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는 한국 대표브랜드..이미 K팝 이상의 가치

[기자수첩]

박영웅 기자 / 입력 : 2012.11.15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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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회사원 염모(34)씨는 최근 업무상 괌에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언어도 피부색도 다른 외국인들이 싸이의 노래를 능수능란하게 따라 부르는 광경을 직접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예전엔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박찬호, 박지성을 묻곤 했는데 이젠 싸이에 대해 질문을 받곤 한다. 전 세계적으로 분 싸이 신드롬을 피부로 느낀다"고 말했다. 싸이가 K팝을 넘어 대한민국 하면 떠올리는 대표 주자로 떠올랐다.

진짜 월드스타급 행보다. 미국 유명토크쇼에 연달아 출연하더니 세계적인 팝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섹시 아이콘' 마돈나도 두 손을 포개고 말춤을 췄다. 싸이가 팝의 본고장에 진출한지 단 4개월 만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스타가 됐다.


그간 한국을 대표하는 인물은 늘 스포츠 스타들의 차지였다. 골프선수 박세리가 그랬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박찬호,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한 박지성이 그랬다. 그리고 한국 브랜드에 힘을 실어줄 인물로 싸이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스포츠로 따지면 금메달급 활약으로 한국의 대중음악을 제대로 알리게 된 결과다.

최근 미국 유력경제 매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한국의 국가브랜드 위상까지 높이고 있다"며 싸이 신드롬을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국내 여러 가수들로부터 시작된 K팝 열풍이 싸이를 통해 정점을 찍었다고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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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스타뉴스



이는 '소프트파워'(Soft Power)의 가치를 실질적으로 보여준 것. 정보과학이나 문화·예술 등이 행사하는 영향력을 의미하는 소프트파워가 한 나라의 브랜드를 만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여기에 싸이 열풍이 유튜브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에 의한 것을 감안하면, '강남스타일'은 IT와 예술이 결합한 최적인 상품인 것이다.

국내 가수들은 물론 아시아의 여러 가수들이 팝시장을 두드렸지만 굳게 닫혀있었던 문은 의외로 쉽게 열렸다. 중독적인 댄스곡에 언어의 장벽을 허문 '유머코드'가 장착되자 뮤직비디오는 날개를 달았고, 전 세계는 '싸이스타일'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바이럴 마케팅에 의한 입소문이 무서울 정도로 퍼져나갔다. 국내 여러 가수들이 TV프로그램에 한 번이라도 출연하기 위해 힘을 쏟는 것에 비하면, '강남스타일'은 유튜브가 TV세대를 훌쩍 뛰어넘는 뉴미디어로 자리 잡았단 걸 보여주는 좋은 예다.

싸이를 빌보드 1위에 오르게 한 일등 공신은 단연 유튜브,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서비스다. 유럽의 K팝 열기를 한눈에 알 수 있는 플래시몹도 K팝을 좋아하는 열정 하나만으로 뭉쳐 팬들 스스로 만들어낸 성과. 무엇보다 음악이란 언어에 대한 충만한 이해와 소통을 이끄는 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싸이는 미국에서의 대성공은 '유머코드'의 효과다. 육중한 몸매에 기름진 머리를 한 싸이가 말춤을 추자 전 세계 유튜브는 들썩였다. 기존 K팝 가수들과 접근법 자체가 달랐던 것. 유튜브를 통해 먼저 확산된 관심이 흐름이 그를 해외로 이끌었고, '강제 해외진출'이란 우스개 소리도 나왔다. 해외에서 먼저 관심을 가진 셈이다.

전 세계 많은 젊은이들이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주목하는 이유도 같다. 우선 미국인들에게 한국어 가사가 갖는 매력이 통했다기 보다 코믹한 캐릭터의 반전 유머 코드가 가진 B급 정서가 신드롬을 일으켰다. 언어가 통하지 않더라도 '말춤'을 추며 우스꽝스런 제스처를 취하자 재미는 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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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그간 싸이는 국내에서 먼저 독창적인 캐릭터를 구축하며 활동해 왔다. 아무나 쉽게 넘볼 수 없던 '엽기 캐릭터'를 선보이면서 오히려 가요계 붐이 일었고, 거침없는 단어를 선택한 음악과 과감한 댄스, 여기에 독특한 유머코드를 배합해 히트를 쳤다.

한국어 가사로 된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 인기음악의 척도 '빌보드'를 점령했다는 것도 큰 의미를 지닌다. 음악과 춤으로 언어의 장벽을 제대로 허문 결과다. '강남스타일'은 노랫말에 대한 공감 없이도 30여 개국 이상 아이튠즈 정상을 차지했다.

싸이의 경우를 보더라도 K팝은 새 활로를 찾았다. 국내외로 분주한 아이돌이 크게 늘어나면서 무분별한 해외진출로 역풍의 기미도 보였지만, 싸이는 한계에 부딪힌 현실을 쉽게 풀어냈다. "웃긴 게 통했다"는 게 단순한 히트요인이다.

싸이는 사실 '웃기는 가수'로 먼저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데뷔 10년 이상의 실력파 싱어송라이터이자 퍼포머란 사실도 알려지면서 해외는 '싸이 스타일'을 주목했다. 싸이가 한국 대중음악사는 물론 전 세계 역사를 바꾼 주인공이 됐다.

또한 싸이는 18일 열리는 '아메리칸어워드(AMA)'에서 '뉴미디어'상을 수상하게 됐다. 기존에 없던 상마저 생기게 한 싸이의 '신드롬'을 엿볼 수 있는 대목. 그만큼 그의 신드롬이 갖는 의미는 단순히 음악에 대한 열풍만은 아니다. 유튜브로 시작된 SNS 뮤직비디오의 파급력, '뉴미디어'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상징성이다.

14일(한국시간) 미국의 권위 있는 음악 랭킹 차트인 빌보드 매거진 '빌보드 비즈'에 따르면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에서 5위를 차지했다. 마룬5에 7주째 밀려 2위에 머물던 '강남스타일'은 순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아쉽다. 하지만 싸이는 여러모로 이미 '꿈의 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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