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vs 예능, 흥망(興亡)에 대처하는 방법

ⓒ사진=임성균 기자, MBC 제공

드라마와 예능이 흥망(興亡)에 대처하는 방법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이야기의 연속성을 갖고 있는 드라마의 경우 전파를 타기 시작하면 좀처럼 발 빠른 대처가 어려운 게 현실인 반면 예능은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 다양한 장치와 양념을 곁들여 극약 처방을 내리는 방법으로 빼앗긴 시선을 되돌리려는 시도가 가능하다.

올 초 MBC 월화극 '내조의 여왕'은 앞서 방송된 KBS 2TV '꽃보다 남자'의 뒤를 이어 흥행에 성공했다. 이는 '내조의 여왕'이 초반부터 입소문을 타며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상황에서 '꽃보다 남자'가 종영을 하게 되면서 비로소 가능했다.

드라마는 이처럼 비교적 초반에 흥행여부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편성 등 외부 조건에 따라 방송 초반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지 못하면 명품 드라마라는 수식어만이 남을 뿐이다.


최근 방영을 시작한 KBS 2TV '천하무적 이평강' 역시 유쾌한 스토리로 재미를 안기고 있지만 오랜 기간 시청률 선점을 해온 MBC '선덕여왕'에 밀려 계속해서 힘 빠지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첫 방송이 있던 날 '선덕여왕'이 미실(고현정 분)의 최후를 그리며 극적 긴장감을 최고조로 이끈데 따른 것으로 '천하무적 이평강'은 이후 힘 한번 써보지 못한 채 맥없이 주저앉고 있는 상황이다.

미실이 떠난 후 '선덕여왕'의 시청률이 계속 하향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시청률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 이쯤 되면 초반 시선몰이에 실패한 영향이 크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다만 미니시리즈와 달리 6개월 이상 방영되는 연속극의 경우 초반에 시선을 끌지 못하더라도 이후 스토리 반전이나 새로운 인물들을 등장시켜 뒤늦게 시청률 탄력을 받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이야기의 기본이 탄탄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즉 드라마의 경우 초반에 흥(興)과 망(亡)이 결정되면 그 구도를 계속해서 이어가는 경향이 강하며 특별한 대처 방법이 없이 연장과 조기종영이라는 결과를 낳을 때가 많다.

ⓒ사진=송희진 기자, SBS 제공

반면 예능은 제작진의 막전막후 전략이 통할 때가 있다. 시행착오를 거쳐 제 자리를 잡으며 그 효과도 비교적 오래가는 편이다.

KBS 2TV '해피선데이'가 현재 '1박2일'과 '남자의 자격'으로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고 있지만 이는 쉽게 얻어낸 결과물이 아니다.

'해피선데이'는 '불후의 명곡'을 폐지한 후 '꼬꼬 관광 싱글♥싱글' 등 새로운 코너들을 선보였지만 매번 실패를 거듭하다 결국 다시 '불후의 명곡' 스페셜을 방송하는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남자의 자격'을 탄생시켰다.

'1박2일' 역시 KBS가 강호동을 영입해 처음 선보인 '준비됐어요' 코너 등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자 새로운 진용으로 선보인 코너다.

SBS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 또한 유재석이 출연한 '옛날 TV' 등 실패작을 거쳐 탄생된 코너다.

예능의 발 빠른 대처 상황은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가장 잘 말해주고 있다.

지난해 리얼 버라이어티 '우리 결혼했어요'의 인기로 일요일 예능 삼국지를 형성했던 '일밤'은 이후 끝없는 추락을 거듭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망', '퀴즈 프린스', '소녀시대의 공포영화 제작소', '오빠 밴드' '노다지' 등 짧은 기간 수많은 코너들을 신설했다 폐지하는 기록을 낳았다.

시청자가 외면하면 가차 없이 폐지하는 전략을 썼던 것. 일각에서는 '일밤'이 상대 프로그램들과 경쟁에 오는 조급함 때문에 지나치게 선급한 판단을 내린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경쟁사의 한 예능 PD는 "'일밤'의 상황을 우리도 이해할 수 있다"며 "예능은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는 코너가 탄생될 때가 많다. 실패를 하더라도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할 때가 있다. 무작정 시간을 갖고 기다리는 게 오히려 독이 될 때가 있다"고 말했다.

방영을 시작한 후 대처 방법에서는 차이를 보이지만 결국 드라마나 예능 모두 기획력이 가장 우선시 되는 것만을 틀림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