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구 "'이병헌이 돼라' 한마디에 감 잡았죠"(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2.01.1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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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진구 ⓒ임성균 기자 tjdrbs23@


1997년생, 이제 중학교 3학년이 되는 한 아역 스타에게 여심이 홀렸다. MBC '해를 품은 달'(극본 진수완·연출 김도훈 이성준)에서 이훤의 아역을 맡은 여진구다. 올해 16살, 첫 작품을 찍은 게 8살 때였으니 반평생(?)을 카메라 앞에 선 베테랑 연기자다. 그가 9살이던 2005년 개봉한 '새드무비'를 시작으로 각종 영화와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아역을 도맡았다.

그러나 이처럼 뜨거운 반응은 여진구도 처음이다. '해를 품은 달'에서 명석하고도 사랑스러운 세자 이훤으로 등장한 지 한 회만에 인터넷과 SNS가 후끈 달아올랐다. "잊으라 하였으나 너를 잊지 못하였다"며 첫사랑 연우(김유정 분)에게 사랑을 고백한 3회 이후에는 반응이 폭발했다. "중학생에 심장이 움직였네" "왜 네가 97년생이란 말이냐",라는 찬사와 탄식이 교차했다.


그가 출연하는 분량은 19일이 마지막. 지난 17일 늦은 밤까지 마지막 촬영을 계속했다는 여진구는 다음날 인터뷰에서 "아직 반응을 실감하지 못하겠다"고 싱긋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촬영을 마치고서야 머리를 잘랐다며, 색다른 한복 차림으로 설 인사를 전한 여진구. 드라마만큼 풋풋했고, 매력적이었다. 그 미소에 푹 빠진 누님들은 기꺼이 흐뭇하게 여진구의 성장을 지켜볼 것 같다.

-'해를 품은 달' 이후 반응이 상당하다. 실감은 하고 있나?

▶촬영이 어제 끝나서. 방송 끝나면 트위터를 보면서 '많이 보시는구나' 그런 생각이 드는데 아직은 긴가민가…. 실감하고 그런 건, 아직 없는데요.


-그래도 트위터를 보면 실감이 나긴 할텐데.

▶그 전에는 시간이 있어서 답변도 해 드리고 했는데 1부 방송되고 나서 양이 급격히 늘어났어요. 답은 못 해드려도 다 읽어봐요. 저도 당황스럽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한데, 그 덕분에 힘든 촬영도 잘 한 것 같아요. 웃긴 글도 있고 그걸 보면서 '사랑받고 있구나' 느끼기는 해요.

-1997년생이면 이제 중3이다. 누님들이 무서울 만큼 격하게 애정 표현을 하더라.

▶목소리나 얼굴이 많이 어른스러워서, 스태프 형 누나들도 중학생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막 놀라셨어요. 고등학생 같다고들 하시고. 저는 왜 그러시는지 이해가 안 되는 거예요. (웃음) 무서울 건 없고 글 읽어보면 죄책감 느끼신다고…(웃음) 너무 좋아해 주시니까 감사할 뿐이에요. 사실 얼떨떨해요.

-방송에서 '나이 차는 상관없다'고 했는데 방송용 멘트는 아닌가.

▶진심이에요. 사랑해 주시기만 한다면 나이 차이야, 문제 안 될 것 같은데요.

-다른 작품에서도 러브라인이 있었지만 무게가 실린 로맨스가 등장해서 더 반응이 뜨거운 것 같다.

▶다 첫 눈에 반하고 이런 역할들이긴 했어요. 이번에도 첫눈에 반하긴 했는데 이번엔 좀 달랐구요. 보통 우연히 계속 만나면서 뭔가가 이뤄지는데 이번엔 세자다보니 첫 만남 이후에 누군가를 시키거나 몰래몰래 뭔가를 궁리하고. 감독님은 여태껏 다른 로맨스보다 뭔가 새롭고 풋풋해 보이는 걸 원하셨거든요. 저 역시 처음 해보는 로맨스라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내내 정말 많이.

-세자 캐릭터가 신선했다.

▶세자 하면 근엄하고 무겁고 거리감이 있게 느껴지는데 제가 맡은 세자는 어떨 떈 그러면서도 어떨 땐 친근하고 아이같고 그래야 했어요. 잡는 게 쉽지 않았죠. 지금까지는 무게있는 연기를 했잖아요. 장난기 많은 게 더 힘든 것 같더라고요. 특히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신들은, 형선 역할 정은표 선배님이 하나씩 도와주셔서 그렇지 그게 아니었다면 반응도 많이 달랐을 겁니다.

-아역인데 애정을 숨기지 않는 면도 색달랐다.

▶여태까지는 '바라본다', '말하려다 만다' 이런 게 많았는데 이번에는 '잊어달라 하였느냐' 이러면서 대사를 쳐버리잖아요. 제가 하는데도 오글거리는 거예요. 앞이 깜깜하고, 지금까지 살면서 한 번도 안 해본 그런 걸…. 아니 그런 말을 어디서 해봐요.

-어린 나이에, 쉽지는 않았겠다.

▶계속 유정이랑 맞춰보고 감독님이랑 이야기도 하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제가 무뚝뚝한 성격이거든요. 장난쳤다가 진지해졌다가 이런 건 이훤이랑 비슷한데 제가 살갑지는 않아요. 감정을 막 표현하고 내 기분이 이렇다 하는 말을 잘 못하기도 하고 안하기도 하고. 그 오글거리는 대사를, 눈앞에 사람을 딱 놓고 하려니까 하면서도 오글거렸다.

-'잊으려고 하였으나 잊지 못하였다' 그 3회 마지막 대사가 사실 감정선에서 중요한 대목이었다. 꾹 참고 한 건가.

▶꾹 참고 했죠. NG가 다섯 여섯 번은 났어요. 중간에 웃어가지고. 제가 너무 헷갈려 하니까 감독님이 오셔서 한 말씀 하셨어요. '이병헌이 돼라'. '여자들 마음을 쥐었다 폈다 할 줄 아는 사람이란 말이야' 이러시면서. 그 말을 들으니까 감이 오는 것 같았어요. 그 생각을 하면서 그래서 마지막에 일부러 씩 웃었어요.

-연출자가 아주 마음에 들어하셨겠다.

▶제가 목소리도 낮고, 연기하는 데 너무 느끼한 거예요. 그 전에 감독님도 '진구야 어쩌냐 내가 봐도 느끼하다' 그러셨거든요. 씩 웃었더니 감독님이 '컷' 하시고는 '좋았어!' 이러시는 거예요.(웃음)

-아역으로서 연기를 오래 했다. '해를 품은 달'은 그간 아역으로서의 아쉬움을 털어버릴 기회이기도 했던 것 같다.

▶20부작에서 아역이 6부나 나오잖아요. 그래서 보여줄 게 많았고 그래서 아쉬움이 좀 덜 남는 것 같아요. 또 시청자분들이 점수를 후하게 주셔서 아쉬움이 덜 남는 것 같고. 전체적으로도 '해를 품은 달'은 만족스러러웠어요.

-사랑을 고백하는 3회는 물론이고 절규하는 5회까지 감정의 진폭이 상당히 커서 연기하기 까다로웠을 것 같다.

▶대본을 보면 저는 감정이 잡히더라고요. 좋은 기분이든 슬픈 기분이든 아예 미칠듯하게 절규하든 장면이든, 대본을 보면서 상상하면서 읽으면 그 감정이 바로 잡혔어요. 3부 장면도 그랬고, 5부의 감정적으로 최고조에 이른 신들도 마찬가지고요. 대본이 너무 좋아 어떻게 보면 수월하게 넘어가지 않았나 생각해요.

-이제 16살인데 평생의 절만을 연기하면서 보낸 셈이 됐다.

▶질리지 않는 게 딱 하나 있다면 그게 연기인 것 같아요. 뭐든 하면 질리잖아요. 게임도 그렇고, 운동도 그렇고. 그렇게 다 질리는데 연기는 계속 하면서도 새롭고 즐거워요. 끝없이 죽을 때까지 안 질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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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진구 ⓒ임성균 기자 tjdrbs23@


-'새드무비'가 데뷔작이다. 8살 때 찍었다는데 본인의 의지였나.

▶제가 하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하고 싶다고 엄마 아빠한테 강력하게 어필을 했고, 엄마 아빠도 힘들 텐데 할 수 있겠냐면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주셨고요. 그 때부터 연기가 좋았어요. 어렸을 땐 그저 재미있었어요. 현장 분위기도 좋고 스태프 누나랑 하는 것도 좋고, 누군가 삶을 대신 산다는 게 흥미로웠어요. 대본 읽는 것도 재미있고.

-연기학원에는 안 다녔나?

▶처음에는 잠깐 등록했죠. 그래야 캐스팅이 되니까. 그런데 '새드무비' 감독님이 학원 다니지 말고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고 그러라고 하셔서 그 뒤부터는 학원에 다니지 않았어요. 감독님, 그리고 엄마랑 이야기를 하면서 연기를 하기 시작했죠. 그 땐 아무래도 혼자 캐릭터 잡는 게 힘들잖아요. 대부분 엄마, 감독님이 알려주셔서 했던 연기라고 보시면 돼요. 최근 '자이언트'부터 슬슬 감독님과 제가 상의를 하게 됐어요. 감독님 생각을 듣고 제 생각을 말하고 그렇게 캐릭터를 잡아가는 거죠.

-어린 시절도 정말 귀엽다. 그런데 목소리며 분위기가 좀 바뀌었다.

▶어렸을 때 사진 보면 '이게 내가 맞나' 그래요. 지금과는 이미지가 다르잖아요. 엄마 말로는 예전에는 눈도 크고 쌍꺼풀도 짙고 귀엽고 목소리도 높고 그랬는데 지금은 징그럽다고.(웃음) 한쪽 쌍꺼풀도 안 보이고 목소리도 낮아지고 얼굴도 좀 바뀌고….

-누님 팬들은 좋아하실 거다. 연우 역할 김유정과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도 많고. 여자친구는 정말 없나?

▶유정이랑 현장에서는 워낙 바쁘게 촬영해서 그런 이야기가 없었는데 인터넷에는 있더라고요. 지금도 그렇고 과거에도 여자친구 없었어요. 모태솔로? 형들 앞에서는 할 말이 아니지만.

혹시 그럼 올해 계획이 여자친구 사귀기?

▶그럴 계획은 없어요.(웃음) 올해는 제발 키 180cm 돌파! 178cm만 되어도 좋을 것 같은데. 지금은 172cm 정도 돼요. 꾸준히 자라고는 있는데, 가족들이 다 고등학생 때 키가 컸다고 해서 약간 희망이 있기는 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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