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는 '개나소나 연예인'

[청호 이진성의 세상 꼬집기⑤]

이진성 탤런트 / 입력 : 2009.08.26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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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청담동 호루라기 이진성. 강남이라고 하면 사실 나의 보금자리이자 아지트다. 청담동에 번듯한 건물이 들어서기는커녕 아무렇게나 풀이 자라던 시절부터 이곳에서 35년을 살아왔다. 그런 이곳 '강남'에 대해, 나 조금 할 말 있다.



강남에서는 '개나소나 연예인' 그리고 함정

"저 소속사 있어요." "쟤 소속사 있대."

강남에서 제일 많이 듣는 말 가운데 하나다. 나 뿐만 아니다. 매니저들이 '쟤 괜찮아 보인다' 해서 인사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말이 '소속사 있다'는 거다. 그런데 그 소속사, 좀 이상하다. 나도 방송계 생활 벌써 몇년째인데 어디서 들어보지도 못한 소속사 이름들이 죽 나온다. 이게 무슨 일인고.


아시다시피 길거리 캐스팅의 메카가 강남이렸다. 몇몇 연예인들이 길을 걷다 매니저의 눈에 띄어 데뷔했다는 말이 퍼지며, 강남은 어느덧 연예인 지망생들의 아지트가 됐다. 아르바이트를 해도 강남, 일없이 길거리를 배회할 때도 강남. 그런데 정말 조심하셔야 한다. 이른바 '듣보잡' 듣도 보도 못한 X놈들이 이 거리에 얼마나 많은데.

모 매니저 선배가 그러더라. 길을 가다 정말 괜찮은 아이를 발견했는데 소속사가 있다고 하더라고. 그게 7년 전이다. 그런데 그 아이, 이후로 TV에서건 잡지에서건 아직 얼굴을 못 봤단다. 그렇게 허름한 회사에 잘못 들어갔다가 시간을 보내면, 인생을 알게 되고, 사는 게 힘들어지고, 데뷔의 꿈은 점점 더 멀어져간다.

사실상 연예인 지망생이란 아직 연예인이 되지 못한 이들이다. 이들 역시 최근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청년실업자'의 대열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셈이다. 소속사가 있으니 연예인이라 해야 하느냐, 하는 일이 없으니 무직이라고 해야 하느냐? 이것 참 고민이다. 그러나 말이 좋아 연예인이고 전문직이지, 이 업종이 자격증이 있는 게 아니고 회사가 있다고 월급 나오는 게 아니다.

일그러진 스폰서 문화도 여기와 이어진다. 본인 스스로도 그렇다. 일단 '연예인 지망생'이란 말은 폼이 안 나지 않나. 일단 소속사가 있고, 카탈로그 사진이라도 한 번 찍고 나면 '나도 연예인'이 되는 건데, 벌이는 없고 강남에서는 살아야겠고. 헤퍼진 씀씀이 감당하려면 그대로는 힘든 거다. 반은 장난이겠지만 '스폰서라도 잡고 싶다'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어쩌겠나, 힘든데.

가능성 있는 예쁜 남녀들을 미리 10년씩 아니면 그 이상씩 계약해 버리는 속내는 따로 있다. 훗날 그 분들이 진짜 인정받을 때 몸값이라도 챙기려는 속셈이 있는가 하면, 손쉽게 '누님', '오빠'들 소개시켜 주며 스폰서랑 이어주려는 이들도 있다. 물론 잘 해보려다 안되는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매니저라는 사람 100명이 있다면, 그 중에 진짜 일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몇 안 된다. 많은 강남의 '소속사 있는', '연예인 분'들. 지금 혹시 몇 년 계약에 묶여 계신지 궁금하다. 정말 괜찮은 데 들어가 계신지, 혹 계약서를 쓰기 전이라면 정말 믿을만한 곳에 들어가 있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할 일이다.

내 누누이 이야기하지 않나. 이 동네가 얼마나 희한하고 무서운 동네인지. 그 계약서를 잘 들여다보면 말도 안 되는 조항들이 바로바로 눈에 띈다. 제발 부탁이니 덜컥 쓰지 말자. 계약서가 당신의 발목을 잡는다.

<이진성 탤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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