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원 "박칼린과 '남격'이 내 인생을 바꿨다"(인터뷰)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0.10.08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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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원 ⓒ사진=양동욱 인턴기자


'퍽! 퍽!'

지난 6일 오후 5시 서울 강동구 명일동의 한 건물 지하. 사각의 링 위에서 두 사내가 서로 주먹을 주고받으며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링 밖에 있었지만 '퍽, 퍽' 거리는 소리에 머리가 쭈뼛쭈뼛 섰다.


KBS 2TV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의 '남격합창단'에서 잦은 눈물로 '눈물의 파이터'로 불리던 서두원(29)은 적어도 거기 없었다. 날카로운 눈매의 잘 단련된 근육질을 자랑하는 '격투기선수' 서두원으로, 그는 그렇게 변해 있었다.

1시간 가량 코치와 연습을 하던 서두원은 오후 6시가 넘어서야 링에서 내려왔다. 링 밖으로 나온 그가 예의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남격합창단' 서두원이다.

근황을 묻자 서두원은 "9월 3일 거제합창대회 끝나자마자 바로 운동을 시작했는데 일주일 만에 눈두덩이 찢어져 버렸다"면서 오른쪽 눈썹 부위를 가리켰다. 그는 "그 때문에 좀 쉬다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한 건 2,3주 정도 됐다"고 말했다.


-'남격합창단' 얘기부터 해보자. 마지막에 대회 끝나고 눈물을 많이 흘렸다.

▶'넬라 판타지아'에 이어 만화주제가 메들리 마지막 곡 '피구왕 통키'를 끝마친 순간이 가장 기뻤던 순간이다. 엄청난 박수소리에 무척이나 즐거웠다. 눈물을 흘린 것은, 무대에서 딱 내려왔는데 헤어짐을 미처 준비하지 못하고 있었던 거다. 방송하면서는 미처 몰랐는데 순간이 닥치자 눈물이 쏟아졌다. '남격합창단'을 준비하는 두 달이 그 전 30년보다 제 인생을 더 달라지게 했다.

-노래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릴 적에 할머니 손잡고 성당에 다니며 성가대에서 노래를 배웠고, 그 때부터 노래가 좋았다.

-박칼린 음악감독을 곁에서 볼 때 느낌은 어떤가.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분이다. 사람의 영역을 벗어난 사람이랄까. 신의 능력을 침범한 사람 같다. 32명의 각기 개성 있고, 서로 잘 났다는 사람들을 가족처럼 서로 사랑하게 만들었다. 또 목표를 향해 전력 질주하게 만들었다.

-한 마디로 '떴다'. 인기를 실감하나?

▶그런가. 나쁘지 않은 부담감이라고 할까. 응원군이 더 생긴 것 같아 기분은 좋다.

-'남격'에서 눈물을 많이 보여 '눈물의 파이터'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방송에서 구석에서 우는 장면이 몇 번 나가다 보니 '구석두원', '울보두원'이라는 별명도 생겼더라. 뭐 좋다(웃음). 정감 있다. 그냥 옆집 아저씨나 동네 총각정도로 봐주시면 좋겠다.

예전에는 격투기를 하다 보니 아무래도 무서워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차가 없어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데 요즘에는 먼저 와서 아는 체도 해주시고, 인사를 건네신다. 그럴 때마다 기분이 정말 좋다. 누군가의 인정을 받는 것은 좋은 일이다. 호감을 느끼고 제게 다가오는 거, 기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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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원 ⓒ사진=양동욱 인턴기자


-다른 분야에서 섭외 요청도 많이 들어왔을 것 같다.

▶드라마, 영화, 예능 등 이곳저곳에서 많이 불러주신다. 음반은 6군데에서 제의가 왔다. 하지만 격투기시합 이후로 모두 밀어 놨다. 지금의 난 격투기라 것에 이미 섭외가 된 셈이다(주: 그는 오는 23 열리는 로드FC(Road Fighting Championship)에서 일본 선수와 맞붙을 예정이다).

-격투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하지만 분명 '남격합창단' 전의 서두원과, 후의 서두원은 다를 것 같다.

▶솔직히 가슴이 벅찬 게 사실이다. 허파에 바람이 들어간 게 분명 있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른 분들이 서두원을 보는 기대치는 이 만큼 높이 올라가 있는데 사실 실제 서두원은 그에 많이 못 미친다(웃음). 예전에는 내 멋대로 살았다면 이제는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을 하려한다.

-부모님은 뭐라고 하시나.

▶아버지께서 그러시더라. 인성적 완성의 계기를 만들라고. 이제는 남들의 기대치를 맞추는 데 애쓰라고 하셨다.

-아버지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남격합창단'에 함께 출연했던 배다해를 무척이나 아끼신다고 하던데.

▶하하. 아버지가 다해를 굉장히 예뻐하신다. 뭐 딴 듯이 있으신 건 아니고, 아들만 둘이다 보니 순수한 생각으로 딸처럼 아끼시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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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원 ⓒ사진=양동욱 인턴기자


-이상형은? 여자친구는 없나.

▶이지애 아나운서 같은 스타일을 좋아한다. 서글서글하고, 똑똑하지만 드러내지 않는. 남자의 쉼터가 될 수 있는 여자가 이상형이다.

이 운동을 하면서 여자 친구가 없었다. 여자 입장에서 자기 남자가 맞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이제는 좋은 여자 만나서 한 1,2년 연예하다 장가가고 싶다. 나 닮은 아들 하나 낳는데 소원이다(웃음).

-왜 격투기에 그렇게 매달리나.

▶격투기 자체에 대한 세상의 무시가 정말 싫다. 격투기를 그만둘 때까지 격투기를 메이저급 스포츠로 만들어 놓고 나가고 싶다. 솔직히 세계 챔피언이 목표는 아니다. 내 스스로 볼 때도 나는 좋은 선수일지언정 최고 선수는 아니다. 내 한계를 잘 안다.

때문에 격투기를 하는 후배들을 위해 저변을 넓히고 후배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으면서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2,3달 준비해서 몇 십만 원 대전료를 받고 링 위에 오르는 후배들이 여전히 많은 게 현실이다.

-지금 서두원 앞에는 격투기, 드라마, 영화, 예능, 음반 등 무수한 가능이 열려 있다. 꼭 집어 인정받고 싶은 분야가 있나.

▶하는 일마다 모두 인정받고 싶다(웃음). '동심의 절실함'이란 게 있다. 어릴 적부터 갖고 싶은 게 있으면 내 스스로 벌어 꼭 갖고야 말았다. 어릴 때 아버지 사업의 부도로 부모님에게 손을 벌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았다. 결국 노력만이 목표를 이루게 한다는 것을 그 때부터 깨달은 셈이다.

-서두원을 한마디로 정의해 달라.

▶남자. 진짜 남자. 강한 남자 등 앞에 어떤 수식어가 붙든 '남자'가 바로 서두원이다. 남자는 죽는 날까지 철부지여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어린 아이 같은 마음으로 목표에 도전해 보는 거다. 물론 가족이나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포기할 수 있는 용기도 남자에게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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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원 ⓒ사진=양동욱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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