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주씨, 이제야 당신 진가 알아봤습니다

최보란 기자 / 입력 : 2013.01.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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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손현주 <방송캡처=2012 SBS 연기대상>


배우 손현주의 진가, 이제야 방송가와 시청자들이 알아봤다.

손현주는 31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2012 S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최고의 영예인 대상과 10대 스타상으로 2관왕을 차지했다.


"참 이런 일도 있군요. 해가 서쪽에서 뜨겠다"라며 놀라워 한 손현주의 본인의 말처럼,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가 대상 수상자로 연말 시상식에 우뚝 서리라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손현주는 '추적자 The Chaser'(극본 박경수·연출 조남국)에서 권력에 의해 딸을 읽고 아내마저 그 충격으로 자살하면서 모든 것을 잃는 남자 백홍석을 연기,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손현주의 애절한 연기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수상소감에서 밝힌 그의 말대로 '추적자'는 "아이돌도 없고 스타가 없는 드라마"였다. 젊은 세대들의 인기를 끌어 모을 만한 뜨는 스타가 없다는 것은 요즘 안방극장에선 큰 약점이었다. 그렇게 '추적자'는 별다른 기대 없이 조용히 문을 열었다.


뚜껑을 연 '추적자'는 모두를 놀라게 했다. 탄탄한 극복과 연륜 있는 중견 배우들의 명품 연기 속에 시청자들과 관계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타기 시작했고, 결국 올 한해 최고 화제작으로 등극했다.

특히 손현주의 죽은 딸의 오명을 벗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 연기는 압권이었다. 딸과 아내를 잃은 뒤 식탁위에 놓여있는 식구들의 숟가락을 보고 오열하던 연기는 물론, 누명을 쓰고 쫓기면서 벌어지는 액션까지 소화해 내며 드라마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손현주의 허망한 눈빛만 봐도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만신창이가 돼 몰골을 하고도 "난 수정이 아버지니까"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백홍석의 모습은 손현주의 애절한 연기를 만나 더욱 깊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파고들고 있다. 손현주는 "극중에서 아내를 보내거나 어머니를 보낸 일은 있어도 딸을 보낸 것은 처음"이라며 "촬영장에서 항상 아역배우를 곁에 두고 '내 딸 이다'라고 생각을 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손현주는 지난 1991년 KBS 공채탤런트로 시작된 연기 인생을 22년 만에 연기력으로 새삼 재조명 받기도 했다. '장미꽃 인생', '조강지처 클럽', '이웃집 웬수' 등 다수의 작품에 주조연급으로 모습을 드러냈던 그였지만, 대중들의 시선에서는 한 발짝 물러나 있던 그였다. '추적자'는 손현주의 가치를 다시 되새겨준 수작이고, 손현주로 인해 '추적자'의 메시지가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릴 수 있었다.

톱스타도 없고 로맨스도 없는 소박한 드라마 '추적자'의 성공과 주연배우 손현주의 대상 수상은 단지 올 한해 하나의 현상으로 남지 않고, 앞으로 드라마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각자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 세상의 수많은 개미들과 이 상을 같이 하겠다"라며 눈시울을 붉힌 손현주. 10대 스타상 수상에 "이런 상은 처음"이라며 "'추적자'의 모든 배우들의 집에 하루씩 트로피를 놓아주고 싶다는 그 또한 알아주는 이 없어도 늘 묵묵히 자신의 연기를 펼치던 '개미'였다.

'개미' 손현주, 그의 진가를 '추적자'와 SBS연기대상을 통해 이제야 알아봤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그의 발견이 앞으로 더 많은 개미 연기자들이 시청자와 만날 기회를 줄 거라는 점에서 2013년 방송가가 한결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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