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스타' 김윤진이 '푼수엄마' 되기까지(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0.01.1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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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윤진 ⓒ이명근 기자


김윤진은 '로스트'의 월드스타다. 김윤진은 '쉬리'의 여전사다. 당당하고도 카리스마있는 배우 김윤진의 이미지와 겹친 '월드스타'와 '여전사'의 이미지는 그녀와 우리 사이의 거리를 꽤 멀리 떨어뜨려 놓았다.

그러나 김윤진은 그 거리감을 좁히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배우다. 일이 있을 때마다 한번 움직이면 이틀이 사라졌다 생기는 하와이와 한국을 왕복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새 영화 '하모니'의 개봉을 앞둔 그녀는 제대로 승부를 걸었다. 오는 28일 개봉을 앞둔 '하모니'에서 그녀는 돌이 갓 지난 아들을 교도소에서 키우는 푼수 엄마 정혜 역을 맡았다.

18개월이 되면 교도소 밖에서 새 엄마를 찾을 아이를 위해, 정혜는 막춤을 추고, 머리채를 잡고, 온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운다. 스크린을 보며 한참을 함께 울다 눈물을 닦고 보면, 어느새 월드스타 김윤진이 어느새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곳에 와 있다. 김윤진은 "10년이 걸렸다"고 웃음을 지었다.

-'하모니' 잘 봤다. 직접 보니 어떤가.


▶다른 분들은 어떻게 보셨나 궁금하다. 영화 보고나서 인터뷰를 하려고 '로스트' 쪽에서 딱 10일을 뺐다. 시사회 하기 전에 인터뷰를 끝내야 했던 '세븐 데이즈'와 비교하면 한결 마음이 편안하다.

-임신 장면, 출산 장면, 아이를 키우는 과정이 다 담겼다. 영화로 엄마로서 간접 경험을 톡톡히 했다.

▶엄마 역할은 그 전에도 했는데 막상 아기랑 찍는 장면이 별로 없었다. '밀애'에선 아기 엄마였지만 그 부분이 잘 그려지지 않았고, '세븐 데이즈'에선 아기를 찾아 미친 듯 다니기만 했다. 이번에는 돌을 막 지난 아기랑 내내 촬영을 했다. 정말 쉽지 않더라. 저는 감정이 좋은데 아기 때문에 자꾸 NG가 나는 거다. 아기가 막 우는데 팔이 막 후들거리고…. 아기 엄마한테는 미안한데 결국 초콜릿 조금 잘라서 줬다. 울음을 딱 그치더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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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모니'의 김윤진


-아기 나오는 장면을 보니 다들 고생이 많았겠나 싶더라.

▶영화를 보니 모든 상황이 다 생각이 났다. 그래 내가 저 웃음을 짓게 하려고 2시간 막춤을 췄었지, 촬영감독님이 안경을 벗었었지 하고. 제가 땀을 잘 안흘리는 편인데 아기랑 찍을 땐 진땀이 주루룩 났다. 하지만 아기 웃는 표정을 스크린에서 보니까 고생한 대가를 다 받은 것 같더라.

-'하모니'를 보다 많이 울었다. 우는 연기를 어쩜 그렇게 하나.

▶다른 여배우처럼 예쁘게 우는 법을 몰라서.(웃음) 나가보면 정말 '우는 연기는 우리나라 배우들이 최고다'라는 걸 느끼게 된다. 다들 눈을 자극하는 맨솔 가루를 쓴다. 저는 해외 나가서 활동하다 우는 연기로 점수를 많이 받았다. '로스트'에서 처음 눈물을 쏟는 장면이 나왔을 때 감정 표현에 대해서 '우와' 하는 반응이더라. 우리나라 배우들은 다들 얼마나 잘 우나. 게다가 그걸 클로즈업으로 막 잡아내는데, 외국 작품에선 그렇게 촬영도 잘 안한다.

-나문희씨는 윤진씨가 아껴가며 운다고 하시더라. 영리하게 연기한다는 칭찬이었다.

▶필요할 때만 여우처럼 운다는 말씀이실 거다. 처음엔 눈물이 조절되지 않아서 놓친 게 많았다. 그게 진정한 연기인 줄 알고 막 쏟아내다 보면 조절이 안된다. 눈도 붓고. 기다릴 줄 알고 그 순간에 해내야 된다. 재촬영하면 부담 때문에 또 그 감정이 안나온다.

-나문희씨와의 호흡은 어땠나.

▶선생님과 연기할 땐 준비가 필요없다. 그냥 보고 있으면 된다. 선생님은 그냥 앉아 계시는 것만으로도 영화다. 표현하지 않아도 감정이 주위에 흐르는 것 같다. 다시 느꼈다. 결국 연기 잘하는 사람이 남는다. 연기 잘하는 것이 최고다.

-그렇게 예순, 일흔이 됐을 때도 연기하는 것이 목표인가.

▶그건 누가 시켜줘야 하는 거지. 집에서 독백하면서 '아 나는 연기하고 있어' 할 수는 없는 거지 않나. 그래도 그렇게 되면, 참 좋을 것 같다.

-'하모니'에서 실수투성이 푼수로 분한 게 참 인상적이었다.

▶푼수같기도 하고, 하자하자 일은 벌여놨지만 계획도 없고 능력도 없는 사람이다. 전 늘 코미디 잘하는 배우가 부러웠다. 물어보면 한결같이 '진지해야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저는 정말 진지하게 그 연기를 했다. 머리도 일부러 흐트러뜨리고, 조금 나를 버리니까 더 자연스러워지더라. 상황적으로 웃기는 건 나도 좀 희망이 있구나 했다.(웃음)

-안 웃길까봐 늘 의식했나보다.

▶같은 이야기를 해도 남들처럼 웃기는 사람이 아니다. 실제 평소에도 '난 왜 안 웃길까' 하는 걸 늘 의식하고 있다. 그런데 강대규 감독님이 웃긴다고 하시고, 촬영장에 오신 제작자 윤제균 감독님은 '윤진이는 보기만 해도 웃긴다'고 하셔서 힘을 얻었다. 이건 어떨까요? 하고 걸을 때도 파워워킹을 하고, 나문희 선생님이 재밌겠다 하시면 신나서 막 했다. 그런 걸 만들어가는 게 재밌더라. 나름 안전한 변신이 되지 않을까.

-극중에서 꽤 다혈질이기도 하다. 아기를 건드리면 일단 머리채부터 잡는다.

▶내가 진짜 정혜였어도 그럴 것 같다. 어디 내 아이를. 그런 마음이 절로 생겼다. 누가 아이들 떠든다고 혼내고 하면 내가 막 나서서 '왜 그러냐' 뭐라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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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윤진 ⓒ이명근 기자


-막연히 카리스마 있는 여배우라고 생각했던 김윤진의 다른 얼굴을 본 것 같다.

▶거기까지 10년 걸렸다.(웃음) 어쩜 그렇게 오래 걸렸는지. 저한테는 그런 기회가 잘 안왔다. '사'자 들어가는 역할들이 잘 온다. 변호사 의사 그리고 여전사까지.

-'쉬리'가 10년이 훨씬 넘었는데 아직도 여전사?

▶아직도 그런다.(웃음)

-한국에서 김윤진은 '월드스타'다. 강수연씨 이후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그 부담이 만만찮을텐데.

▶(김윤진은 대답에 앞서 한숨을 먼저 푹 쉬었다) 진짜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제일 많이 든다. 어떻게 보면 저는 가만히 있었는데 언론 쪽에서 잘 포장해주신 면이 있다. 저는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진짜 잘 하라는 격려, 응원처럼 들린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은 말도 못한다. 온 몸이 경직되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 이제는 조금 다르다. 어느 나라에서 이렇게 응원을 보내주겠나.

-'아바타' 캐스팅 관련한 보도도 그런 면이 있다.

▶제가 하지 않은 말이 확대되니까 조심스럽더라.

-아쉬운 점도 있다. 해외에서 활동하는데 왜 김윤진은 가십에 안 나오나 해서.(웃음)

▶'로스트' 찍는 하와이는 파파라치가 없으니까. 또 술을 못마셔서 그런가보다. 술을 너무 못 마셔서 창피할 정도다. 내가 너무 촌스럽게 느껴진다. 세 자매가 다 술 못마시는 아버지를 닮았는데, 마음먹고 세 자매가 술 한번 먹자 해도 한 병으로 셋이 나눠먹다 그냥 뻗어버린다.(웃음)

-1월에 여배우 대전이 펼쳐진다. 김정은의 '식객2', 송윤아의 '웨딩드레스' 등등. 경쟁을 앞둔 마음은.

▶여배우들이 주축이 되는 영화가 별로 없다. 이번에 뭔가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여배우들이 모이는 영화가 잘 됐으면 한다. 하필이면 한꺼번에 경쟁하는 느낌이라 아쉽기도 하다. 다 잘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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