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인가 흥행사인가..강우석 감독이 돌아왔다(인터뷰)②

[★리포트]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3.04.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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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구혜정 기자


강우석은 거장인가?

강우석 감독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마누라 죽이기' '투캅스' '공공의 적' '실미도' '이끼' '글러브' 등을 비롯해 최근작 '전설의 주먹'까지 19편을 내놓았다. 서너 편을 찍기도 힘든 척박한 한국영화계에서 강우석 감독은 30년째 정상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영화계는 그에게 거장 칭호에 인색하다. 강우석에겐 감독과 제작자, 배급자, 영화계 1인자 타이틀이 난무한다. 흥행의 마술사란 타이틀은 허락해도 거장이란 칭호에는 고개를 젓는다. 그건 작가주의 감독이 박수 받을 때 강우석 감독은 웃음과 재미, 감동에 전념했기 때문이다.

강우석 감독에 대한 박한 평가가 바뀌기 시작한 건 '이끼'부터였다. 강우석 감독은 자신의 장기를 버리고 고난의 길을 택했다. 영화계 안팎에선 강우석이 달라졌다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정작 강우석 감독은 그 길이 무척 힘들었던 모양이다. 그는 '전설의 주먹'을 연출하면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전설의 주먹‘은 한 때 고교시절 싸움꾼으로 날렸던 가장이 TV프로그램에 출연해 다시 맞싸움을 펼친다는 이야기. 기자시사회를 통해 첫 선을 보인 '전설의 주먹'은 웃음과 재미, 감동에 충실한 강우석표 영화였다. 뿐만 아니라 '이끼'와 '글러브'로 단련된 내공으로 보다 깊어졌다.


이제 강우석 감독은 그만의 길을 가고 있다. 한결 같은 길을 가는 장인에게 거장이란 수식어는 필요 없을 것 같다.

-스스로 '이끼'와 '글러브'로 외도를 해서 '전설의 주먹'은 예전처럼 신명나게 찍었다고 했다. 하지만 '전설의 주먹'에는 '이끼'와 '글러브' 속 영향이 두드러지는데. 기존 강우석표 영화에 '이끼'에서 겪은 뚝심과 '글러브' 속 다정한 정서가 녹아든 것 같던데.

▶알게 모르게 힘이 됐을지 모르겠다. '이끼'와 '글러브'가 워낙 힘들게 찍었기에 계속 나와 떨어뜨려 놓으려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마음가짐을 다시 했다. 그랬더니 자연스럽게 '이끼' 때 경험들이 따라 온 것 같다. 언젠가부터 옛날 내 영화를 짐처럼 취급했던 것 같다. 이제 다시 돌아왔다.

-'전설의 주먹'에서 성지루가 맡은 국정원 캐릭터는 강우석표 영화에서 전형적으로 등장하는 웃음담당 캐릭터다. 과거였다면 영화 색깔과 튀었을 텐데 톤 다운이 되서 자연스럽게 녹아난다. 마지막 장면도 바뀌었고. 역시 '이끼'와 '글러브' 영향인 것 같은데.

▶생각을 해보진 않았지만 그랬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초심으로 돌아온다고는 했지만 배수의 진을 치지 않았을까 싶은데. 돌아왔는데 안 돌아온 것만 못할 수도 있으니.

▶제일 두려웠던 건 외도하는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다고 했는데 어정쩡하게 돌아왔을까 싶었던 것이다. 올드하다 이럴 수도 있고. 최전선에 있는데 못 돌아올 수도 있으니깐. 이제 그만하라고 할 수도 있고. 그런데 시사회 뒤에 "무엇보다 재미있다" '살아있네" "돌아오셨군요" 이런 문자들을 받으니 아직 관객평은 모르지만 다행이다 싶었다.

-'전설의 주먹' 러닝타임이 153분이다. '이끼'가 163분이었고. 긴 러닝타임에서 뚝심이 느껴진다. 과거 이야기를 오가며 홈드라마에 후반 30분은 아예 액션으로만 끌고 가는데.

▶처음부터 이렇게 하자라고 했다기 보단 만들어가면서 뚝심을 찾았다. 액션이 너무 많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액션에 드라마가 있느냐가 중요하지, 액션이 많다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절박한 싸움과 미안한 싸움, 그리고 계속 이기다보니 검투사로 본능이 살아나는, 그러다가 다시 좌절하고 또 이겨내고. 후반 30분은 축제라고 생각하고 만들었다. 부상자가 많아서 배우들에게 미안하긴 했지만 찍을 때는 부담이 전혀 없었다.

-아역배우들과 성인배우들의 연결고리가 절묘했는데.

▶걱정을 많이 했다. 과거가 어색하면 현재랑 연결이 안되니깐. 그래서 아역 부분을 다 찍고 크랭크인 고사를 지냈다. 고사하는 날 아이들 부분을 편집해서 성인배우들에게 다 보여줬다. 그랬더니 성인배우들이 무척 좋아하고 또 긴장하더라.

-원작에서 주인공들에게 원죄처럼 드리운 과거를 영화에선 드러내고, 가해자였던 딸을 피해자로 바꿨다. 그 점이 '전설의 주먹'을 강우석표 영화로 만든 가장 큰 선택인 것 같은데. 무엇보다 과거 가해자였다고 현재 루저인 사람들을 비참하게 만들지 않은 게 좋았고.

▶지금 시대에 피해자 부모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그래서 환상이라도 이 영화에 들어와서 어른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보여주고 싶었다. 나도 세 아이를 키우는데 딸 둔 아버지의 울분을 표현하고 싶기도 했고.

-임원에게 '빠따'를 휘두르는 대기업 회장. 회장이 사고 치면 수습하는 직원. 두 사람이 과거 친구였던 설정. 그래서 아픔이 절절한데.

▶돈이 흉기인 시대다. 돈을 가지고 휘두르는 세상이고. 더 가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작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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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구혜정 기자


-보통 40대에 중심을 세우고 50대에 천명을 안다고 했다. 그 만큼 새로운 선택을 하기 힘들다는 뜻인데. 그런데 강우석 감독은 50세에 '이끼'로 도전하고 54세에 초심으로 돌아온다며 '전설의 주먹'을 찍었는데.

▶40대가 지나 50대가 되면 뒤를 돌아보고 가끔 앞을 보기 마련이다. 내 주위를 보면 40대가 다들 삶이 팍팍하다. 그러니 한 번 놀아보자, 우리도 전설의 시기가 있지 않았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난 40대에 아무거나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50대가 되니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더라. "우석아, 넌 감독이냐 제작자냐 배급자냐" 내 대답은 감독이었다. 그래서 50세에 '이끼'를 찍었다. '글러브'가 관객과 소통이 잘 안됐을 땐 떠나야 하나라고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러다 한번만 더해보자, 박수칠 때 떠나고 싶다는 오기가 생기더라. '전설의 주먹'은 그렇게 시작했다.

-가족영화인데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 나왔는데.

▶우리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첫 번째 영화라고 생각하고 만들었는데. 뭐 나라에서 하는 일이니 할 수 없지.

-유준상 연기가 인상 깊었다. 가면을 쓴 듯한 얼굴에서 가면이 점점 깨져가는 순간이 차례로 이어지는데.

▶특히 소리 지르는 장면은 황정민 동창회 장면과 함께 무척 힘준 씬이다. 스태프들이 소름이 돋았다고 하더라.

-권투를 했던 역으로 출연한 황정민은 액션 콘셉트가 남다르던데. 원투 스트레이트라기보단 귀싸대기를 때리듯이 스트레이트를 연발하는데.

▶정두홍 무술감독에게 황정민이 아이들과 상대하는 장면에선 폭력적인 느낌보단 훈계 같은 느낌으로 액션 콘셉트를 부탁했다. 조금만 더 했으면 싶을 때까지만 가자고 했고.

-마지막 전설대전으로 후반 30분을 질주한다. 얼마나 찍었나.

▶세트 만드는 데 일주일. 리허설 이틀. 촬영은 8~9일 정도.

-그 일정으로 가능한가. 내공이 역시 남다르다.

▶필요한 것만 찍었으니깐. 우선 찍어보고 편집하자고는 안 한다.

-20번째 작품도 가족 드라마가 될 것 같은가. 일단 '공공의 적4'는 미뤄졌는데.

▶글쎄 재미있는 시나리오가 가장 중요하겠지. 그래도 무엇을 하든 울림을 주고 싶다. 아이들이 점점 자라서 더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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