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등 한예종 사태 염려하는 영화감독 100인 선언 발표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9.06.18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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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찬욱 정윤철 류승완 최동훈.


박찬욱 봉준호 등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100인이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이론학과 폐지 움직임 등 일련의 사태를 염려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박찬욱 감독 등 100명의 영화감독은 18일 보도자료를 배포, 한예종 사태를 염려한다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일련의 퇴행이 문화예술 관련 행정에서 가장 조급하고 졸렬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지난 16일 225명의 영화인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데 이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현재 한예종은 문화관광부의 감사 결과 발표 후 이론학과의 축소,폐지 뿐 아니라 교수 등에 대한 징계가 논의되고 있다. 이에 황지우 총장은 전형적 표적감사라고 항의하며 자진 사퇴했고, 정치 논리가 학교를 흔든다는 학생 및 교수의 반발도 거세다.

한국영화감독조합 관계자는 이날 스타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선언 발표에는 조합 소속 감독 뿐 아니라 소속이 아닌 감독들도 참여했다"면서 "영화감독들이 이번 사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영화감독들은 선언문에서 "최근 우리사회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며 "집회와 표현의 자유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런 일련의 퇴행이 문화예술 관련 행정에서 가장 조급하고 졸렬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주목한다"고 밝혔다.

이어 "꾸준히 공공의 영역을 지켜온 시민단체와 시네마테크와 독립영화와 대안적인 미디어들의 숨통을 자신들의 정치적인 셈으로 판단하고 옥죄고 있는 지금, 그 과도하고 그릇된 권력행사의 정점에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사태가 자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감독들은 "세금이 투입된 학교에 감사가 있을 수 있고 변화를 도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동기와 과정이 수상하다. 상당 부분 뉴라이트 인사들의 의제에 근거한 것으로 보이는 논리가 자못 부실하고 시대착오적이다"고 주장했다.

또 감독들은 "모름지기 예술에서 이론과 실기는 별개가 아니다"며 "각 매체의 포맷과 유통이 자유자재로 월경하는 현대 미디어 환경에서 통섭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데 이에 대해 교육의 필요를 선뜻 부정하는 근거가 궁금하다"고 밝혔다.

이어 "상을 주고 장려하여 다른 학교에게도 권하지는 못할망정 이게 웬 시대역행이냐"며 "정녕 문화부는 우리의 젊은 예술가들이 이 광속으로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새로운 미학을 찾지 못한 채 구닥다리 작가로 전락하기를 바라는가"라고 덧붙였다.

감독들은 "한예종이 배출한 작품과 인력의 성과 또한 무슨 근거로 부정하는지 의아하다"며 "저희 영화감독들은 영상원을 필두로 한예종의 각 원에서 배출된 인재들이 한국영화를 얼마나 풍부하게 만들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고 설명했다. 이어 "효율을 말하며 효율을 무시하는 쪽이야말로 오히려 한예종을 흔드는 세력이다"고 규정했다.

감독들은 선언에서 "예술은 기본적으로 특정 시대의 질서에 의문을 제기하여 그 감각을 흔들며 희노애락을 재분배하는 것이 존재의 의무이며 이유"라고 밝혔다. 이어 "근본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이들에게 낡은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어 단죄하고 처형하는 작태는 마치 바우하우스의 예술가들에게 공산주의자 딱지를 붙이며 독재의 기반을 다지던 과거 독일의 나치를 떠올리게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감독들은 "완장과 명찰의 정치를 예술과 학문의 영역에까지 끌어들이지 말라. 예술과 학문은 정권의 전리품이 아니다"면서 "한국영화에, 균형 잡힌 교육을 받은 인재를 공급해 달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선언에 참여한 영화감독 100인 명단.(가나다순)

강이관, 강철우, 강형철, 공수창, 구자홍, 김경형, 김대승, 김성수(야수), 김용화, 김은숙, 김영남, 김정권, 김종관, 김종현, 김지운, 김진아, 김태식, 김태용, 김태윤, 김태희, 김한민, 김현석, 나홍진, 류승완, 류장하, 모지은, 문승욱, 민규동, 민병훈, 박광현, 박규태, 박은형, 박진표, 박찬욱, 박흥식(인어공주), 방은진, 백승빈, 변영주, 봉만대, 봉준호, 부지영, 손재권, 손현희, 송일곤, 송해성, 신동일, 안상훈, 양익준, 양해훈, 오기현, 오승욱, 용이, 윤성호, 윤재연, 윤종빈, 윤종석, 윤태용, 윤인호, 이경미, 이계벽, 이무영, 이미연, 이송희일, 이수연, 이언희, 이우철, 이윤기, 이정범, 이정욱, 이종용, 이철하, 이해영, 이해준, 이형곤, 임순례, 임찬상, 임창재, 임필성, 장문일, 장준환, 장항준, 장훈, 전계수, 정길영, 정범식, 정식, 정연원, 정윤철, 정재은, 조근식, 조민호, 조의석, 조진규, 조창호, 최동훈, 추창민, 하기호, 허진호, 한지승, 허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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