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석 "설송김 시대? 확 깨버리고 싶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1.10.0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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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범 기자


김윤석은 균형 감각이 탁월한 배우다. 그는 출연작마다 절묘하게 밸런스를 맞춘다. 강동원 하정우 등 후배들과 연기를 할 때도 그는 더하거나 덜하지 않고 균형을 절묘하게 잡으며 중심을 지킨다.

20일 개봉하는 '완득이'(감독 이한)도 마찬가지다. '완득이'는 김려령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척추 장애인 아버지에 정신이 약간 모자란 삼촌, 학교에서 배급을 타 먹는 가난한 집에서 살아가는 고등학생 완득이가 '꼴통' 선생님과 살아가면서 배우고 성장하는 이야기다.


김윤석은 수업시간에는 자습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써놓고 잠을 청하고, 완득이가 타온 배급을 빼앗아 먹는 못 말리는 동주 선생님으로 출연했다. 김윤석은 반 박자 빠른 대사 타이밍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한편 낮에는 꼴통 교사, 밤에는 이주노동자들을 돕는 전도사로 영화에 감동을 더한다. 그러면서도 주인공 완득이를 확실히 이끌며 균형을 맞춘다.

-'완득이'는 웃음과 감동이 있지만 클라이막스 같은 사건이 없는데. 그걸 알면서 출연했고. 어떤 점이 끌렸나.

▶사건이 없다?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아도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에 필리핀 어머니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는 이야기다. 피해갈 수 없는 신파가 영화에 굉장한 베이스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잘 들어가면 영화 사이즈와 관계없이 이야기가 재미있을 것 같았다.


-'황해'라는 강렬한 영화를 하고 난 뒤 전혀 다른 이야기를 찾은 건가. 더구나 완득이 이야기인데.

▶태생적으로 반전과 클라이막스가 없다. 하지만 캐릭터와의 관계가 그 이상을 만들어낸다. 완득이와 관련한 강렬한 이야기가 너무 마음에 들었고 같이 작업하면서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만들 때도 사건을 더 넣어야 하는 게 아니냐, 는 의견도 있었지만 지금 버전으로 해야 원작이 갖고 있는 정서를 풀어낼 수 있다고 마음을 모았다.

-완득이와 동주 선생님 간의 균형이 탁월한데. 선생님 캐릭터가 강렬해 자칫 그쪽으로 쏠릴 수 있는 영화를 절묘하게 균형을 잡았는데.

▶균형감각은 연극할 때부터 쌓아온 것이다. 동주는 리액션을 주고 완득이는 리액션을 받는 관계다. 그래서 영화에도 완득이 클로즈업이 많다. 그렇게 주고받는 연기를 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유독 버디물이 많다. 주고받는 균형이 좋단 뜻인데.

▶전체를 보는 시야가 굉장히 중요하다. 모든 배우가 오버되지 않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어느새 그런 위치가 돼버렸다. 연출도 해봤고, 후배들도 가르쳐봤고, 이 영화 속에서 완득이와 동주 선생 역할에 그래서 더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같이 하는 후배들을 가르친다기보다 자생력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런 자생력을 함께 키우는 게 중요하다.

-어느새 그런 위치가 됐다는 것은.

▶책임감과 동시에 배우로서 존재 의미를 갖게 되는 것 같다. 누구에서 가르치는 것보단 스크린에서 보여주는 것 밖에 없는 것 같다.

-이번 촬영 때 이한 감독과도 많은 토론을 했다던데.

▶어떤 감독과 작업할 때도 토론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연극을 할 때 선생님을 위한 공연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감독과 배우들과 함께 선생님들을 찾아가서 만나서 토론을 했다. 정말 그런 학생과 선생님이 있는지. 어떤 것이 비현실적인지. 실제 동주 선생님 같은 분들도 많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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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범 기자


-반박자 빠르게 호흡을 해서 웃음을 유발하던데.

▶완득이가 반박자 늦으니깐. 그래서 반박자를 빠르게 하다보니 어느 샌가 맞춰지더라. 완득이 역을 맡은 유아인은 굉장히 영리한 배우다. 상당한 감독들이 주목하고 있다. 그런 후배와 함께 한 게 기쁘다.

-동주 선생은 엉뚱하지만 이 시대에 필요한 사표로 그려지는데. 멘토가 필요한 시대라서 그런지 동주 선생 캐릭터에 열광하는 분위기도 있고.

▶사실 없던 캐릭터는 아니다. 호랑이 선생님처럼 엄하지만 속 깊은 선생님 캐릭터는 이미 있지 않았나. 새로운 게 아니라 실감 나도록 연기했다. 특히 퇴근한 뒤의 선생 모습이 재미있었다.

멘토가 급급한 시대이긴 하다. 감독과 배우들과 함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더 클래스'를 함께 봤다. 결국 교육은 아직도 답이 없고, 어디든 똑 같은 것 같다.

-인생의 사표가 있나.

▶하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하시는 분이 있어서 말을 하긴 좀 그렇다. 그냥 유명한 가수이기도 하고 '무릎팍도사'에도 목소리 출연하신 분이 있다.

-설경구, 송강호와 함께 이른바 한국영화를 이끄는 설송김 시대를 열고 있는데.

▶그런 틀을 확 깨버리고 싶은 욕심도 있다. 초저예산 영화도 함께 해보고 싶고. 하정우를 보고 그런 것에 대한 강한 자극을 받았다.

-4할대 선수가 본 '완득이'는.

▶필리핀 엄마가 시골장터에서 피에로 모습을 하고 있는 아빠를 보는 게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답고 극적인 장치다. 원작의 향기를 품고 있기에 많은 사람과 공감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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