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글씨' 김연주 "악플 부담, 연기포기할뻔"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0.09.0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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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주 ⓒ이명근 기자 qwe123@


돌아온 김연주, 그녀는 이유있는 악녀다. MBC 아침일일드라마 '주홍글씨'의 차혜란은 시청자들의 미움과 동정을 동시에 사는 여인이다.

배우로 성공하기 위해 임신한 아이를 지우겠다고 선언했다 연인(김영호 분)에게 버림받고, 설상가상 따지러 갔던 남동생이 사고로 불구가 된다. 연인을 뺏어간 여자(이승연 분)는 설상가상 그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들겠단다. 스타가 된 여인은 문제의 드라마에 출연을 자처한다. 기막힌 사연의 한가운데, 김연주가 맡은 혜란이 있다.


"감독님이 그러셨어요. 우리 드라마에는 악녀가 없다고. 임신한 뒤에 남자를 뺏기고 동생이 불구가 된다면 누가 이렇게 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너무 세게, 너무 독하게는 하지 않으려고요. 그러면 다른 악역이랑 다를 게 없잖아요. 너무 자극적으로 가면 개연성이 없어지고 캐릭터가 망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오버는 오히려 배제하죠."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옛 연인과 결혼한 작가 역할의 이승연과는 시시각각 부딪힌다. 1999년 미스코리아 진으로 화려하게 주목받은 김연주에게 이승연은 7년 먼저 미스코리아가 된 대선배다. 연기 경력으로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눈 딱 감고 연기한다.

"신 들어가면 승연언니는 제 눈도 안 쳐다보세요. 역할 자체가 그런 입장이잖아요. 상대가 이미 기가 눌린 상황을 가정하고 연기하는 거라 그게 어렵지는 않아요. 이유없이 괴롭히는 게 아니잖아요. 한번은 뺨을 때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제가 감정이 격해져서 너무 세게 때린 거예요. 깜짝 놀랐는데, 언니는 괜찮다고 '잘 하고 있다'며 세게 하라세요. 기를 안 죽이시려는 거죠. 그런 면으로는 승연 언니가 쿨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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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주 ⓒ이명근 기자 qwe123@


화려하게, 도도하게, 차갑게 그리고 슬프게. 김연주는 그 복잡한 여인의 심경을 그려내는 중이다. 그녀가 목표한 첫 번째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사연 많은 톱스타의 품위를 유지하는 것. 덕분에 "가까이 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까지 듣지만, 내심 기쁘기도 한 요즘이다.

사실 김연주는 연기 이외의 면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연기자다. 1999년 미스코리아로 화려하게 데뷔한 뒤 곧 연기에 데뷔, 벌써 경력이 10년차다. 그러나 2005년 이후 출연작은 '주홍글씨'까지 단 3편. 그녀는 25살이었던 2005년, 권상우 김희선 연정훈이 출연한 드라마 '슬픈 연가'에서 처음 주연을 맡은 뒤 돌연 연기를 중단했다. 3년이 흐른 뒤 돌아와 SBS에서 일일 아침극을 했고, 또 다시 2년만에 연기에 복귀했다.

"'슬픈연가' 때는 시간이 오래 지났지 연기자로서는 거의 신인이었을 때 갑자기 미니시리즈 주인공을 맡게 된 거였어요. 같이 한 분들도 셌고, 나이 어렸던 저는 감당을 못 한거죠. 바쁜 스케줄과 과중한 배역과 시청자들의 악플, 모든 것에 시달렸어요. 연기를 즐기기도 전에 질려버렸다고 할까요. 이렇게는 연기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연기를 이대로 그만둬도 좋다고. 은퇴라는 마음으로 관뒀던 거예요."

김연주는 당시엔 너무 어렸고, 경험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내키지 않는 일은 좀처럼 하지 못하는 성격도 한 몫을 했다. 연기자로서 긴 공백이 생겼지만 당시의 결정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그는 열심히 여행을 다녔고, 신나게 놀았고, 대학원에 진학해 연극 연출을 전공하기도 했다. 그 3년이 그녀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그러던 그녀에게 누군가 일일극을 해보라고 권했다. 6개월을 하다보면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거라고. 김연주는 2008년 '며느리와 며느님'을 하면서야 비로소 연기가 재밌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세를 몰아 연극 연출자로서 공연을 준비하게도 됐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주홍글씨'를 만났다. 뒤늦게 그녀는 욕심이 난다.

"미스코리아 출신이라고 주목도 받았지만 단점이라면 단점도 있어요. 남들과 똑같이 해도 뭔가 부족해 보인다는 거죠. 이젠 그 꼬리표 뗄 때도 됐잖아요. 드라마가 끝났을 즈음에는 '저 연기자는 내면 연기를 잘한다. 저런 여러가지 감정을 표현하는 걸 잘 한다'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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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주 ⓒ이명근 기자 qwe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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