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하 "백경우, 작가님도 '멋지다'더라"(인터뷰)

최보란 기자 / 입력 : 2012.04.09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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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유하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배우 송유하(32)의 이름을 들으면 영화 '쩨쩨한 로맨스'의 최강희 동생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사실. 그는 영화에서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며 늦깎이 데뷔에서 점프를 위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그가 선택한 작품은 SBS 아침드라마 '태양의 신부'. 그는 이 작품에서 보디가드 백경우 역을 맡아 무뚝뚝하지만 조용히 한 여자를 지키는 순정마초로 또 다른 색깔을 보여줬다.


이제 막 첫 드라마를 마친 송유하는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어떤 것을 배우고 더 채워야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을지 많이 알게 된 작품이다. 7개월을 함께 했기에 헤어짐이 많이 아쉽다. 시원섭섭하게 아니라 섭섭하기만 하다"라고 안방 데뷔작에 애정을 드러냈다.

영화 속 모습과는 180도 다른 캐릭터로 연기의 폭을 넓힌 그는 "완성돼 있는 캐릭터가 아니라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만들어지는 캐릭터였다. 처음 생각했던 이미지에서 드라마가 후반부로 가면서 많은 변화를 느꼈다"라고 말했다.

"사실 초반에는 딱딱하고 차가운 모습에 포인트를 줬다. 그래서 나중에 조금 아쉬웠다. 예련(연미주 분)이랑 있을 땐 좀 더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처음에 캐릭터를 잡느라 조금 헤맸다. 중간에 감정 선이 생기니까 점차 백경우가 나오더라. 복수나 슬픔, 예련을 향한 눈빛 등도 나중에는 나름대로 표현을 했던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 무엇보다 경우의 순애보가 빛을 발했다. 처음엔 그저 차가운 보디가드로만 알고 오디션에 임했던 송유하는 작품이 끝난 지금, 캐릭터에 대한 만족감과 애정이 더욱 커졌다.

"작가님이 멋있게 써주셔서 너무 고맙다"라며 "작가님이 본인이 써 주신 캐릭터인데도 불구 저를 만나셨을 때 '백경우 멋있다'고 해 주셔서.(웃음) 처음엔 악역 인줄로만 알았다. 또 보디가드라는 설명만 듣고 오디션을 봤다. 그런데 극이 진행될 수록 모든 걸 알아주고 받아주는 친구, 예련의 악행을 막고 좋은 쪽으로 이끌어 주는 캐릭터로 그려져서 무척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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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유하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인터뷰 중 예련에 대해 많이 언급하던 송유하는 "예련 때문에 싸우고 부상을 당했던 장면, 예련이한테 '사랑한 건 사실이니까 진혁에게 버림받으면 나한테 와라. 그때도 내가 사랑하면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볼게'라고 했던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예련과 함께 했던 장면이 많았고, 그것이 경우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남자로서 멋진 연기를 할 수 있는 대사들이라 그런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예련이 역할을 했던 미주도 '오빠, 이거 경우가 멋있는 장면이야. 우리 열심히 해보자'라며 많이 격려해주고 신경도 많이 써줬다. 정말 고마웠다. 엔딩에서 예련이한테 '애썼다'라고 했던 장면도 여운이 남는다."

송유하는 이제 막 영화와 드라마 각각 한편으로 얼굴을 비친 신예지만, 두 작품에서 너무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실제 성격은 영화 속 종수와 더 비슷하다고. 그는 "그렇지만 바람둥이는 아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종수의 툭툭 내뱉는 말투가 비슷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백경우는 성격이 저와 너무 다르고 목소리도 무뚝뚝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너무 한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보디가드도 이런 저런 목소리가 있는데 왜 굳이 굵고 낮은 목소리를 하려고 했나하는 생각도 들더라. 그만큼 연기에 대한 시각을 넓힐 수 있게 해 준 것 같아 고마운 캐릭터다."

그는 이번 역할을 위해 일주일 만에 체중을 4kg 감량하기도 했다. "여름에 오디션을 봤을 때 근육이 많은 편이었는데 근육을 조금 뺐으면 좋겠다고 해서 일주일 만에 열심히 조절을 했다"고. 드라마 촬영에 들어가기 전, 백경우의 감정에 몰입하기 위해 주로 음악을 들으며 산책을 했다.

"제 생각에 백경우는 외로운 캐릭터였다. 처음에 고아이고 사랑도 못 받은 인물로 생각했다. 외롭고 착하고 단순한 캐릭터로 생각. 눈빛을 많이 표현하고 싶어서 음악 들으면서 많이 걸어 다녔다. 송유하가 아닌 백경우로서 인생을 고민을 하니까 눈에 자연스럽게 슬픔이 서리는 것 같았다. 섬세하다고? 글쎄...가을을 잘 타긴 한다.(웃음)"

연기에 대한 꿈에 빛나는 그지만, 처음 연기를 시작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대도 있었다. 그러나 열정에 가득 찬 아들의 모습에 점차 마음을 열었고, 특히 이번 아침드라마를 하면서도 많이 좋아해 주셨다고. 아무래도 영화에 출연했을 때보다 주변의 반응도 직접적으로 느껴졌다.

"지금 생각하면 참 멋진 캐릭터다. 부모님도 아들이라고 무조건 잘했다고 안 하시고, 갈수록 좋아졌다고 말씀해 주셨다. 저도 초반에는 적응을 못하다가 후반부로 가면서 많이 안정이 된 것 같다. 부모님도 냉정하게 평가를 하고 그런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그리고 한 번은 집근처 단골 갈비집에 갔었는데 이런 일이 있었다. 10년 넘게 산 동네 인데 매번 가도 모르시다가 아침드라마 나오니까 '백경우 아니냐'며 알아보시더라. 그래서 '저 여기 단골이에요'라고 말씀드렸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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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유하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길거리 캐스팅을 계기로 연예계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마침 주변에 연예계 쪽 일을 하는 지인이 있어 소개를 받고 모델 일을 시작하게 됐다. CF모델로 방송가에 처음 발을 들인 송유하는 핑클이 전성기를 달리던 시절 함께 음료 광고에 출연했다. 핑클과는 이후 낙농협회 캠페인에서 함께 하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연기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고, 독립영화 등에 출연하며 연기자의 꿈이 확고해졌다.

"연기 수업을 받으면서 제가 맡은 역할을 해 냈을 때 희열감을 느꼈다. 내가 맞나 깜짝 놀라는 그런 느낌이 있었다. 카메라 앞에서 하는 게 좋았다. 독립영화를 하면서 완성된 것을 봤을 때 힘들었지만 희열과 기쁨이 느껴졌다. 그래서 배우들이 연기를 계속 하는 것 같다."

쉽지는 않았다. 배역이 들어오기 전에는 서빙, 이삿짐 나르기 등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해야 했다. 그러서도 그는 정규직 일자리는 알아보지 않았다. 규칙적으로 한 달 수입이 들어오면 거기에 익숙해 져서 배우를 그만두게 될까봐. 그만큼 그는 연기가 절실했다.

"모든 역할을 다 해보고 싶다. 바라는 게 있다면 어떤 캐릭터나 작품이 왔을 때 '나랑 똑같다', '내 옷이다'라고 생각되는 캐릭터가 딱 10번만 왔으면.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하더라. 그래도 공감이 가고 같은 정서를 느끼고 제스처나 눈빛이 내 그대로인 그런 역할을 꼭 만나보고 싶다."

송유하는 다음엔 청춘영화 '코알라'에 출연한다. 그가 기다리는 꼭 맞는 역할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에도 앞에서 연기한 캐릭터들과는 다른 모습을 기대해도 될 것 같다.

"백경우와 또 완전히 상반된 친구다. 생계형 배우였는데 일제대로 못하고, 스스로 배우라고는 생각하는데 촬영현장도 못 가고. 함께 연기를 하던 친구는 포기하고 직장에 들어가지만 거기서 적응 못해 괴로워한다. 그러다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싶어 친구와 햄버거 집을 차리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그린다. 영화보고 나온 관객들이 '야, 소주나 한 잔 하자'라고 말할 수 있는 공감 가는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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