'에도 이 같은 바람을 넣어 레이저 광선 쏘는 것을 넣지 않았나(웃음).

-SF 영화라는 게 한국에서 쉽지 않다. 컴퓨터 그래픽 분야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검은 집'을 연출하면서 CG 회사를 설립해 작업하기도 했다. 단편 영화를 찍을 때 디자인 학원에 35만원을 내고 수업을 들었는데 10분 가르쳐주고 50분간 연습을 하게 했다. 이에 부모님께 10달치 수강료를 달라고 해서 300만원 주고 매킨토시 컴퓨터를 구입해 6개월 간 독학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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