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지있게 빵꾸똥꾸를! 2009년의 유행어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분장실의 강선생님', '스타일'의 김혜수, '무한도전'의 정준하, '지붕뚫고 하이킥'의 진지희

2009년에도 연예가 방송가에선 수많은 유행어가 탄생했다. 과연 올해엔 어떤 말들이 시청자와 네티즌으로부터 사랑받았을까? 올해 유행어의 경향을 짚어봤다.

◆'개그콘서트' 유행어의 보고


대놓고 유행어를 미는 코미디 프로그램은 전통적인 유행어의 보고다.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코미디 프로그램 KBS 2TV '개그콘서트'는 올해도 주옥같은 유행어를 양산했다.

'분장실의 강선생님' 코너에서 등장했던 '영광인 줄 알아 이것들아!'(안영미), '너희들 고생이 많다'(강유미)는 그 중 백미. 반복되는 말장난의 재미를 안겼던 '씁쓸한 인생' 코너의 '유상무상무상'(유상무)를 빼놓을 수 없다. '그건∼ 니 생각이고'(박영진), '참∼쉽죠잉'(박지선) 등도 올해의 유행어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올레∼', '비비디바비디부' CF산 유행어


CF도 유행어를 만든다. '와우'보다 강한 기쁨이 담긴 최고의 감탄사라는 '올레', 소원을 들어준다는 주문 '비비디바비디부' 같은 정체불명 외국어의 약진이 일단 눈에 띈다. '생각대로 해', '집떠나면 개고생' 등의 우리말 카피들도 유행어 반열에 올랐다.

제품의 콘셉트와 소비자의 욕구를 연결한 이들 유행어들의 공통점이라면 CF 물량공세가 벌어지고 있는 이동통신과 인터넷 등의 분야 광고를 통해 탄생했다는 점이다. 유행어의 부침이 광고의 부침, 혹은 업계의 부침과도 이어진다는 것이 재미있다.

◆루저, 싼티, 품절남… 유행어를 넘어서다

단순한 유행어를 넘어 방송가, 연예계의 현상으로 자리잡은 유행어도 있다.

키가 180cm가 안 되면 '루저', 이른바 패배자라는 '미녀들의 수다' 여대생 출연자의 언급은 이른바 '루저' 광풍을 불렀다. '나도 루저'라는 커밍아웃은 물론 각종 패러디를 양산하기도 했다. '루저'에 빗대 우리 사회를 진단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귀티' 부럽잖은 '싼티'는 어느덧 예능프로그램의 유행코드로 자리잡았다. 망가지는 것을 서슴잖는 붐, 김나영, 조권, 유채영, 노라조 등은 예능스타로 발돋움했다. 임자 있는 남녀들을 일컫는 '품절남'·'품절녀', 성희롱 논란까지 불렀던 '꿀벅지'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엣지있게' 드라마 최고 유행어

드라마에선 어떤 유행어가 나왔을까. SBS '스타일'에서 콧대높은 편집장 김혜수가 입에 달고살다시피 했던 '엣지있게'가 있다. 선명한 대비를 이루라는 '엣지있게'의 본 뜻을 넘어 스타일리시하게, 멋지게 등으로까지 확장돼 쓰이고 있다.

40% 시청률을 넘나든 MBC '선덕여왕'에선 김유신(엄태웅 분)이 덕만(이요원 분)을 향해 남긴 고백 '난 널 택했다'가 유행어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사람은 능력이 모자랄 수 있습니다. 사람은 부주의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실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 사람은 그럴 수 없습니다" 등 카리스마 여걸 미실(고현정 분)의 캐릭터를 드러내는 대사는 유행어가 아닌 명대사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빵꾸똥꾸', '쩌리짱!' 프로그램 맞춤 신조어

프로그램 맞춤식 유행어도 있다. '지붕뚫고 하이킥', '무한도전', '1박2일'을 모르고 '빵꾸똥꾸', '쩌리짱', '버라이어티 정신'의 뜻을 알 수는 없다.

'지붕킥'의 버릇없는 악동 해리(진지희 분)이 시도때도 없이 내뱉는 '빵꾸똥꾸'는 이미 프로그램을 대표하는 유행어가 됐다. 정준하가 프로그램에서 하는 게 없다며 '겉절이'라고 자조하다 그래도 '겉절이 중 최고'라며 붙여준 '쩌리짱'은 폭소를 안기는 유행어. 이를 당연하게, 혹은 자랑스럽게 받아들이는 정준하의 모습이 더 코믹하다. 야외취침은 기본, 시도때도 없이 물에 빠지고 얼음 계곡에 들어가는 '1박2일' 멤버들은 뭐든 할 수 있다며 '버라이어티 정신'을 외친다.

'롤러코스터'의 '이런 우라질레이션', '슈퍼스타K'의 '제 점수는…',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의 '패션의 세계는 냉혹합니다' 등 케이블 채널산 유행어도 주목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