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군·양사장을 빼면 양현석에게 남는 건?②(인터뷰)

[2009년 가요계 연말결산-핫인터뷰③]

이수현 기자 / 입력 : 2009.12.0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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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석 ⓒ사진=YG엔터테인먼트


지금의 양현석에게 붙는 수식어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아닌 'YG엔터테인먼트의 실질적 수장'이 더 어울린다. 그렇다면 '서태지와 아이들', 'YG엔터테인먼트의 실질적 수장'이란 말을 빼면 양현석에게는 뭐가 남을까.

올 한해 양현석은 빅뱅의 단독 공연과 일본 진출, 2NE1의 데뷔, 지드래곤과 태양의 솔로 활동 등으로 누구보다 바쁜 한해를 달려왔다. 도대체 쉬는 시간은 있었을까 걱정이 될 정도다. 하지만 정작 양현석은 "집에서 쉬는 게 더 지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집에서 하루만 쉬어도 지쳐요. 사실 저희 아버지도 저처럼 일에 폭 파묻히는 스타일이세요. 전기 관련 일을 하던 분이셨는데 제가 어린 시절 일요일에도 일하시던 모습이 생각나요. 일에 몰입할 때만큼 행복한 순간이 없는 것 같아요."

최고의 춤꾼에서 최고의 가수로, 또 지금은 최고의 제작자로 살고 있는 그에게 일이 사라진 생활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톱스타의 자리에 있었지만 남들이 자신을 위해 뭔가를 해주는 것은 어색하기만 하단다. 1년 중 명절과 자신의 생일이 제일 싫다는 그다.

"너무 춤이 좋았고, 제가 좋아하는 걸 하기 위해 가수가 된 거에요. 원래 남들이 저를 위해 뭔가 해주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제가 잘 하는 건 분명히 기획 쪽이에요. 후배가수들을 옆에서 지켜보며 무에서 유를 만드는 이 일이 참 좋아요."


수많은 가수들이 은퇴를 선언했다 번복한다. 많은 이들이 팬들의 환호와 사랑을 그리워하며 다시 무대에 오르지만 양현석은 가수 컴백에 대해 '절대 안 한다'고 못 박았다.

"가수 양현석은 서태지와 아이들로 묻어두고 싶어요. 정상의 자리에 있을 때 물러났던 그 은퇴 약속을 제 자신에게 지키고 싶어요. 이렇게 그냥 제작자로 살아가는 일이 더 멋있는 일인 것 같아요.

전 뮤지션이 아니고 음악을 너무 좋아하는 사업가일 뿐이에요. 뮤지션은 많지만 사업가는 별로 없죠. 훌륭한 뮤지션을 만들 수 있는 사업가도 중요해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죠. 수익보다 그 가수를 생각해 좋은 환경을 제공해줄 수 있는 좋은 선배가 되려고요. 나중에 'YG만한 회사도 없었어'란 이야길 들으면 가장 좋은 그림이지 않을까요."

하지만 자신을 최고 가수의 길을 걷게 해준 서태지는 여전한 그의 친우다.

"뭘 하든지 잘 됐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가장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죠. 서로 바쁘다보니 연락은 잘 안 하게 됐어요. 하지만 지금도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먼저 손 내밀 수 있는 친구에요."

YG의 성공 이후 주위에서 양현석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돈 많이 벌었겠다"란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제 월급이 얼마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회사를 만든 이후 자신이 움직이는 데에는 공금도 써본 적이 없다고 한다. 해외에 나가는 비행기표도 본인이 직접 계산한단다. 그는 "왠지 회사 돈을 쓰면 소속 가수에게 피해를 줄 것 같단 생각이 들어서"라며 웃었다.

"1년에 룸살롱을 어쩔 수 없이 1, 2번 가요. 지드래곤 공연에서 뮤직비디오도 아닌 영상 하나 찍을 때 수천만원 들어가는 건 안 아까운데 그런 곳에서 쓰는 돈은 너무 아깝더라고요. 제가 안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YG를 안 만들었으면 돈 더 많이 벌었을 거라는 농담도 해요. 하지만 돈은 사람을 편하게 해줄 뿐이지 만족시켜줄 순 없는 거잖아요. 저희 YG 식구들이 더 편하게 일했으면 해요. 제가 어렵게 지내봐서 그런지 몰라도 저는 어려워도 회사는 어렵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영락없는 YG엔터테인먼트 수장이다. 지난 12년 동안 서태지와 아이들의 '양군'을 떠나 YG엔터테인먼트의 '양사장'으로 살아온 그는 언제쯤 '양현석'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저 사업가 기질이 다분해서 편하게 먹고 살자고 마음먹었으면 훨씬 쉽게 살 수 있었을 거에요. 하지만 남자가 칼을 뽑았으니 여기서 그만두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남들이 인정해주는 최고가 될 때까지 열심히 일 하고 싶어요.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저의 역할을 대신해줄 수 있는 사람이 생기면 물려주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어느덧 우리나라 나이로 40대에 접어든 그다. 이제는 인생의 반려자를 만날 때도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마지막까지 그는 '양사장'으로서의 끈을 놓지 않았다.

"가정이 생기면 거기에 투자할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그런 마음이 준비 없이 결혼해서 상대에게 소홀하고 싶진 않아요. 아예 안할 게 아니라면 5년 안에는 해야겠다는 생각만 막연하게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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