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성 "약물 중독, 트림, 욕..부끄러운 줄 몰랐죠"(인터뷰)

영화 '설국열차' 요나 역의 고아성 인터뷰

안이슬 기자 / 입력 : 2013.08.0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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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아성/사진=임성균 기자


고아성(21)은 여느 아역 스타들과는 배우로서 성장 과정이 달랐다. 빼어난 외모로 먼저 주목 받은 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은 것도 아니다. 고아성은 처음부터 고아성이었다. '괴물' 이후 연기 신동 소리를 들으며 유명세를 탔지만 그는 호들갑스럽지 않게 묵묵히 제 길을 걸을 뿐이었다.

'설국열차'에서 얼굴에 검은 칠을 하고 17세 소녀 요나를 연기했던 고아성, 실제로 만나 보니 놀랄 만큼 예뻐졌다. 단순히 '예쁘다'는 수식어로 설명하기 힘든 묘한 분위기 까지 생겼다.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하기 전 근 1년 사이 눈에 띄게 예뻐졌다고 칭찬하자 고아성은 "그렇게 예뻐 진 건 아닌데"라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최대한 모습을 감추다가 '설국열차'로 모습을 드러내며 깜짝 놀라게 하고 싶었다는 그의 생각은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다.

"오랜만에서 보셔서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것 같아요. 원래 자신은 변화를 잘 모르잖아요. 친구랑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TV를 봤어요. 저학년이었던 아역배우가 커서 고등학생이 되어서 드라마에 나오는데 '저 친구 진짜 많이 컸다' 생각했거든요. 제 친구가 '아마 너한테도 그런 얘기 할 걸?'하고 말하니까 확 와 닿았어요."

봉준호 감독과 '괴물' 이후 또 한 번 호흡을 맞춘 고아성. 캐스팅 제안을 받고 애초에 예쁘게 나오길 포기했다는 말을 쇼케이스에서 했었다. 화사하게 예쁜 역할은 아니지만 그가 연기한 요나는 분명 묘한 매력이 있는 캐릭터였다.


"감독님이 '괴물' 끝날 때 '다음에는 예쁜 카페에서 예쁜 대사만 하는 영화를 찍자'고 하셨는데, 그리고 나서 한 것이 '설국열차' 였어요. 그런데 '설국열차' 끝날 때도 같은 얘기를 하시더라고요(웃음). 기존에 마약 중독 연기를 한 배우들은 많잖아요. 정말 임팩트있고 마약에 찌든 것 같은 연기. 감독님은 그런 걸 원하지 않으셨어요. 최대한 힘을 빼고 취한 연기를 했죠. 기존에 알려진 작품들 보다 더 약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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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아성/사진=임성균 기자


크로놀에 중독되어 반쯤 정신을 놓은 연기에 아빠 남궁민수(송강호 분)의 말버릇을 그대로 닮아 자연스럽게 욕을 섞어 말하는 모습까지, 영화 속 자신의 모습을 보고 고아성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촬영할 때는 정말 부끄러운 줄 모르고 했죠. 약을 한다던가, 등장할 때 트림을 한다던가 하는 장면들이요. 나중에 영화로 보니까 주변 사람들이 볼 생각을 하니 창피했어요. 그래도 기존 역할과는 거리가 있고 새로워서 칭찬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설국열차'는 분명 특이한 영화였다. 한국에서 기획하고 투자한 한국 영화지만 배우들은 할리우드 배우들이 대부분이고, 스태프들도 해외 스태프들이 대거 참여했다. 자연히 현장도 '하이브리드'였다. 할리우드 시스템도 아니고 한국시스템도 아닌 이 기묘한 현장에서 고아성을 비롯한 모든 배우들은 신나게 연기로 놀았다.

"정말 독특한 현장이었어요. 할리우드도 아니고, 한국 시스템도 아닌. 낯설거나 적응이 안 됐다기보다는 처음 해보는 시도에 다들 재미있어했던 것 같아요. 보통 쉬는 시간에는 각자 트레일러에 가는데 틸다는 항상 현장에 있었어요. 원래 저렇게 현장을 좋아하시나보다 했는데 다른 스태프 말로는 틸다가 저렇게 현장을 좋아하는 건 처음 봤대요. 원래는 예민한 여배우인데 이렇게 즐기는 걸 보고 놀랐다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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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아성/사진=임성균 기자


송강호는 물론이고 틸다 스윈튼, 존 허트, 에드 해리스 등 대선배들과 함께하는 영화이니 연기에 대한 부담감이 어찌 없었으랴. 특히 영화에서 다른 인물들에 비해 늦게 등장하는 고아성은 미리 본 배우들의 연기에 지레 겁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부담이 많이 됐어요. 제 촬영이 들어가기 전에 계속 현장에서 구경을 하는데 다들 연기를 너무 잘하시는 거예요. 여기에서 어떻게 연기를 맞춰야 할까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는데 괜한 걱정이었어요. 다들 당연히 색깔이 있는 거고. 서로 밸런스를 맞춰 갔어요."

특히 친해진 배우는 앤드류를 연기한 이완 브렘너. 친해진 계기는 단순히 '트레일러가 바로 옆에 있어서'였단다. 지금도 그와는 연락을 주고받으며 친하게 지내고 있단다.

"틸다와 크리스가 한국에 왔을 때 같이 찍은 사진은 이완 브렘너에게 보내줬어요. 저랑 송강호 선배님을 못 알아봤대요(웃음). 특히 송강호 선배님은 이렇게 깨끗한 모습을 처음 봤다고요. 틸다에게 '제가 당신에게 영향 받은 것이 많다'고 하니까 틸다가 '봉 감독님에게 다음에 나와 하고 싶다고 졸라. 나도 조를게' 하시더라고요."

손목에 있는 작은 안경모양 문신을 보고 '최근에 한 것이냐'고 물었다. '설국열차' 촬영 당시 외국 스태프들의 문신을 보고 '해볼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한국에 돌아온 후 문신을 했단다.

"외국에서는 타투가 흔하잖아요. 그걸 보고 '해볼까?'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스태프들 중에서 체코 현지에서 문신을 한 분들도 있었어요. 촬영감독님을 시작으로 봉준호 감독님까지 꽤 많았어요. 저는 외국에서는 좀 무서워서 한국에 돌아와서 했어요. 별, 하트, 이런 것 말고 특별한 문양을 하고 싶어서 안경 모양으로 했죠. 사실 특별한 의미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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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아성/사진=임성균 기자


이제 만 21살. 서서히 성인 연기자로 변모해야할 시점이다. 고아성은 오히려 배우는 더 어린 역할을 오래 할 수 있는 것이 메리트 인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시기에 파격 변신을 하던지 하는 식으로 전략적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성장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역배우에서 여배우로 넘어가는 것에 대해 너무 과도하게 집중을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역할을 나이가 조금 더 느리게 가도 된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유리한 선택이죠. 어차피 지금이 지나면 못할 것들이니까 많이 해보다가 천천히 다른 것들도 해보면 된다고 생각해요."

언젠가는 성인 역할도 해보아야 할 고아성에게 '설국열차'의 수많은 캐릭터 중 탐나는 캐릭터를 물었다. 의외로 답은 주연진이 아닌 알리슨 필이 연기한 선생님이었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선생님 역할에 꽂혀버렸단다.

"하고 싶다는 욕심을 떠나서 이 역할을 어떻게 하면 맛깔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았어요. '설국열차'의 여선생이 임신을 하면 어떨까 감독님께 말씀드렸는데 그게 반영 됐어요. 아이들에게 세뇌 교육을 하는 현장인데 그 세뇌를 받을 다른 아이가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게 임팩트 있는 것 같았어요."

'설국열차'의 초반 성공으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고아성, 홍보가 끝나자마자 차기작인 '우아한 거짓말' 촬영에 들어간다. 한국 스태프들과 함께하는 현장이 그리웠다는 고아성. 이번에는 그 갈증을 풀 수 있을 듯하다.

"'설국열차'를 촬영하면서 한 가지 갈증이 있었다면 한국에서 조용하게 한국 스태프들이랑 찍고 싶다는 것이었어요. 요나처럼 세상에 없을 것 같은 캐릭터보다 옆에 있을 것 같은 캐릭터를 하고 싶었는데 딱 그런 작품이 들어왔어요. 기대되고 설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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