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러브', 그럴 거면 정글에 왜 갔나?

김미화 기자 / 입력 : 2012.09.07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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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화면캡처


'정글러브'는 왜 굳이 정글까지 갔을까?

방송 전 '생명을 건 짝찾기'라는 슬로건 아래서 시작한 MBC 예능프로그램 '정글러브'는 정글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 만난 남녀가 생존을 위해 함께 생활하며 사랑에 빠지게 되는 미묘한 감정을 그려나갈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정글러브'에는 정글도 러브도 없다.


'정글의법칙'에서 출연자들은 정글이라는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렵·채집 하면서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는 기회를 가진다. 서로에 대한 객관적 사실, 이를테면 이름 나이 직업 같은 기본적 정보는 완전히 배제한 채 어떻게 정글에서 살아남느냐에 관심과 애정이 집중됐다.

그러다보니 탈락자를 정하는 첫 관문에서 회계사가 탈락했다. 이날 탈락후보로 지목된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문명에서 좋은 직업으로 손꼽히는 의사와 회계사. 남부럽지 않은 직업을 가진 이들은 정글에서 남들보다 부족한 모습을 보여 탈락후보로 올랐고 결국 회계사 출연자가 정글을 떠났다.

이렇듯 '정글러브'는 곳곳에 재미 포인트를 가지고 출발했다. 방송 전부터 SBS 예능프로그램 '정글의법칙'과 '짝'을 따라한다는 비판을 받은 것이 사실이지만 서로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고 정글에서 데이트를 하는 것은 새로운 발상이었다. 또 문명세계로 대표되는 리조트로 가서 신상을 밝힌 뒤 데이트 할 때 서로에 대한 호감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는 것도 '정글러브'만의 차별화 포인트였다.


그러나 '정글러브'를 보고 있자면 이들이 왜 꼭 정글에 갔어야 했는지 의문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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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화면캡처


지난 6일 방송에서 4명의 출연자들은 본인들이 획득한 문명의 혜택을 원하는 이성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에 해와 별은 초코바데이트를 즐겼고 물과 해는 스팸을 구워 먹는 데이트를 즐겼다. 이어 번개는 별에게 발마사지를 해준데 이어 함께 튜브로 된 욕조에 들어가서 스파를 즐겼다.

황당했다. 굳이 초코바와 햄을 정글까지 가져와서 먹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생명을 걸고 정글에 짝을 찾으러 왔다는 남녀가 욕조에 물을 받고 촛불까지 켜놓은 뒤 와인을 마시는 장면은 누가 봐도 '정글스럽지' 않았다.

이 뿐만 아니다. '정글러브'는 남녀가 함께 물고기를 잡기위해 바다를 나갈 때도 현지 헌터들이 안내해 주는 배를 타고 갔다. 설상가상으로 이들은 라면을 먹기도 하고 심지어 맥주까지 마셨다.

초반 민낯으로 초췌하게 다니던 여자 출연진들도 어느 순간 적응이 된 것인지 마스카라에 립글로즈까지 발라 풀메이크업을 선보였다.

시청자들이 상상했던 '정글러브'와는 너무 다르다. 굳이 멀리 정글까지 가지 않고 어디 산에 올라가서 찍어도 이런 비슷한 그림은 나올 것 같다.

이처럼 정글러브는 '짝' 같은 리얼한 남녀 간의 심리도 그려내지 못하고 '정글의 법칙'같은 제대로 된 정글의 삶도 보여주지 못한 채 시청자의 외면을 받고 있다.

지난 8월16일 첫방송에서 3.0%의 시청률(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기준, 이하동일)을 기록하며 굴욕적 시청률이라는 핀잔을 받았던 '정글러브'는 시청률이 더 하락해 지난 6일 방송에서 2.6%의 시청률을 나타냈다.

'정글러브'가 시청자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개그맨 김병만에게 정글의 법칙을 배워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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