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털을 뽑아야 사는 매처럼 살고싶다"(인터뷰)

김수진 기자 / 입력 : 2009.09.16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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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소연 ⓒ홍봉진 기자 honggga@


"그동안은 나를 안보이려고 노력했다. 나를 보이는 게 두려웠다. 어느 순간 나를 그대로 보여 주는 게 좋다는 걸 알게 됐다. 데뷔 15년 만에, 연예계를 뒤늦게 알게 됐다. 어린 나이에 데뷔를 해서일까. 나는 그동안 '무언가를 보여 줘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있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드리면 된다는 걸 알게 된 건 1년 전부터다. 나는 왜 이렇게 쉬운 걸 15년 만에 깨우쳤을까."

데뷔 15년차. 배우 김소연(29).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에 연예계에 데뷔했다. 순정만화 여주인공 같은 가녀린 몸매와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커다란 눈망울과 또렷한 이목구비를 지닌 그는 하이틴스타였다. 어깨를 뒤덮는 긴 생머리는 그가 그동안 고수해온 이미지로 뭇 남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세월의 흐름에 그도 변한다. 대변신이다. 짧은 커트머리에 깡마른 몸매 대신 보기 좋게 볼륨 있는 몸매로 변했다. 게다가 청순가련형에서 벗어난 액션 배우로의 변신이다. 다음달 14일 첫 방송될 KBS 2TV 새 수목미니시리즈 '아이리스'(극본 김현준·연출 김규태,양윤호)를 통해서다. '아이리스'는 남북한 첨단 첩보 스파이물이다. 김소연은 극중 북한 작전 공작원 '김선화'를 연기한다.

-확 달라졌다. 데뷔 이후 첫 변화 같다.

▶늦깎이 액션배우로 거듭나려 노력하고 있다. 재미있다. 내가 맡은 역할은 우리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영화 '쉬리'의 김윤진 선배도 있었지만. 캐스팅되기 전에도 고대했다. 내가 이 역할을 맡게 돼 너무 행복하다. 전작인 SBS 드라마 '식객'에서 보여준 모습과 다르게 보여드리고 싶다. 드라마에 캐스팅된 이후 지금까지 극중 역할대로 살고 있다. 지금 입은 치마도 어색하다. 다이나믹한 역할을 하고 싶었다.


-액션 장면을 촬영하다가 큰 부상을 입었다.

▶작은 방에서 벌어진 액션장면으로 내가 4명의 남자를 제압하는 장면이었다. 당시 발목 인대가 끊어지고 종아리 근처가 긁히는 부상을 당해 12바늘을 꿰맸다. 지금도 흉터가 남아있다. 최근 흉터를 지우는 성형 수술을 받았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호호호. (하지만 그의 다리에는 아직까지 '영광의 흉터'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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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소연 ⓒ홍봉진 기자 honggga@


-김선화의 매력이 무엇이기에 이리도 즐거운가.

▶지금까지 여배우가 만나지 못한 캐릭터라는 희소성이 있다. 여자배우가 액션을 한다는 게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현장에서 내 연기는 어설프겠지만 화면에는 멋있게 나오리라는 믿음이 있다. '식객' 때보다 몸무게도 3~4㎏ 쪘다. 운동을 하다 보니 건강해지더라. 더불어 마음도 건강해진다.

-'아이리스'는 올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다.

▶나 역시 너무 기대된다. 내가 출연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즐겁고 재미있다. 전 세계를 넘나드는 스케일과 다음회가 기다려지는 긴장감이 있다. 진짜 놓치면 후회할 작품이다. 볼거리가 굉장히 많다. 내가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놀랄 때가 많다.

-함께 출연하는 동료들은 어떤가.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물론 탑(최승현, 빅뱅 멤버)씨다. 하하. 농이다. 사실 탑씨와는 촬영이 한 번도 없었다. 가장 멋진 캐릭터는 김영철 선배님이다. 뵙고 싶은 분이었다. 영화 '달콤한 인생'을 보면서 너무 빠졌다. 실제로 뵈니 친근했다. 따뜻하신 분이다.

김승우 선배님도 마찬가지다. 나 뿐 아니라 우리 스태프 중에 안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 유쾌하고 상대방을 배려해주는 연기를 한다. 상대방을 돋보이게 해주려고 노력하신다.

이병헌 선배 역시 내가 함께 연기를 해보고 싶은 연기자였다. 실제로 만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기력은 최고다. 그 분의 눈빛연기를 배우고 싶었다. '역시나'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실제로나, 연기로나.

-극중 유일한 여성 경쟁자, 동갑내기 김태희씨와는 어떤가.

▶소속사(나무엑터스)도 같고, 나이도 같아서 통하는 부분이 많다. 드라마에 캐스팅되고 1년 전 함께 액션스쿨을 다녔다. 서로 액션을 배우며 다 본 사이다. 서로의 생얼에도 익숙하다.

-변화의 계기가 있나.

▶지금도 케이블 TV에서 내가 출연한 '순풍산부인과'를 보면 머리를 양면테이프로 붙이고 있는 것처럼 연기를 하더라. 창피했다. 사실 그 당시에는 그렇게 연기하는 게 유행이었다. 머리모양도 예전에는 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집착이었다. 그동안 단 한 번의 변화도 싫었다.

'식객'을 찍을 때의 일이다. 최불암 선배님께서 자신이 털을 다 뽑아야 생명이 연장되는 매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 새는 자신의 털을 다 뽑아야지만 새털이 자라고, 그래야 오래 살 수 있다고 하더라. 이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연기자로 치면 그런 아픔을 겪고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시련을 이겨내야 한다는 얘기다.

왜 나는 그런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으면서도 두려워했을까. 나는 1~2년 연기생활하고 그만 둘 애가 아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이 작품을 위해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카락을 짧게 자를 때도 단 한 순간도 주저하지 않았다. 제작진에서는 가발을 준비해주셨다. 가발을 쓴 내 모습이 거짓 같았다.

-사랑할 나이, 사랑할 계절이다. 당신에게 사랑은.

▶사랑하면 부모님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식객' 전 내가 공백기 동안에 힘들어 했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항상 내 곁에서 좋아하신다. 나의 존재만으로도 너무너무 즐거워하신다. 요즘에는 촬영장에 나가면서 건강해진 나를 보면서 너무 기뻐하신다. 언제나 내 곁에 있어주고 나에게 짐이 되지 않고 힘이 되어주시는 분은 부모님이다.

내가 그동안 너무 나만 바라보며 살았던 것 같다. 가족이 최고다. 그런 기쁨을 계속 느끼게 해드리고 싶다.

남녀간의 사랑, 애인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법이다. 연애경험은 자산이 되는 것 같다. 특히 여배우에게는, 진짜 다르다. 한번 이별하고 사랑할 때마다. 여자는, 특히 배우는 달라진다. 37살 쯤 결혼하고 싶다. 나이를 헛먹는 것이 아니다.

-너무 어린 데뷔, 후회는 없나.

▶없다. 내 또래에 비해 나는 많은 것을 누렸다. 긍정적인 것밖에 생각이 안 난다. 얼마 전 강호동씨가 '연예인이기에 사생활이 노출된다는 점에서 불편하다면 그것은 감수해야한다. 출연료에 다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한 말이 있다. 공감한다. 그만큼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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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소연 ⓒ홍봉진 기자 hongg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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