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데프콘이 말하는 '래퍼 정형돈'.."아이디어뱅크"

정형돈, 올 가요계 '개가수' 열풍의 중심

박영웅 기자 / 입력 : 2012.11.2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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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스의 정형돈(왼쪽)과 길


쉼 없이 달린 올해 가요계에서 예상치 못한 활약을 한 복병은 누구일까. 다양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개가수' 열풍이 가수들을 위협할 정도로 뜨거웠던 가운데 그 중심에는 정형돈이 있다. '형돈이와 대준이' '뚱스' 두 그룹을 오가는 특급 용병이다.

단순히 웃음만을 좇는 것이 아니라 특별하다. 그가 주목한 음악 속 흥행 요소는 가사의 'B급 감성'. 갱스터 힙합이란 무거운 틀 안에서 자신을 내려놓은 '루저 마인드'가 '형돈이와 대준이'로, 현실을 비꼰 유머와 재치가 있는 '뚱스'가 그렇다.


개그맨이 앨범을 냈다고, 게다가 노래가 아닌 랩을 했다고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정형돈은 입만 뻐끔거리는, 시키는 대로 하는 스튜디오 래퍼가 아니다. 가사에 대한 아이디어, 작사, 랩 메이킹 마저 직접 맡아 래퍼로서 존재감을 뽐내는 그다.

과연 래퍼로서 그의 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정형돈의 파트너 리쌍 길과 데프콘에게 물었다. 예능 뿐 아니라 음원차트를 흔든 '개가수' 래퍼 도니는 누구인가.

길과 정형돈이 결성한 뚱스는 26일 낮 12시 각종 음악 사이트를 통해 신곡 '쩔어'를 공개했다. 2010년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을 통해 'Go칼로리'를 공개한데 이은 2번째 노래. 이번엔 '무한도전-못.친.소 페스티벌'의 주제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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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돈이와 대준이


길이 작곡을 맡았고, 정형돈이 재치 있는 가사로 재미를 더했다. '태어날 때부터 뼛속까지 나 잘 생겼어/힙합 장동건 예능 소지섭/니 얼굴 쩔어'란 가사가 인상적이다.

길은 정형돈의 성실함과 감각을 최고 강점으로 꼽았다. 길은 스타뉴스에 "정형돈은 평소에도 가사를 쓴 메일을 자주 보내온다. '쩔어' 역시 몇 페이지씩 가사를 적어왔다. 원래 개그를 직접 만들던 친구라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많다"고 평했다.

이어 "사실 버리기가 아까워 골라내기가 힘들 정도다. 보통 뚱스의 작업 방식은 내가 후렴구와 가사테마 및 멜로디를 설정해 가이드를 보내주면, 정형돈이 가사를 써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녹음까지 했지만 아직 발표하지 않은 곡들도 있다. 예전엔 연습을 많이 하고 녹음을 했는데 지금은 기성 래퍼들처럼 단시간 만에 녹음을 끝낸다. 이젠 리듬을 타는 것은 기본이고 느낌도 살려 작업한다"고 말했다.

길은 "몇 년 전 처음 랩을 시작한 형돈이는 무한 발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이 멜로디 부분부터 랩까지 직접 만드는 가수가 몇이나 될까 싶다"고 극찬했다.

'형돈이와 대준이'로 올해 최고 히트를 기록한 데프콘은 '센스'를 최고 강점으로 꼽았다. 데프콘은 "개그맨으로서 한때 '개그콘서트' 무대를 주름잡았던 만큼, 그 존재감이 가사에서도 잘 묻어난다. 창작욕이 뜨거운 만큼 끊임없이 사람들을 즐겁게 할 수 있는 본인의 장점을 잘 알고 있으며 작사에도 재능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어렵지 않은 소재와 내용으로 쉽지만 존재감 넘치는 노래를 앞으로도 만들고 싶어 한다. 그만의 웃음에 대한 센스는 절대 아무도 따라할 수 없다"고 극찬했다.

'형돈이와 대준이' 첫 정규 앨범에는 헤어진 남녀 상황을 그린 타이틀곡 '안 좋을 때 들으면 더 안 좋은 노래'를 비롯해 '되냐 안되냐' '한심포차' '올림픽대로' 등이 수록됐다. 그중 '안 좋을 때 들으면 더 안 좋은 노래'는 각종 음원차트에서 원더걸스, 빅뱅에 이어 바짝 정상을 추격하며 '개가수' 열풍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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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스


'형돈이와 대준이'의 첫 정규앨범 '껭스터랩 볼륨1' 타이틀곡 '안 좋을 때 들으면 더 안 좋은 노래' 노랫말에는 '김미영 팀장'이란 이름이 등장한다. 바로 '김미영 팀장'은 대출 스팸문자를 받아온 이들에겐 친숙한 이름이다. 작사를 맡은 정형돈은 '스팸문자의 여왕'을 노래에 등장시켜 재미를 줬다.

'안 좋을 때 들으면 더 안 좋은 노래'란 제목답게 전체적인 가사내용은 '루저 마인드'를 담고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대를 했다가도, 결코 기대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란 얘기. 사랑을 기대하면서도 허무함을 주는 식이다.

데프콘 측은 "갱스터 힙합이란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음악에 정형돈표 개그가 노랫말에 녹아졌다"며 "정형돈은 앨범 수록곡 전체 가사를 맡은 것은 물론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힙합 음악에 개그 요소를 적절히 섞어 재미를 줬다"고 설명했다.

B급 정서를 겨냥한 가수들은 저마다 독특한 캐릭터로 가요계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단순히 엽기나 코믹한 요소 등 외형적인 면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음악적 장르이자, 문화로 거듭나기 위해 내실을 기해야 하는 것도 숙제다. 그 중심에 갱스터 래퍼 정형돈이 강렬한 존재감을 뿜었던 올해 가요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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