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아리랑', 칸 주목할만한 시선상 수상(종합)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1.05.22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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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이 화려하게 귀환했다. 3년만에 내놓은 영화 '아리랑'으로 제64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낭보를 전한 것이다.

21일 오후7시45분(현지시간) 프랑스 칸의 드뷔시 극장에서 열린 제64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상 시상식에서 김기덕 감독의 '아리랑'이 독일 안드레아스 드레센 감독의 '스톱트 온 트랙'(Stopped On Track)과 이 부문 그랑프리인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공동 수상했다.


김기덕 감독은 수상소감으로 "제 영화를 봐주신 분들과 심사위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면서 "감사의 표시로 영화 속 노래 '아리랑'을 부르겠습니다"고 한 뒤 조용하게 노래를 불렀다.

김기덕 감독은 2005년 '활'이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돼 칸영화제와 인연을 맺었다. 2007년 '숨'이 경쟁 부문에 초청됐지만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목할만한 시선은 경쟁부문 못지않은 완성도 높은 작품들이 초대되는 영화제 공식 섹션이다. 별도 심사위원들이 심사하며 폐막식 하루 전날 시상식을 연다.


올해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는 총 19편 중 '아리랑'을 비롯해 홍상수 감독의 '북촌방향', 나홍진 감독의 '황해' 등 한국영화 3편이 초청됐다.

김기덕 감독은 올해 이 부문에 초청된 구스 반 산트, 부르노 뒤몽 등 세계적인 거장들을 제치고 수상의 기쁨을 안게 됐다.

김기덕 감독이 '아리랑'를 통해 사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든 것이 이 부문 심사위원장인 세르비아 출신 거장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 등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도 사실과 환상을 통해 삶을 통찰하는 작가 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국영화가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수상한 것은 지난해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가 첫 수상한 이래 두 번째이다. '아리랑' 수상으로 한국영화는 2년 연속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거머쥐게 됐다.

또 김기덕 감독은 2004년 베를린국제영화제와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각각 감독상을 수상했기에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모두 트로피를 안은 첫 번째 한국감독이 됐다.

김기덕 감독은 2008년 '비몽' 이후 3년만에 비밀리에 홀로 작업한 신작 '아리랑'을 이번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했다. 김기덕 감독이 긴 침묵을 깨고 만든 영화이기에 해외 영화인들의 관심은 컸다.

'아리랑'은 김기덕 감독 스스로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각본, 연출, 제작은 물론 촬영과 편집, 녹음, 음향까지 김기덕 감독이 홀로 도맡아 '김기덕을 위한, 김기덕에 의한, 김기덕의 영화'이다.

2008년 이후 영화를 찍지 않고 있는 김기덕 감독이 스스로 왜 영화를 찍지 못하고 있는지를 하소연하는 한편, 또 얼마나 영화 찍기를 갈망하는지를 호소한 한 편의 다큐멘터리이자 모노 드라마이기도 하다. 홀로 산중에 오두막을 짓고 기거하고 있는 김기덕 감독은 디지털 카메라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영화에 담았다.

하지만 영화 내용에 '비몽'을 찍을 당시 목을 매는 장면을 찍던 이나영이 목숨을 잃을 뻔한 사고를 비롯해 '영화는 영화다' 이후 자신의 곁은 떠난 장훈 감독의 실명을 거론하고 비판했으며, 배우들의 악역 연기, 영화에 훈장 주는 정부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퍼부어 논란이 일었다.

실명 비판을 꺼리는 국내 정서와 달리 '아리랑'에 대한 외신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영국 영화전문지 스크린인터내셔널은 "'아리랑'은 의심할 여지없이 지금까지 만들어진 최고의 작가 영화"라고 극찬했다. 미국영화전문지 할리우드 리포터는 "한 작가가 자기애에서 출발한 셀프영화로 비상했다"며 "자신의 영화에 대해 영광스러운 고통을 주제로 삼았다"고 소개했다.

프랑스 통신사 AFP는 "김기덕 감독이 감독으로서 자신의 절망적인 상태를 치료하기 위한 원시적인 자화상에 칸영화제가 갈채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김기덕 감독은 한국영화계와 불편한 관계를 가지면서도 세계 영화계에선 인정을 받아왔다. 인자가 고향에선 환영을 받지 못하는 꼴이다. 그는 '아리랑'을 칸에서 상영한 뒤 "잠들었던 나를 칸이 깨웠다"고 일갈했다.

'아리랑'은 일본에는 판권이 팔렸지만 아직 국내에는 개봉 계획조차 없다.

과연 김기덕 감독의 문제적 신작을 국내에서 언제쯤 볼 수 있을지, 김기덕 감독은 늘 한국영화계를 놀라게 한다. 그래서 그는 뜨거운 감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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