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낮은 평점에도 흥행..세가지 이유①

[★리포트]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2.07.0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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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스크린을 도배하며 200만 고지에 안착했다. 지난달 28일 개봉해 6일만에 거둔 성과다. 올해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어벤져스'(706만명)와 같은 기록이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2002년, 2004년, 2007년까지 3편이 개봉해 전세계적으로 흥행한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4편. 그러나 전작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대신 새로운 설정과 주인공을 내세워 시리즈를 새롭게 출범시켰다. '500일의 썸머'를 연출한 마크 웹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앤드류 가필드, 엠마 스톤이 주연을 맡았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샘 레이미 감독의 전작들과 비교를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전작들을 좋아하는 팬들에겐 '500일의 스파이더맨'이라 불릴 만큼 단순한 하이틴 로맨스 영화로 치부된다. 하지만 보다 원작에 충실한 만큼 새로운 시리즈의 가능성과 거미 액션신을 좋아하는 관객들에겐 기대와 탄성을 자아내고 있다.

슈퍼히어로물이 이처럼 호오가 갈리는 경우도 드물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국내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선 10점 만점에 7.63점을 받고 있으며, 북미최대 영화데이터베이스 사이트 IMDB에는 10점 만점에 7.7점, 로튼 토마토에선 10점 만점에 6.9점을 기록하고 있다. 관객들이 영화 완성도엔 크게 만족하고 있진 못하단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흥행세는 그야말로 '어메이징'하다. 5일 '연가시', 12일 '두개의 달' 등 한국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하지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기세는 쉽게 꺾지 못할 것 같다. 3일 오전8시 영진위 예매율에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59.5%로, 2위인 '연가시'(8.8%)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북미에 앞서 개봉한 13개국에서 한국이 1위를 차지할 만큼 국내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유달리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첫째 '어벤져스' 후광효과가 컸다. 지난 5월 개봉한 '어벤져스'는 전세계 역대 흥행3위에 오를 만큼 엄청난 흥행몰이를 했다. 국내에서도 '어벤져스'는 슈퍼히어로물은 500만명을 넘지 못한다는 징크스를 깼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어벤져스'와 같이 마블코믹스 원작 슈퍼히어로이다. '어벤져스'가 상영할 당시 스파이더맨은 왜 어벤져스에 합류하지 못했나가 화제였다. '어벤져스'에 대한 기대가 그대로 '스파이더맨'으로 이어진 것.

또한 2002년부터 시작된 세 편의 시리즈가 이미 관객들에게 익숙할 만큼 익숙해져 있다는 것도 한 몫 한다. 2002년 1편을 모르는 관객들에겐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리부트'가 아니라 '신상'으로 여겨진다. 더욱이 최근작인 '스파이더맨3'가 시리즈 최악으로 기억되는 만큼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재미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둘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원작에 보다 충실하며 하이틴 로맨스물에 가까운 설정으로 만들어졌다. 샘 레이미 시리즈에선 메리 제인(커스틴 던스트)이 헤로인이었지만 사실 스파이더맨 원작 여주인공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처럼 그웬 스테이시(엠마 스톤)이다. 비록 원작에선 그웬 스테이시가 죽고 메리 제인이 여주인공 바톤을 이어받지만. 거미줄을 쏘는 장치를 만드는 것도 원작에 충실하다.

거액을 요구해 시리즈에서 하차한 샘 레이미 감독 대신 '500일의 썸머' 마크 웹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건 새로운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트와일라잇'처럼 달달한 로맨스물로 초점을 맞췄다는 뜻이기도 하다.

'트와일라잇'이 미국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이래 하이틴 로맨스물은 할리우드에서 새로운 금광처럼 여겨졌다. 앤드류 가필드와 엠마 스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유이기도 하며, 두 사람이 실제 연인으로 발전한 것도 스튜디오 입장에선 감사할 일이다. '트와일라잇'과 닮은꼴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슈퍼히어로물에 큰 관심이 없던 여성 관객들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즐기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하이틴 로맨스물에 슈퍼히어로물을 얹었다. 복도에서 리자드맨을 실제 거미처럼 감싸는 거미 액션과 크레인을 이용한 거미줄신은 슈퍼히어로물의 쾌감을 선사한다. 주인공 피터 파커의 부모님이 의문사를 당했다는 설정도 추후 시리즈를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작에선 피터 파커 부모는 과학자였다는 설정과 '어벤져스' 닉 퓨리와 CIA로 활동했다는 두 가지 설정이 있다.

다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원작의 가장 큰 설정을 소홀히 해 샘 레이미 팬들의 질타를 사고 있다. 스파이더맨은 불행해야 한다는 게 철칙이다. 영웅은 자기희생이 필요하다는 게 주요테마다. 마치 배트맨이 고독해야 하는 것처럼. 샘 레이미는 만화풍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은 샀지만 더 큰 힘에는 더 큰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큰 아버지 죽음으로 계속 상기시켰다.

셋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국내 스크린을 싹쓸이하고 있다. 997개관에서 출발, 둘째 날부터 스크린을 1009개로 늘린 데 이어 30일에는 1114개 스크린에서 상영됐다. 국내 스크린 중 절반을 넘게 차지하며 독과점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상영회차도 하루 5000회 남짓하다.

관객이 다른 영화를 선택하려도 선택할 수 없는 환경이다. 신작인 '미쓰GO'나 '후궁' '내 아내의 모든 것' 등을 비롯해 '두 개의 문'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등 한국 상업,독립영화들은 스크린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19일 올 여름 또 하나의 할리우드 기대작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개봉할 때까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 맞설 상대가 두드러지지 않다는 것도 거미인간 흥행에 청신호다. '연가시'와 '두개의 달'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과 맞서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당장 예매율에서 큰 차이를 나타낸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이런 기세라면 국내에서 샘 레이미 시리즈 흥행성과를 가뿐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스파이더맨1'은 290만 1821명, 2편은 236만 7704명, 3편은 459만 2309명을 동원했다.

'어벤져스'에 이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연이은 흥행은 세상이 영웅을 필요하기 때문이 아닐지, 아무튼 '어벤져스'에서 빠진 거미인간의 역습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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