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음 신세경, 대기만성 ★의 뒤바뀐 운명

[이수연의 클릭!방송계]

이수연 / 입력 : 2010.03.1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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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20대 후반부터는 기억하시리라. 예전에 이휘재가 ‘그래, 결심했어~!’라는 한 마디에 인생이 두 갈래 길로 갈라지며 그 결과도 달라졌던 그 콩트 코너를 말이다. 인생의 갈림길은 콩트에서뿐만 아니라, 실제 인생에서도 너무나 자주 겪게된다. 그리고, 연기자들 역시 어떤 배역을 하냐, 마냐로 운명이 뒤바뀌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인물들이 ‘지붕뚫고 하이킥’에도 있다.

일단 황정음이다. 그녀가 2002년 걸그룹 ‘슈가’의 멤버로 데뷔해서 활동했던 거 다들 아실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녀가 활동하던 모습은? 하고 떠올렸을 때, 딱히 떠오르는 장면들은 없을 것이다. 이유는 뭘까? 그녀를 제외한 다른 멤버들만 여기저기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오락 프로그램에는 당시 아유미와 박수진이 거의 대부분 출연했다.


그 당시를 생각해보면 방송 제작진들 역시 그랬다. 아유미는 재일교포라는 특성상 어눌한 한국말을 하면서도 엉뚱함 때문에 섭외하면 기본 ‘재미’는 따논당상이었기 때문에 슈가 멤버 중에 무조건 섭외 1순위였다. 심지어 아유미, 박수진과는 이런 저런 프로그램에서 몇 번의 게스트로 만났었지만, 황정음과는 만났던 기억이 없을 만큼 그녀의 존재감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황정음은 ‘슈가’를 탈퇴하고 연기자로 전향하지만, 몇 년 동안 존재감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동안 심적으로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다.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특성상 얼굴이 알려지고, 말고가 한눈에 보이지 않는가. 그러니 연예인이긴 한데 뭘 하는지 제대로 말할 수 없을 때의 그 심정이 어땠겠는가 이 말이다.

하지만, 황정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 특유의 발랄하고 긍정적인 자세가 이런 모든 걸 다 극복할 수 있었다고. 그러다가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하고, 그녀의 애교, 발랄한 모습을 가감없이 마음껏 보여주었다. 그 시점에 ‘지붕뚫고 하이킥’의 김병욱 PD는 한창 캐스팅 중이었고 지금의 ‘황정음 역’에 대해 다른 연기자와 이야기가 오고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황정음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유명해지면서 운명이 뒤바뀌게 된다. 원래 얘기가 오갔던 배우가 아니라, 그녀에게 지금의 역할이 돌아오게 됐으니까. 그 때 김병욱 PD가 그녀에게 요구한 건 ‘연기를 하지말고,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보여준 리얼한 그 성격 그대로를 보여주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요구는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지금의 인기를 거머쥘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또 한 명은 바로 신세경이다. 그녀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연기자의 꿈을 가지고 지금의 매니저먼트 회사에 들어왔다. 매니저 말에 의하면 초등학생 티를 갓 벗어난 어린 아이였지만, 배우가 될 거라는 목표가 너무나 뚜렷한 야무진 소녀였다고 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그녀는 어땠나? 지금의 인기를 거머쥐자 예전에 그녀가 영화 ‘어린신부’에서 문근영 친구로 출연했던 모습이 뒤늦게 화제가 되지 않았는가. 그 만큼 그녀의 존재감은 거의 5~6년 이상 거의 없었다. 하지만, 원래 목표가 뚜렷해서였을까? 같은 소속사에서 성장한 문근영이 ‘국민 여동생’으로 전국을 강타할 때도 비교하지 않고 묵묵히 배우의 길을 준비했다고 한다.

며칠 전 신세경이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유창한 영어 실력을 발휘하면서 화제가 됐었는데, 실제로 그녀는 중학교 1학년부터 ‘영어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떤 역할일지 모르나 훗날 영어 회화가 꼭 필요한 배역을 할 때 당황하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14살이라는 어린 나이였지만, 앞날을 내다보는 선견지명까지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정말 놀랍다. 그리고, 그 결과가 비록 한 순간이었지만 빛을 낼 수 있었던 것.

이렇게 꾸준히 배우의 길을 준비했던 그녀에게 기회가 다가온다. 선덕여왕의 ‘천명공주’ 아역으로 출연하게 됐는데, 재미있는 건 당신 ‘선덕여왕’ 아역이었던 남지현과 ‘지붕뚫고 하이킥’의 지금 신세경 역할 얘기가 오가고 있었다. 그래서, 김병욱 PD가 남지현을 모니터하기 위해서 ‘선덕여왕’을 보는데, 오히려 함께 출연하던 신세경이 눈에 들어오는 게 아닌가. 그 순간 무릎을 딱 쳤다고 한다. 지금의 꿋꿋한 가정부 역할에 제격이라는 느낌이 들어서였다고.

그렇담, 황정음, 신세경 이 두 사람이 단순히 운만 좋아서 지금의 인기를 거머쥘 수 있었을까? 물론 다른 사람에게 돌아갔던 배역을 맡을 수 있었던 ‘좋은 운’도 당연히 있었지만, 중요한 건 이 두 사람은 대기만성형 스타라는 점이다. 한 순간 반짝하는 인기가 아니라, 오랫동안 대중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시련을 꿋꿋하게 이겨내며 묵묵히 한길로 달려온 것이 지금의 인기를 얻는 발판을 만들었단 얘기다.

이 두 배우를 보면서 용기를 얻을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현재 상황은 별로 좋은 게 없지만, 긍정의 힘으로 끝까지 어떤 목표를 밀고 나갈 때 분명히 운명처럼 ‘좋은 기회’가 다가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말이다.

<이수연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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