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가을멜로에 빠지다①

[★리포트]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9.09.15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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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점점 서늘해지기 시작하면서 극장가에 멜로 영화가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하지원 김명민 주연의 '내사랑 내곁에'가 24일 개봉하는 데 이어 10월8일 정우성 주연의 '호우시절'이 관객과 만난다. '내사랑 내곁에'는 '너는 내운명'의 박진표 감독이 또 한 번 선보이는 순애보 멜로이며, '호우시절'은 감성멜로의 귀재 허진호 감독이 그리는 수채화 같은 멜로영화다.


루게릭병 환자와 그의 곁을 지키는 여인의 사랑, 그리고 과거 사랑했던 여인을 해외 출장길에 우연히 만나면서 피어나는 연정. 두 영화는 스산한 가을, 연인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적격인 외형을 갖추고 있다.

할리우드나 충무로나 가을에는 멜로 영화가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다.

국내에도 가을은 멜로의 계절이라 불릴 만큼 그동안 수많은 멜로영화들이 명멸했다. 70년대 호스티스 영화부터 80년대 에로의 외투를 쓴 영화까지 멜로영화는 많은 관객들을 마음을 울렸다.


멜로영화는 흔히 신파로 치부되기 쉽지만 당대의 감성을 자극하는 만큼 여느 영화 못지않게 시대상을 반영한다. 70년대 멜로영화에 계급의 문제와 도농 격차, 여성 문제 등이 알알이 새겨져 있었던 것처럼 90년대 도래한 멜로 붐 시대에도 당시 상황이 녹아있다.

멜로 붐을 촉발시킨 97년 '접속'의 경우 도시 남녀의 외로움과 당시 꽃피기 시작했던 채팅 문화가 담겨 있다. 이듬 해 등장한 '8월의 크리스마스' 역시 마찬가지다. 비록 불치병이란 코드가 담겨 있지만 스치듯이 지나가는 아련한 사랑이란 정서는 분명 과거와 차별을 꾀했다. 불륜을 새로운 시각으로 묘사한 '정사', 쿨한 연애의 도래를 암시한 '미술관 옆 동물원' 등은 당대의 감성을 녹여냈다.

IMF 시절 탄생한 멜로영화들은 눈물샘을 자극했다. 울고 싶을 때 뺨을 때린 것처럼 수많은 관객들을 울렸다. '편지'와 '약속'이 대표격이다. 한국멜로영화에 최루성이란 수식어를 확고히 한 것도 이 영화들의 몫이 크다.

2000년대 들어 멜로는 또 한 번 변신을 꾀했다. '엽기적인 그녀'가 등장하는 한편 '봄날은 간다'처럼 허진호식 멜로가 관객을 사로잡았다. 멜로의 형식을 빌려 다양한 시도도 진행됐다. 삼풍백화점 붕괴를 그린 '가을로', 군사정권의 아픔이 담겨있는 '오래된 정원', '그해 여름' 등이 가을마다 관객을 찾았다. 좋았던 과거를 되살린 '클래식'도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관객의 심금을 울리며 많은 사랑을 받은 '정통파' 멜로는 역시 눈물이 듬뿍 담긴 영화들이었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너는 내운명' 등은 신파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가을 멜로의 적자가 됐다.

반면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했던 '데이지', 탈북을 멜로로 풀어낸 '국경의 남쪽', 일본발 멜로 '사랑따윈 필요없어' '파랑주의보'는 줄줄이 쓴 맛을 봐야 했다. 구질구질하지만 결코 버릴 수 없는 사랑을 그린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도 호평은 샀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사실 한국영화에서 멜로는 수많은 영화들의 기본코드다. 로맨틱멜로, 액션멜로, 코믹멜로 등 각 장르마다 멜로 코드는 빠지지 않는다. 올 여름 1000만 관객을 동원한 '해운대'에도 멜로 코드는 한 몫을 단단히 했다.

오히려 전통 멜로는 한국영화 흥행 톱10에는 근처에도 못갈 정도로 관객은 한정돼 있다. 신파라는 오명 역시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 일제 시절 등장한 신파라는 용어는 말 그대로 연극의 새로운 조류였다.

올 가을, 사랑을 확인하고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멜로영화는 설사 신파라 불리더라도 좋은 위안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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