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랩? 12년차 배우 유선의 재발견(인터뷰)

김미화 기자 / 입력 : 2013.04.12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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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정기자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걸 좋아해서 배우가 됐어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마의'에서 침술의 귀재 장인주 역할을 맡아 연기했던 배우 유선을 만났다. 그는 유년시절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며 박수 받는 느낌이 좋아 배우를 꿈꾸게 됐다며 최근 끝낸 작품과 여배우로서의 삶 등에 대해 조곤조곤 이야기 했다.


그동안 다양한 작품 속에서 안정된 연기력을 선보였던 유선은 이번 작품에서도 주인공 백광현(조승우 분)과 강지녕(이요원 분)의 조력자로 처음부터 끝까지 극을 이끌어 나갔다. 유선은 이번 드라마로 지난 2002년 촬영한 SBS 퓨전사극 '대망' 이후 약 11년 만에 사극을 찍었다. 특히나 정통사극은 처음이라 데뷔 12년차 배우로서도 많은 고민과 노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예전에 찍었던 사극은 정통이 아니고 퓨전사극이었어요. 그래서 시대적 배경을 갖고 고증 하는 것이 아니라 몰랐는데 이번은 시대가 정해져 있고 고증을 하며 찍다보니 느낌이 달랐어요. 의상도 전통 의상을 입었고 연기 할 때 있어서도 자유로운 느낌보다는 늘 긴장하고 있는 부분이 있었죠. 무엇보다 추위가 큰 고생이었어요."

극중 유선이 맡은 인물인 장인주라는 캐릭터는 누구보다 의리 있고 소신 있고, 강직한 인물로 그려졌다. 유선은 그런 장인주를 자신만의 캐릭터로 소화시켜 백광현과 강지녕의 훌륭한 조력자로 표현해 냈다. 하지만 방송초반 장인주가 보여줬던 침술 솜씨는 극이 진행되면서 점점 묻혔다.


"장인주는 바른 일이 어떤 것인지 알았고 당당하며 비밀을 지키다가도 때가 되면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용기가 있었어요. 그런 것은 매력이었죠. 하지만 장인주가 의녀로서 가지고 있는 능력이 잊혀진 것 같아서 아쉬워요. 초반에는 장인주의 침술을 따라오는 자가 없었는데 다시 세월이 지나고 등장했을 때는 의술의 내공을 보여주기 보다는 백광현과 강지녕의 조력자로만 한 발짝 물러나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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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정기자


데뷔 12년차 배우인 유선은 시청자에게 '믿고 보는 배우'라는 이미지를 준다. 안정된 연기력과 발성, 그동안 꾸준히 연기해 온 그의 발자취가 어느새 안방극장에 부드럽게 새겨진 것이다. 하지만 배우로서 그가 보여준 연기력만큼 빛을 보거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한 것이 사실이다.

"제가 그동안 연기해온 발자취를 되짚어 보면 꾸준했어요. 밑에서부터 하나씩 착착 쌓아온 것이 든든하긴 하지만 뭔가 다 쏟아내 놓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래서 기회가 많이 주어지는 대로 많이 보여주고 싶어요. 단선적이지 않고 변화무쌍한 캐릭터, 생동감 있고 당찬 캐릭터를 가지고 싶어요. 많은 분들이 생각하시는 제 이미지가 정적이고 어두운 느낌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 느낌을 조금 더 밝고 경쾌하게 바꿔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유선은 초등학교 때부터 배우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 어린 시절 꽤 뛰어난 노래 실력으로 동네에서 칭찬이 자자했었던 그는 남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며 시선을 받는 것을 즐겼다고 전했다. 하지만 유선은 전학 간 학교에서 노래를 불렀다가 놀림을 받게 된 일화가 있다고 털어놨다.

"노래 실력이 꽤 좋았는데 전학 간 학교에서는 이 사실을 잘 몰랐어요. 그래도 한번은 반대표로 뽑혀서 노래 부를 기회가 생겼죠. 제가 좋아했던 가수 이선희의 노래를 부르려고 하는데 앞에 부른 애들이 다 동요를 불렀어요. 저 혼자 가요를 부르면 너무 대중적일 것 같아 나가기 전까지 계속 고민했어요. 그러다 결국 나가서 동요 '옹달샘'을 불렀어요.(웃음) 그 이후로 별명이 '옹달샘'이 됐죠. 그 이후 노래 실력이 급추락 한 것 같아요. 그게 지금까지 트라우마가 되서 아직도 선곡이 두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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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정기자


어릴 적 불렀던 노래 때문에 놀림을 받았다는 유선은 그 이후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것을 꺼리게 됐다는 가슴 아픈(?) 사연을 전했다. 하지만 이후 반전이 있었으니 사람들 앞에서 안 부르는 노래를 집에서 혼자 한다는 것이다.

"사실 힙합이랑 랩을 좋아해요. 저 혼자 집에서 자주 불러요.(웃음) 언제 한번 기회가 되면 보여드리고 싶어요. 예능 프로그램 말고 제대로 기회를 갖춰서 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의외라고들 하더라고요. 제게도 숨겨진 모습이 많아요. 앞으로 연기 하면서도 보여드리고 싶어요."

어린 시절부터 배우가 되고 싶었던 유선은 이후 중고등 학교 때 방송반 활동을 거친 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들어가 제대로 된 연기 공부를 시작했다. 이유는 없지만 당연히 배우가 되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연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나는 배우다', '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을 만이 했어요. 대학교 입시 때 면접을 볼 때도 '당연히 나를 알아 볼 거야" 이런 생각을 했죠.(웃음) 지금도 그때 당시의 자신감으로 돌아가고 싶다. 기회만 온다면 보란 듯이 보여 줄 수 있다는 자심감이 있었죠. 그런 자신감은 오랜 시간 꿈을 품어 와서 그런 것 같아요. 이후에 계속 오디션을 보고 또 안 될 때는 잠깐 혼란스럽기도 했어요. 나만의 망상으로 꿈 키운 것 아닌가 하고 고민도 했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포기하지 않으니까 꿈이 열리더라고요."

유선은 현재 배우로서 자신이 돌아온 길을 되돌아보고 또 앞으로 나아갈 길을 바라보며 한 단계 더 올라서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영화 '007스카이폴'의 주디덴치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하며 눈을 반짝였다.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도 '주인공 누구 엄마 역할 맡았다'라고 말하며 좋아하고 싶지는 않아요. 극중에서 묵직하고 존재감이 있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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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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