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정 "민낯 공개? 자신감이 아니라 귀차니즘"①

영화 '미쓰Go' 고현정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2.06.20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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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 ⓒ사진=이동훈 기자


영화를 보면 이 사람이 고현정인가 싶다. 21일 개봉하는 영화 '미쓰Go'의 고현정은 공황장애에 대인기피까지 앓고 있는 여인 천수로가 됐다. 늘어진 후드 티셔츠에 월남치마 차림,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사람들에게 쫓기던 그녀는 절체절명의 순간, 카리스마 만점 미쓰고가 돼 범죄 전선에 뛰어든다.

재벌가와의 결혼, 이혼과 컴백.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며 카리스마 넘치는 여인으로 대중에게 돌아온 그녀는 자신을 어른으로 대해주는 세상에 서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부러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택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 고현정의 모습과 이 천수로의 모습이 묘하게 겹쳤다. 의미심장하게도 그녀는 BB크림 하나 안 바른 맨얼굴을 스크린 가득 드러내 보인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드라마 '선덕여왕'의 여걸 미실이나 '대물'의 여자 대통령 서혜림처럼 카리스마 넘치는 불세출의 여인을 연이어 선보여 왔던 그녀다. 당당하고 거침었는 캐릭터는 고현정 그 자체와도 겹쳤다.

그러나 최근 고현정의 행보는 여러 모로 관심을 끈다. 극강 피부의 신비주의 여배우로, 편안하고 우아하게 살 수 있었던 그녀는 SBS 예능 프로그램 '고쇼'(Go Show)를 진행하며 예능 MC로서의 혹독한 시험대에 올랐고, 이런 저런 틀을 깨는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미쓰Go'의 천수로 또한 그런 시도의 하나가 아닐까. 그녀의 행보가 지금처럼 흥미진진했던 때가 있었나.

거침없고 솔직한 그녀를 직접 만났다. 이젠 그녀가 답할 차례다.


-진짜 100% 맨얼굴을 봤다. 피부 역시 좋더라.

▶저도 뭔 자신감인가 싶다.(웃음) 그런 점에서 카메라 감독님 조명 감독님에게 감사를.

-그게 다 자신감 아닌가.

▶사실은 자신감이 아니라 '귀차니즘'이다.(웃음)

-믿을 수 없다.

▶그게 맞다. 귀차니즘.

-왜 하필 '미쓰Go', 왜 하필 천수로라는 캐릭터였나.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한 번도 제의받지 못했던 역할이기도 했다. 소심하고 그런 역할을 잘 제의가 안 왔다. 주로 강한 역할, 모정을 담거나 이혼한 사람, 겪을 것 다 겪은 센 역할 제의가 많았던 것 같다. 수로는 소녀스러운 데가 있지 않나. 반갑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면 이런 역할을 못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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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 ⓒ사진=이동훈 기자


-시사회장에서 '컴백 후 세상은 나를 어른으로 대해주는데 정작 스스로는 잘 모르겠더라'라며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선택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실제로는 소심한 소녀같지만 종국엔 카리스마를 가장하는 극중 천수로가 떠오르기도 했다.

▶어찌보면 산만한 자리지만 들어주시는 분은 들어주신다는 생각을 했다. 제가 서른 둘인가 셋에 이혼을 했는데, 생각해 보면 어린 나이인 거더라. 남들 안하는 건 아니지만 어찌 보면 거대 조직을 상대로 혼자서 이혼하고 나와서 많은 분들 안 만나고 있다가 일을 하러 나왔는데… '쟤는 다 알거야', '능숙할 거야', '모르는 게 뭐 있겠어' 이런 분위기더라. 저는 저대로 나름 아픈 것도 있고, 얘기도 하고 싶고, 일을 하면서 편한 사람들을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은 거더라. 이럴 때 저럴 때 어쩔 줄 몰라 하는 제 모습이 싫었다. 얼른 드는 생각이 '세게 사는 게 맞겠다.' 그게 덜 헷갈려하시는 것 같고, 더 좋아하시는 것도 같고. 그러다보니 작품으로도 이어지고, 사랑도 받고. 제 오해일수도 있지만.

천수로 역을 맡았을 때는 그런 면에서 반가움이 있었다. 물리적으로 그런 걸 표현하기가 힘든데 작품이 있다면 잘하든 못하든 살짝이라도 할 수 있겠다 싶어서. 다른 생각 별로 안하고 '해보자' 그렇게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다른 면을 봐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나.

▶그건 정말 영화가 잘 됐을 때 이야기고. 제 욕심이지만 그냥 천수로가 보였으면 하는 게 크다. 그래야 영화가 사는 거니까. 저라는 사람이 안 좋은 게 자꾸 제가 보인다. 그게 고민이다. 천수로가 보였으면 하는 게 욕심 아닌 욕심이고 바람이다.

-센 여자 하면 고현정을 떠올릴 정도가 됐다.

▶그런 생각도 한다. 사람이 완전 소모되는 것, 그래서 제로(0)가 되는 건 좋은 거 아닐까. 특히 배우는 그렇게 되면 또 다른 방향이 보이지 않을까. 그게 두려워 뭘 좀 남겨놓거나 하면 오히려 갈 곳이 없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또 영화에서는 그런 캐릭터를 안 하기도 했으니까 뭔가 남아있기도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강인함이나 당당함 그런 부분이 제게 좀 많나 보다. 그게 있다면 잘 살리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스스로를 세게 보는 시선에 도리어 중압감을 느낀 적은 없나.

▶그러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한다면 하고 싶어 해 놓고 핑계되는 거 아닌가. 극이랑 실제 생활이랑, 진짜 자기는 구분을 해야 하지 않나. 역할을 맡았다가 돌아올 자신을 만들어놓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보통 돌아올 자기가 없지만.

-예능 프로그램 '고쇼(Go Show)'를 시작했다. 우아하게 신비감 넘치는 배우로 잘 살 수 있는데 굳이 까다로운 도전을 한 이유는 뭔가.

▶많이 거슬러 올라가게 되는데 '무릎팍도사'에 나가서 그런 말씀을 드렸다. 제가 건강한 모습으로 여러분 앞에 설 수 있을 때 많이 서겠다고. 여러분이 원하신다고 생각이 들 때. 제 나름은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는 이행 과정이었다. 안 해도 되는 거지만, 나름대로는 예전에 뱉어놓은 말이 있는거다. 스스로에게도 그렇고. 2년 넘게 꾸준히 제의를 받은 부분도 있지만 이럴 때는 해야 하는 거다 하는 생각을 했다. 딴 데 가서 딴 짓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살고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은 사람도 있고. 얻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다면 포맷이든 색깔이든 더 확실한 게 있었을 텐데 그게 없어 야단맞는 것도 있을 거다.

-각종 요구나 질책은 잘 받아들이고 이겨내고 있나.

▶그렇다. 그 자체도 다 관심이니까, 그래도 제가 한다고 야단이라도 쳐주시는 거 아닌가. 감사하더라. 좋게 생각한다. 충고와 조언은 물론이고 협박에 가까운 이야기까지 다 있지만 엄살 떨 일은 아닌 것 같다. 잘 하면 된다.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넋 놓고 구경한 적도 많다. 방송일이라는 데 사심없이 덤비고 보니 제가 개인적으로 아는 얘기가 있으면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막 물어본다. 밑도 끝도 없이 물어보고 하면 방송에 못 나간다. 다른 MC들에게는 죄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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