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인터뷰)

최보란 기자 / 입력 : 2012.11.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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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희선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6년만의 컴백, 공백을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여전한 미모와 색다른 캐릭터, 배우 김희선(35)은 SBS 드라마 '신의'를 통해 다시 우리 곁에 돌아왔고 오랜 기다림은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김희선은 이 같이 극적인 컴백을 생각지는 않았다.


김희선은 "사실 아이가 돌만 지나면 복귀할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작품이 여러 가지 사정으로 준비기간이 오래 걸리면서 2~3년 지체 됐죠"라며 오히려 팬들의 곁에 금방 돌아오지 못했음을 아쉬워했다.

그 동안 많은 작품에서 러브콜이 있었다. 그러나 '신의'를 복귀 작으로 결정한 그녀는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켰다.

"저희 세대는 '모래시계'에 대한 환상이랄까, 그런 게 있어요. 김종학 감독님과 송지나 작가님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두 분을 믿고 기다렸던 거죠. 그 기간 동안에도 계속 감독님과 소통을 하면서 준비를 해 왔어요."


"연예계 은퇴, 고민했었다."

그러나 긴 기다림 동안 김희선은 연예계 은퇴를 생각한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연예계에 끊임없는 루머에 휩쓸리는 그녀는 아니었지만, 어린 딸 연아를 두고 벌어지는 네티즌들의 말들은 혹여나 상처가 될 것 같아 심각한 고민으로 이어졌다고.

"그렇게 어린아이를 두고 험한 말을 한다는 게 잘 이해가 안 됐어요. 마음이 아팠죠. 제가 연예계에 몸담고 있는 게 아이에게 상처만 주는 게 아닌가 싶어 너무 미안했고 은퇴를 고민하기도 했죠."

그랬던 김희선의 복귀 결심을 굳히게 한 것은 딸 연아의 든든한 지지였다. 다른 엄마들과는 달리 TV속에서 활약하는 김희선이 연아에게는 누구보다 멋졌고, 김희선 또한 딸의 응원에 자부심을 가졌다.

"연아가 제가 TV에 나오는 거 보고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친구들한테 제 자랑도 많이 하고, 예쁘게 하고 잡지에 나오는 저를 보면 기뻐하고. 그때 어떤 뿌듯한 기분이 들고 든든했죠. 계속 배우 생활을 해 나갈 힘을 얻었어요."

그러나 예상보다 작품이 늦어지면서 김희선은 복귀에 대한 초조함도 있었다고 밝혔다.

"시대가 변했어요. 광고나 화보를 통해 이미지로만 배우생명을 이어가는 것은 한계가 있죠. 저라고 그에 대해 할 말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작품 활동은 안 하면서 부수적인 것만 챙기려 한다면 모델이지 배우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드라마가 늦어지면서 대중들이 저를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솔직히 겁이 나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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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희선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이민호와 호흡, 안티 100만 감수했죠."

그렇게 인고의 시간을 견뎌 만나게 된 '신의'. 오랜만에 시청자들과 마주하는 것은 데뷔 17년차 배우에게도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특히 10살 연하의 이민호와 호흡은 '여신'으로 추앙받는 김희선이라도 부담이 적지 않았다고.

"너무 오랜만에 나오니까, 역할이나 이런 것을 생각하기 전에 제 모습이 어떻게 비춰질까하는 걱정도 됐죠. 결혼 후 첫 작품인데 10살 연하인 (이)민호와 호흡이 시청자들에 몰입이 될지 부담도 됐어요. 안티 100만명 감수하고 임했죠.(웃음) 그래도 작품 속에서 잘 녹아들어서인지 ''신의' 커플이 너무 예뻤다'고 말 해주는 분들이 많아 다행이에요. 제일 걱정했던 부분이었거든요."

이민호와 호흡에 부담을 느꼈다는 김희선의 솔직한 속내. 남편 역시 '신의' 방영 동안 갑자기 몸을 가꾸기 시작했다니. 이에 대한 부담이 김희선만의 몫은 아니었던 듯하다.

"극중 은수와 최영이 친해지기 전까지는 드라마를 너무 좋아했어요. 그런데 둘이 가까워지면서 키스신이 등장하니 질투도 하더라고요. 갑자기 운동도 하고 관리도 열심히 하고요. 연아도 '신의'를 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민호가 망토 같은 옷을 입고 등장한데다 말수도 없고 무술도 하고 하니까 '백설공주'에 나오는 마녀를 떠올리고 무서워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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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희선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열악한 제작환경, 출연료 미지급 등은 안타까워."

준비기간만 2~3년에 걸린 데다 수많은 배우들이 출연했던 대작. 한 여름부터 시작된 '신의' 촬영은 촉박한 일정 속에 빠르게 진행됐다. 밤낮없이 이어지는 촬영은 드라마 복귀에 대한 실감을 더했다.

"며칠 밤을 새면서 촬영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빨리 끝내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 촉박한 일정 탓에 제대로 표현을 하지 못했던 신들도 있었고요. 그런 부분에선 좀 아쉬움이 남아요. 그래도 저는 고생했다고 말을 쉽게 못하겠어요. 갑옷을 입은 남자배우들은 옷 속에 얼음물을 부어가며 촬영했죠. 여름에 땀을 계속 흘리면서 일하니까 탈수증상이 오거든요. 배우와 스태프들이 나트륨으로 된 알약을 먹으면서 촬영을 강행했죠."

'신의'는 종영 후 출연료 미지급 사태가 불거지기도 했다. 김희선 또한 '신의'에 대한 애정이 큰 만큼, 고생한 배우나 스태프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움으로 남았다고 전했다.

"연기자들은 노조를 통해 얘기라도 할 수 있지만, 힘없는 스태프들의 경우는 마음이 좀 아파요. 예전엔 내 자신 챙기는데 급급하고 그랬는데, 이젠 그런 부분들이 눈에 들어오고 마음이 많이 쓰여요. 드라마 촬영 때 강하게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데, 다들 정이 끈끈하다보니 차마 그렇게 못하고 지나간 부분도 있었죠."

이처럼 급박하게 돌아가는 촬영장에서 힘을 불어 넣어준 것은 무엇보다 김희선의 공이 컸다고 출연 배우들과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왔다.

"예전엔 막내였으니 챙겨야 된다는 책임이 없었죠. 나이도 어려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고요. 이제는 후배들이 많이 생기니까, 배우들과 스태프들 사이에서 자연스레 중간역할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또 제 성격이 사람들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쉽게 말해 오지랖이 넓어 진거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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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희선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김희선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앞으로 활발한 작품 활동 기대해도 되겠느냐'는 기자의 말에 김희선은 "'신의'하는 동안 가족들이 저를 너무 그리워해서 이제 미니시리즈, 아니 단막극만 해야 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하하"라고 농담한 뒤, 당연하다는 듯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죠"라고 말했다.

"결혼하고 아이 낳으면 억척스러운 아줌마나 이혼녀 역할을 많이 했었지만, 요즘은 세대가 바뀌었고 여성 상위시대가 되면서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어요. 연상연하 커플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면서 소화할 수 있는 역할도 다양해진 것 같아요. 저 역시 제가 할 수 있는 연기의 폭을 걱정하기도 했지만, 사회가 변하면서 미시 여배우들의 입지가 넓어졌죠. 저도 스스로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고요."

김희선이 '모래시계'에 대한 환상을 가졌듯이, 요즘 많은 신인 여배우들을 만나면 '미스터큐', '토마토' 등의 김희선을 보며 연기에 대한 꿈을 꿨다는 이들을 자주 본다. 한 작품 또는 한 배우로 대변되는 시대와 이에 대한 향수가 있듯이, 그 시절을 지나간 이들에게는 김희선에 대한 환상이 있다.

그래서 감히, '김희선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라고 말하고 싶다. 세월이 흘러도 그녀는 계속 연기를 할 것이고, 그 시절을 뛰어 넘어 아직 보여줄 모습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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