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실력파 뮤지션들의 음악소통 방식

[강태규의 카페in가요]

강태규 / 입력 : 2010.03.3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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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히'(사진)... 원더걸스의 '소희'가 아니다. 싱어송라이터 '소히'의 음악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봄바람을 타고 내려앉는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홍대 신에서 주목을 받아온 뮤지션 '소히'의 음악 선물은 바로 '보사노바'다. 그러고 보니, 이 봄에는 따뜻하고 소박한 보사노바가 제격이다. 최근 발매돼 음악팬들의 힘을 보여준 루시드 폴의 '제미제라블'에서 만난 보사노바와는 또 다른 재미를 만끽하게 하는 '소히'의 보사노바는 그래서 눈여겨 볼 만하다.

보사노바(Bossa Nova)는 '새로운 경향'이란 뜻이다. 삼바의 복잡한 리듬을 세련되고 단순하게 발전시킨 것이다. 브라질에서 태동되어 시작되어 1960년대 세계적인 유행과 더불어 장르로 자리잡은 후 특유의 따뜻한 사운드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소위 '대박'은 나지 않았지만, 뮤지션들의 계보를 이어온 중핵적인 장르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인터넷이나 카페에서의 도시적 라이프스타일에 잘 어울리는 음악으로 자주 접하는 장르다. 올해 들어 남미의 햇살을 전하는 베벨 질베르토, 나오미앤 고로, 요시다 케이코 같은 아티스트들의 내한공연이 줄을 이으며 관심을 끄는 것은 한국에서의 보사노바 붐을 증명하고도 남는다.

1987년에 발표된 유재하의 '우울한 편지'는 2003년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으로 되살아나면서 우리 안에 내재된 리듬이 울려 퍼졌다.

1988년 조덕배의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은’, 오석준의 ‘우리들이 함께 있는 밤’을 시작으로 이듬해에 김현철의 ‘춘천가는 기차’, 장필순의 ‘어느새’가 발표되면서 한국적 보사노바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후 이정선은 '시간속으로'와 함께 보사노바 기타교재를 집필하기도 했다. 이소라의 '청혼', 윤상의 '이사'로 이어지면서 보사노바는 은근히 향기를 뿜으며 음악팬들의 귀를 간지럽혔다. 이 외에도 성시경의 '제주도 푸른밤', 서영은의 '가을이 오면'의 리메이크 음악은 후배 가수들에게 의해 재탄생되어 고급스럽고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리고 2010년. 2집 음반 'MINGLE'을 들고 나온 '소히'는 앨범 타이틀 제목답게 한국의 80, 90년대 음악적 정서에 브라질 팝음악을 혼합시켜 절묘한 기운의 음악을 연출한다. 2006년 1집 음반 '앵두와 사람을 사로잡는 방법'이라는 곡이 CF음악으로 사용되면서 유명세를 누린 그녀의 2집 음반은 11곡의 수록곡을 통해 음악적 내공을 농밀하게 전달하고 있다.

보사노바 리듬이 살랑거리는 1번 트랙곡 '좋아'는 통념에서 벗어나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게 되는 연인에 대한 상상력이 따뜻하게 담겨있다. 이번 음반의 프로듀서 이한철이 곡을 쓰고 소히가 가사를 붙인 '산책'은 아련한 보사노바다.

타이틀곡 '그럼 그렇지'는 발랄한 분위기의 곡으로 오늘의 세태를 날카롭게 풍자한 곡이다. 현대적인 비트에 보사노바 스타일의 기타가 어우러진 일렉트로닉 팝 곡으로 그 완성도는 촘촘하기 이를 데 없다.

그 외에도, 퍼커션과 풍성한 서브보컬의 차용으로 한국에서 구현하는 브라질 삼바의 분위기를 한껏 드러낸 곡'거짓말', 봄과 여름 사이. 하루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저녁 길의 풍경을 담아낸 보사노바곡 '집으로 가는 길'은 귀를 통해 마음 깊숙이 전달되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

보사노바와 삼바곡들로 채워진 새 앨범 '밍글'을 발표한 소히(Sorri)는 지난 22일 출연한 EBS스페이스 공감에서 이색적인 브라질 퍼커션들과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관객을 음악에 취하게 할 수 있는 그녀의 음악적 내공이 무대 위에서 온전히 펼쳐졌고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의 재미는 무한했을 것이다.

또, SBS 파워FM 스윗소로우의 텐텐클럽 라이브코너에 출연한 소히는 아이돌 출연자들 틈새로 음악적 내공을 유감없이 선보였다. 편향된 음악장르를 흡입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는 청량한 음악 그 자체였을 것이다.

음악이 보여주는 것이고 몸으로 느끼는 것이라 철저히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 음악이 들려주고 가슴으로 전달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뮤지션 '소히'의 음악 여정을 지켜보는 일은 행복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행복을 만나는 일은 '소히'의 음악 안에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문화전문계간지 '쿨투라' 편집위원. www.writerk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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