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일·황정음, 이래서 연기한다

[김태은 기자의 룩&워치]

김태은 이슈팀장 / 입력 : 2010.03.0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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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연기자를 하나보다. 오랜 무명, 기다림의 시간을 묵묵히 견디다보면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날이 오기도 하니까.

배우의 길이란 참 멀고도 어렵다. 얼굴과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는 먼저 배역을 맡아 TV출연이 우선돼야한다. 이 첫단계를 통과하기도 어렵지만 시청자들에게 각인되고 인기를 얻기란 또 ‘하늘의 별따기’다. 그래도 연기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 그날을 꿈꾼다. 성동일(43)과 황정음(25)의 경우가 그렇다.


4일 인기 사극 KBS2TV ‘추노’에서 장렬한 죽음으로 하차한 성동일. 무뢰배 추노꾼 천지호역을 맡아 개성 넘치는 연기를 보여준 그에 대한 호응은 대단했다.

1985년 연극배우로 시작, 91년 SBS 공채1기로 TV데뷔한 그는 98년 SBS 인기드라마 ‘은실이’에서 ‘빨간양말’ 양정팔 역을 맡으며 ‘빵터졌다’. 홍콩배우 저우룬파(주윤발)를 연상시키는 중후한 외모지만 단역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극장남자1’이라는 이름없는 배역을 양정팔로 만든 것은 전적으로 그의 힘이었다.

그렇게 코믹연기의 대명사가 됐지만 ‘빨간양말’의 여파는 오래갔다. 너무 강렬한 캐릭터를 맡으면 그 인상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예로 종종 거론되면서.


12년이 흘렀고, ‘추노’에서 그는 디테일이 살아있는 연기로 다시한번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봉두난발과 검게 물들인 치아 분장, 불량한 눈빛, 거칠고 지저분한 행동, 특유의 말투...

황정음의 경우도 참 극적이다. 2002년 그룹 슈가로 데뷔했지만 그는 아유미와 박수진 등 다른 멤버들에게 밀려 별 존재감이 없었다. 욕심이 많은 그로서는 견디기 힘든 ‘굴욕’이었을테다. 그런 이유로 탈퇴를 강행한 그는 연기자로 전향하지만 연기력이 발목을 잡았다.

탈퇴직후 영화 ‘우리선생님’의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된다. 2005년 1월 제작발표회까지 가졌으나 그해 6월 제작사 라인픽쳐스는 이 역을 신인 오수아로 교체한다. “정음은 건강상의 이유로 캐스팅에서 도중하차했다”는 공식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에 배포했다. 뒷얘기를 들어보니 연기력부족이 이유였지만 대외적인 핑계를 만든 것이다. 그러나 보도를 본 황정음의 어머니는 “멀쩡한 애를 왜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하느냐”고 전화를 걸어와 주말 편집국을 발칵 뒤집어놨다.

여기서 포기할 황정음이 아니다. 2007년 스타연출자인 정세호PD의 SBS ‘사랑하는 사람아’에서 주요 배역을 따낸다. 정 PD가 “징그럽게 쫓아다녔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였다. ‘책읽기 같은 발연기’라는 혹독한 비판을 받았지만 역시 여기서 무너질 황정음이 아니었다.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을 통해 “제 역을 만났다”는 평가를 받으며 스타덤에 올랐다. 활달한 이미지가 명품을 좋아하는 능청스러운 ‘민폐녀’역과 맞아떨어진 것이다. 3개월동안 CF출연료로만 23억원을 벌었다는 발표다. “돈을 많이 버니 엄마가 좋아서 아침에 양말까지 신겨주신다”는 자랑을 할 정도로 집안에서부터 대접이 달라졌다.

SBS가 장기간 준비해온 대작 ‘자이언트’에 출연이 예정된 상태다. 60~70년대 도시개발을 다룬 시대극에서 본격적인 정극 연기에 도전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번의 도전이다. 10대부터 연예계에서 잔뼈가 굵어온 그로서는 더이상 겁내지 않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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