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 "칸심사위원보다 경쟁후보로 오는 게 더 좋다"(종합)

칸(프랑스)=전형화 기자 / 입력 : 2010.05.19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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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이 칸영화제 심사위원보다 경쟁작 후보로 관객과 만나는 게 더 즐겁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창동 감독은 윤정희 이다윗,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 등과 함께 19일 오전11시30분(현지시간) 칸영화제 본부인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전 세계 기자들을 상대로 공식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해 칸영화제 심사위원이었던 이창동 감독은 올해 경쟁부문에 '시'가 초청돼 1년만에 칸을 찾았다.


이창동 감독은 "심사위원은 남의 영화를 평가하는 게 부담스럽다. 영화를 즐기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다"면서 "심사위원보다 직접 내 영화를 갖고 오는 게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쨌든 경쟁이라 결과를 신경 써야 하니 즐길 수만은 없지만 심사위원보단 지금이 좋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100여 내외신이 기자들이 몰렸다. '시'가 황금종려상 유력후보로 꼽히는 만큼 영화 속 시가 갖고 있는 의미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이창동 감독은 시를 영화의 소재로 차용한 데 대해 "문학의 장르로서 시에 대해, 더 나아가 예술, 더 나아가 영화, 그리고 더 나아가 눈에 보이지 않는 돈으로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어떤 것에 관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창동 감독은 "꽃 같은 아름다운 것 뿐 아니라 더러워 보이는 것에도 숨어있는 게 시라고 생각했다"면서 "후반작업에도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주인공 외손자가 친구들과 사건을 일으킨 것에 대해선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에 숨어있는 도덕성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건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굳이 나누자면 '밀양'이 피해자 가족의 고통을 다뤘다면 '시'는 가해자 가족의 고통을 그렸다면서 "가해자를 손자로 둔 할머니의 죄의식, 시를 쓰기 위해서 찾아야 하는 세상의 아름다움, 그런 긴장과 갈등을 이야기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창동 감독은 "이 영화는 시에 관해 표현보단 본질에 대해 질문한다"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시가 의미를 지닐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시 뿐 아니라 영화도 점점 죽어가고 있다며 "모든 영화가 죽어가는 게 아니고 어떤 영화가 죽어간다. 과거부터 좋아했고 만들고 싶고 보고 싶어했던 영화들은 점점 더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창동 감독은 이 자리에서 '시'의 여주인공에 윤정희에 대한 애정도 고백했다. 이창동 감독은 "어릴적부터 하늘의 별처럼 생각했다"면서 "한 번도 뵌 적이 없었지만 내면과 외면이 '시' 주인공과 닮았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에 윤정희는 "순수하면서도 현실감각이 떨어진다는 게 나와 비슷했다"면서 "내 본명도 영화처럼 미자"라며 웃었다. 유창한 불어로 답변한 윤정희는 '시'로 다시 영화를 복귀한 데 대해 "한번도 영화를 떠난 적이 없다. 아마도 90살까지 이런 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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