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정·오빠밴드·야구단..서툰 남자가 사랑스럽다

김현록 기자 / 입력 : 2009.08.19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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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결혼했어요'의 박재정과 유이 ⓒMBC


독립 편성된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 최근 박재정-유이 커플이 투입됐다. MBC '선덕여왕'에서 젊은 사다함과 미실로 짧게 호흡을 맞췄던 두 사람이 스타들의 가상 결혼을 그린 리얼리티쇼에서 다시 호흡을 맞추게 된 셈이다. 뒷이야기지만, 반발이 꽤 거셌다. 애프터스쿨의 막내로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유이와 '발호세'로 잠시 이름 높았던 8세 연상 박재정이라니…. 그런데, 이들 커플에 대한 지지가 꽤 뜨겁다.

'우결'의 박재정은 꽤 튄다. 과거 파트너들을 리드했던 남자 출연자들과 많이 달라서다. 이 서른살 경상도 남자는 여자와 함께 하는 모든 것이 서툴기 그지없다. 오죽하면 첫날 밤 실망한 유이가 눈물까지 보였을까. 뭔가 보여주러 간 수영장 데이트에서도 월등한 수영 실력의 유이에게 밀리고 만다. 이 정도면 반성이 필요하다. "30년 동안 남자들과만 어울려 지내다 보니, 여자의 마음을 잘 모른다"는 고백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


'우결' 관계자는 "이런 박재정씨에 대한 지지가 만만찮다"고 귀띔했다. 가장 큰 장점은 이 어설픈 순정남이 솔직히 부족한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 30대 남성 시청자는 "유이를 앞에 두고 딱히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으', '어' 이러고 있는 박재정을 보고 있자면 불안불안하기도 하고, 비슷했던 경험도 떠오른다"고 털어놨다.

한 제작진은 "과거 한참 어린 소녀시대 태연과 짝을 이룬 정형돈 커플이 이른바 남성 판타지를 자극했다면, 박재정-유이 커플은 서툰 남자의 연애담 같은 묘한 공감대를 자아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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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과 '오빠밴드'



서툰 남자들의 전성시대는 다른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오빠밴드, KBS 2TV '해피 선데이'의 '남자의 자격', KBS 2TV '천하무적 토요일'의 '천하무적 야구단'…. 여성들의 판타지를 자극했던 매력남과 훈남들 대신, 허술함을 감추지 않는 서툰 남자들이 예능을 사로잡았다. 리얼버라이어티 원조 격인 MBC '무한도전'의 여섯 멤버가 "대한민국 평균 이하"를 내세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해온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서툰 남자들의 매력은 드라마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최근 종영한 '결혼 못하는 남자', '그저 바라보다가' 등은 실수 연발의 순수남, 소심남을 등장시킨 대표 드라마다. 남들 보기엔 멀쩡해도 어머니 속은 타들어가는, KBS 2TV '솔약국집 아들들'의 못난이 4형제도 사랑과 처세에 서툴기는 마찬가지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완벽하지 않은 남자 캐릭터가 예능과 드라마 전반에서 사랑받고 있다"며 "서툰 남자는 그 자체로도 매력적인 캐릭터지만 성장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또한 변화를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른 예능국 PD는 "남자들에게는 예로부터 완벽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스트레스가 돼 왔다"며 "남성 시청자들은 서툰 다른 사람을 보고 즐기면서 모든 것에 능수능란하지 못했던 자신을 떠올리고, 여성 시청자들은 나름대로 남자에게 저런 면이 있구나 생각하며 유쾌하게 웃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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