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1월..'괴담'이 아니라 '추문'이다

왼쪽부터 이수근, 거머리, 이원구

연예계에 흔한 말로 '11월 괴담' 혹은 '마의 11월'이 있다. 온갖 안좋은 일들이 기다렸다는 듯 유독 11월에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천재뮤지션 유재하(1987년)와 영원한 가객 김현식(1990년)이 숨진 것도, 듀스의 김성재가 의문사(1995년)한 것도 바로 11월이었다. 2010년 11월에는 인디가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이진원이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앞서 2009년 11월에는 이승기 김현중 조권 정진운 등 아이돌스타들이 한꺼번에 신종플루 확진을 받기도 했다.

올해도 어김없다. 이수근 탁재훈 토니안 등 유명 연예스타들이 대거 불법도박 혐의로 기소됐고, 잘 나가던 작곡가 겸 힙합퍼 프라이머리가 작곡한 MBC '무한도전' 가요제 참가곡은 표절논란 끝에 음원판매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기록했다. 5개월만에 가까스로 재기한 개그맨 이원구는 음주 오토바이 사고를 냈고, 작가 임성한이 집필 중인 일일드라마는 "막장은 이제 그만"이라는 시청자 반발에도 불구하고 무려 25회를 연장했다. 이 모든 게 11월, 그것도 단 보름만에 벌어진 일들이다.


그러나 진정 이게 '괴담'일까.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14일 휴대전화 이용 사설 스포츠토토 도박사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해외 프로축구 예상결과에 베팅을 한 후 후불로 배당금과 베팅금을 계좌로 거래하는 속칭 '맞대기' 사범을 대거 불구속-약식 기소한 것. 이수근은 3억7000만원, 탁재훈은 2억9000만원, 토니안은 4억원 상당을 걸고 '맞대기'를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 외에 붐, 양세형, 앤디 등은 수천만원대 도박을 한 혐의로 약식 기소됐다.

이미 '선행범' 신정환 김용만 사태를 지켜보며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련만, 이처럼 연예계에 도박행태가 끊이지 않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다. '도박=범법행위'에 대한 불감증이다. 우스개소리로라도 "내 돈 내고 내가 도박한다는데 왜 그래?"라고 하지마시라. 도박은 본인 혼자만 파탄시키는 선택형 범죄가 아니라 가정파탄, 2차 범행유발, 사회적 병폐확산까지 도미노로 연결되는 향정신성 중범죄다. 특히 밝고 건실하며 유쾌한 이미지로 초등학생들까지 좋아해마지 않던 이수근 등이 연루됐다는 점에서, 이번 도박사태는 단순 괴담이 아니라 낯뜨거운 추문이다.


개그맨 이원구는 지난 4일 새벽 4시10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노들길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던 중 가로등을 들이받는 음주 교통사고를 냈다. 경찰 조사결과 당시 이원구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0.157%. 이원구가 단 1회 출연한 KBS '개그콘서트'의 '남자뉴스' 코너는 곧바로 폐지됐다. 이번 음주사고 역시 '음주운전=범법행위'에 대한 우리 사회 심각한 불감증의 한 단면이다. 음주자가 탄 자동차나 오토바이는 날아다니는 살인병기라는 점에서, 이번 음주사고는 위험천만한 추태다. 단언컨대, 인간으로 태어나 잡지 말아야 할 딱 한가지는 바로 '음주후 운전대'다.

프라이머리는 우리 가요계에 끊임없이 이어져오고 있는 '베끼기 불감증'의 집약판이다. 프라이머리가 작곡하고 박명수와 함께 '무한도전-자유로가요제'에서 첫 선을 보인 '아이 갓 씨(I Got C)'는 지난 2일 공개직후부터 각종 음원차트 1위를 달렸다. 하지만 이 곡은 동시에 네덜란드 여가수 카로 에메랄드의 '리퀴드 런치'와 비슷하다는 의혹에 시달렸다. 결국 '무한도전' 측은 13일 각 음악사이트와 협의해 '아이 갓 씨' 음원판매를 중단키로 했고, 프라이머리는 소속사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제 미숙함으로 벌어진 일"이라며 "어떤 비난도 달게 받겠다"고 사과했다. 이번 사태 역시 표절시비를 가리는 일이 쉽지 않다는 현실과 '장르적 유사성' 운운하는 창작자들의 표절 불감증이 빚은 한심한 추태다.

도박, 표절, 음주사고, 이 따위 추한 것들로 '11월 괴담'에 끼어들려 하지 마시라. 감히 故김현식과 유재하가 잠든 11월 한 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