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철 "브라우니만 떴다? 난 명품 개그조연"(인터뷰)

이경호 기자 / 입력 : 2012.10.22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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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송병철ⓒ홍봉진 기자


개그맨 송병철(31)은 요즘 KBS 2TV '개그콘서트'의 코너 '정여사'로 주목 받는 개그맨 중 한 명이다.

송병철은 '정여사'에서 반듯한 외모의 판매원 역할을 맡았다. 정태호, 김대성의 억지스러운 주장에 늘 당하는 캐릭터로 코너에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훈훈한 외모로 허경환, 김기리 등 '개그콘서트'의 대표 훈남 개그맨이다. 개성 강한 개그맨들이 숱한 '개그콘서트'에서 외모로 살아남기란 쉽지 않을 텐데 그는 살아남았다.

사실 송병철은 주목 받기보다 동료 개그맨을 주목 받게 하는 명품 조연이다. 2006년 '개그콘서트' 데뷔한 송병철의 발자취를 보면 스타 개그맨 탄생의 밑거름이었다. 심지어 그는 '정여사'에서 브라우니까지 스타로 만들었다.

'개그콘서트'의 명품 조연 중 한 명인 송병철.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코너에 대한 욕심은 없을까.


"제 위주의 코너, 제가 주인공이어야 한다는 욕심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물론 그러고 싶지만 저는 아직 개그를 더 배워야 해요. 어떤 코너에서든 저를 원한다면 할 생각이에요. 새 코너도 준비하고 있어요. 지금 하고 생각 중인 코너는 연인이 나오는 거예요. 닭살 돋겠지만 가을이라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정여사'에서 매번 당하기만 하는 송병철. 정태호, 김대성 심지어 브라우니에게까지 굴욕을 당한다. 한 번쯤은 반격을 시도하고 싶지 않을까.

"하하하. 그렇지 않아요. 단점이 있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뺏어 가면 더 안쓰러워지잖아요. 그래서 멀쩡하고 단점이 없는 사람에 뭔가를 뺏어가자고 했어요. 제가 아직은 누군가를 받쳐주는 역할을 하니까, 맞는 옷이 생길 때까지는 욕심 내지 않으려고요."

개그맨이라면 자신을 대표하는 캐릭터가 욕심나기 마련이다. 송병철도 훈남 개그맨이라는 수식어가 있다. 하지만 요즘 '개그콘서트'에 여러 훈남 개그맨들이 있어 송병철만의 캐릭터라고 하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개그맨에게 캐릭터는 운명이에요. '감사합니다'를 할 때, 동료 개그맨들이 유치하다는 이유로 같이 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그 때 김대성씨에게도 함께 하자고 했는데 유치하다며 안 했죠. '감사합니다'가 인기를 얻고 나니 후회한다고 했어요. 또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김대성의 캐릭터는 원래 김준현씨 역할이었어요. 그런데 바뀌었잖아요. 자신에게 맞는 캐릭터가 있고, 주목 받는 시기가 있어요.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언젠가 '송병철, 아! 그 사람'이라는 나오게 될 때가 있을 거예요. 기다리고 있어요."

'개그콘서트'의 개그맨들은 매일같이 아이디어 회의하기로 유명하다. '개그콘서트'가 10년 넘게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개그맨들에게는 적잖은 압박감이기도 하다. 송병철은 개그맨들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한 가지 오해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았다.

"새로운 개그, 코너는 늘 준비해야 돼요. 그렇지 않으면 도태되죠. 배우들의 경우에는 휴식이라고 하면 다른 작품을 준비하는 걸로 인식하잖아요. 개그맨들을 보는 시선은 그렇지 않아요. 3,4개월 쉬게 되면 정말 아이디어가 없어서 쉰다고 생각하시죠. 그래서 개그맨들은 코너를 하고 있으면서도 새로운 코너를 준비하고 있어요. 당연히 해야 되는 거지만 '아이디어 없으니까 쉬는 구나'는 말을 들을 때는 개그맨으로 씁쓸해요."

송병철은 '개그콘서트'의 코너들이 제목 따라 성공여부가 결정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요즘 인기인 '정여사'도 원래 생각한 제목으로 갔다면 큰일 날 뻔 했다고 밝혔다.

"'정여사'라는 제목 전에 '바꿔줘'라는 이름도 있었어요. 올해 '개그콘서트'의 여러 코너가 반짝하고 사라졌잖아요. '바꿔줘'라고 하면 정말 바뀌게 될 거 같더라고요. 올해 '징글정글'을 했었잖아요. '징글'이라는 단어가 있어서 '징글징글 해서 내릴 수 있어'라고 개그맨들끼리 말한 적 있어요. 정말 그렇게 됐어요. 개그맨들도 코너 제목을 무시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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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송병철ⓒ홍봉진 기자


송병철이 들어간 코너는 함께 호흡을 맞춘 개그맨이 스타덤에 오르거나, 시청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는다. 인기 코너에 항상 있는 송병철. 그래서 '개그콘서트'의 명품 조연이라 부른다.

"개그계의 명품 조연이라는 말에 자부심을 느껴요. '정여사'에서 저 없이 엄마와 딸만 나오면 안 되잖아요. 잘 되는 사람이 있으면 누군가는 그를 잘 되게 해줘야죠. 받쳐주는 게 안 어울리는 사람도 있어요. 저도 늘 개그 아이디어를 준비하고 있으니, 언젠가는 누군가가 저를 받쳐주겠죠. 저와 한 선후배 개그맨들이 잘 됐으니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어요. 뜨고 싶다면 나를 데려가라. 하하하."

신인 시절과 달리 송병철도 이제 제법 인지도를 쌓았다. 그런데도 송병철은 왜 주인공으로 나서지 않을까.

"사실 제가 조연으로 들어간 코너는 거의 다 잘 됐어요. '감사합니다'가 인기를 한창 얻을 때 주변에서 "너도 이제 중심이 돼서 개그를 해야 되지 않겠어?'라고 물었죠. 저는 지금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도 제 역량이에요. 많은 코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하다보면 저만의 개그를 만들 수 있겠죠. 물론 저의 아이디어도 대중들에게 잘 통해야겠죠. 웃기지 않는 캐릭터라고 하지 않으면, 제가 경험을 쌓을 수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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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송병철ⓒ홍봉진 기자


송병철의 개그 철학을 들어보면 누구와 호흡을 맞춰도 잘 될 것 같다. 하지만 그는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가까워질수록 일이 안 풀리는 초능력자 남녀의 모습을 그린 '핸콕'에 묘사했다.

"(이)승윤이 형하고는 굉장히 친한 형, 동생이에요. 저희가 만난 지 10년 정도 됐죠. 형과는 서로 손에 아무것도 없을 때부터 만나서 지금까지도 친해요. 그런데 승윤이 형하고 코너를 하면 신기하게 잘 안 돼요. 우리는 '핸콕'이에요. 멀어질수록 우리는 잘 돼요. 앞으로도 형과 친하게 지내겠지만 코너는 한 번 생각해 봐야죠. 하하하."

올해 '개그콘서트'의 개그맨들은 연애, 결혼 등으로 짝을 찾았다. 송병철도 서른 살을 넘긴 나이다. 연예인으로 입지를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는데, 연애도 잘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사실 신인 시절에는 여자친구도 있었어요. 지금은 아쉽지만 없어요. 사귀려고 해도 안 돼요. 주변에 친한 형들이 결혼하고, 연애도 하고 있어요. 빨리 좋은 여자친구를 만나서 결혼도 하고 싶어요."

결혼을 하고 싶다는 송병철. 그는 자신의 이상형은 배우 최명길이라고 당당히 밝혔다.

"옛날부터 제 이상형은 최명길씨였어요. 단아하고 차분한 스타일이고, 제가 바른 길을 가면 잡아줄 거 같아요. 제가 두 가지 일을 놓고 잘 결정하지 못하는 스타일인데, 그런 분(최명길)은 제가 현명한 결정을 하게 해줄 거 같아요. 그런 여성 분 어디 없나요?"

'개그콘서트'의 명품 조연 송병철. 그는 앞으로 어떤 개그맨으로 대중들 앞에 서고 싶을까.

"일단 2년 정도 후에 결혼 할 생각이에요. 아직 만나는 여성은 없지만 결혼 생각이 절실해요. 아직 선배 개그맨들에 비해 어리고, 보여드릴 것도 많아요. 도전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다양한 개그에 도전해 보려고요. 예전에는 '잘 될까?'라는 두려움에 하지 못한 분야도 해볼 생각이에요. 쉼 없이 달려보려고요. 제 인생은 아우토반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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