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계상, 샬라뽕빠이 얍!..'하이킥'을 보내며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2.03.30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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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MBC 홈페이지


배우 윤계상을 처음 만난 건 2004년 SBS '형수님은 열아홉'에 출연할 때였다. 국민아이돌이라 불렸던 god의 윤계상이란 생각이 앞섰지, 배우로서 느낌은 적었다. 영화 '발레교습소'를 보고 윤계상과 다시 만나기 전까진 그랬다.

당시에는 아이돌이 무더기로 연기에 도전할 때였고, 대부분 쓴 맛을 봤다. 지금과는 달리 아이돌이 연기를 하는데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때였다. 윤계상도 다른 아이돌과 비슷할 줄 알았다.


그랬던 윤계상은 '발레교습소'에서 고민하는 청춘의 모습을, 아픔이 느껴질 정도로 절절하게 연기했다. 그건 윤계상의 고민과 맞닿아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배우 지망생이었던 윤계상은 god로 큰 인기를 누렸지만 연기자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연기자가 되어도 도망칠 곳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가수 활동을 그만둔다는 각오까지 했다. 쏟아지는 팬들의 비난, 배신자라는 시선들을 겪었다. 사랑이 미움으로 바뀔 때 아픔은 더 큰 법이다. 연기자를 한다고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었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에 캐스팅돼 이영애와 대본 리딩까지 했지만 입대로 무산됐다.


군에 입대한 윤계상을 우연찮게 국방부홍보지원단에 막 발령받은 첫날 다시 만났다. 박광현 홍경인과 함께였다. 윤계상은 시쳇말로 각이 서있었다. 들리는 이야기론 윤계상은 홍보지원단에서 다른 배우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연기에 대한 꿈을 더욱 키웠다고 한다.

전역한 후 SBS 드라마 '사랑에 미치다'를 했을 때만 해도 윤계상은 배우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는 듯 했다. 연이어 김하늘과 영화 '6년째 연애중' 주연도 맡았으니.

하지만 아이돌로 바로 보는 시선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윤계상은 '비스티 보이즈' '집행자' '조금만 더 가까이' 등 그동안 저예산영화에 출연료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계속 참여했다. 돈보단 경험, 찬사보단 내공 쌓기가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윤계상에게 연기자로 바람이 분 건 지난해부터였다. MBC '최고의 사랑'과 영화 '풍산개'로 연기생활을 한 지 8년여 만에 조명을 받았다. 윤계상은 '풍산개' 때 '최고의 사랑' 당시 자신이 직접 샀던 안경값보다 적은 돈을 받았다. '1박2일' 제의도 '풍산개' 때문에 고사했다.

윤계상은 모처럼 분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는 대신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을 택했다. 드라마 주연 자리를 포기하고 신인들과 함께 시트콤을 선택했다. 김병욱PD 때문이었다.

강풀 만화 '순정만화'처럼 여고생과 사랑에 빠지는 30대 남자 역할이었다. 윤계상이 '하이킥'에서 미련할 정도로 착한 캐릭터였던 건 그래야 여고생과 사랑이 좀 더 순수하게 시청자에게 전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김병욱PD의 당초 구상대로 이야기가 풀리지 않았지만 윤계상의 도전은 신선했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 29일 종영했다. 시청률과 화제성을 들어 1,2편보다 못했다는 평이 쏟아진다. 과연 그럴까?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은 과거 '하이킥' 시리즈보다 시청률과 화제는 떨어질지언정 더 깊은 이야기를 품었다. 과거 '하이킥'엔 돈 많은 할아버지를 가장으로 한 대가족을 배경으로 했다. 호화로운 집에서 살지만 마음끼리 벽이 있던 가족들이 사고뭉치 어머니(나문희)와 아들(정준하), 가정부 자매(신세경)를 통해 하나가 되는 모습을 긴 시간 동안 보여줬다.

반면 이번 '하이킥'에선 각자 즐기고 살던 가족들이 아버지 부도로 고생하다가 마음으로 연결되는 과정을 전했다. 작정하고 처음부터 힘든 가장과 취업난을 겪는 대학 졸업생 현실을 조명했다.

시작부터 부도난 아버지(안내상)는 엉덩이에 폭죽이 박히고, 88세대를 대표하는 진희는 엉덩이에 드릴이 박혔다. 똥구멍이 찢어지도록 가난하다는 걸 코믹하게 전했다.

안내상이 빚쟁이에 쫓겨 감옥에 갔다가 다시 재기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 돈 한 푼을 빌리기 위해 딸 친구에게까지 야쿠르트를 건네는 모습, 취업을 못해 아는 언니집에서 얹혀살던 진희가 하선과 집주인 지원 양쪽의 눈치를 보다가 눈동자가 양쪽으로 벌어지는 모습 등은 눈물을 담은 웃음의 묘미를 보여줬다.

영웅이 되고 싶은 안내상이 스파이더맨옷을 입고 사람을 돕다가 결국 빚쟁이에 잡혀 경찰차에 실려가는 장면, 운이 너무나 좋았던 지석은 박하선에게 고백을 계획하지만 그날따라 가장 운이 안좋았던 영욱에게 고백할 기회를 뺏긴 장면 등 이번 '하이킥'에선 인생의 아이러니를 기존 '하이킥' 시리즈보다 훨씬 깊이 있게 그렸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은 제목 그대로 다리는 짧지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멋지게 하이킥을 날리는 모습을 담았다. 시청률만으로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을 폄하할 순 없다.

다만 너무 많은 이야기를 품고, 또 시청자 반응에 따라 박하선과 서지석의 러브라인이 커지고 윤계상과 김지원의 러브라인이 축소되면서 애초 기획대로 끝까지 못간 건 아쉽긴 하다.

윤계상과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은 닮았다. 한 때 잘나갔다가 제대로 인정받지도 못하는 일을 꾸준히 하다가 결국 시원하게 하이킥을 날리는 통쾌함!

윤계상은 '하이킥'이 끝나고 원신연 감독의 '용의자'로 상업영화에 다시 도전한다. 북한 특수부대 출신 탈북자가 아내의 원수를 쫓다가 살인사건 누명을 쓰면서 벌어지는 내용이다. 두 시간 안에 북한을 오고갔던 '풍산개'를 찍었던 윤계상으로선 모험이고 도전이다.

과연 윤계상이 제대로 하이킥을 날릴 수 있을까?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그를 응원하는 사람들은 마법의 주문을 외칠 것이다. '하이킥'에서 윤계상과 백진희가 외쳤던 마법의 주문을.

'샬라뽕빠이 하쿠나마타타 폴레폴레 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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