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제3의 '벚꽃엔딩'을 기다리며

[김관명칼럼]

김관명 기자 / 입력 : 2014.03.06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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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커 버스커


지난 2012년 3월 스타뉴스 편집국에 싱싱한 느낌의 청년 3명이 들어왔다. 그중 한 명이 막 나온 자신들의 CD를 기자에게 건네며 말했다. "꼭 들어봐주세요. 40대 분들도 좋아하실 겁니다." 이후 그 노래들은 '40대' 팬들의 성원 덕인지 각종 음원차트를 거의 2, 3개월 동안 휩쓸었다.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 프리미엄 정도가 아니었다. 이들은 그야말로 신드롬이자 현상이었다. 짐작하셨겠지만, 이들이 바로 장범준, 브래드, 김형태의 버스커버스커였고, 그 노래들이 바로 '벚꽃엔딩'이자 '첫사랑'이었으며 '여수밤바다'였다. 그리고 기자는 '여수밤바다'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 그 해 가을 난생 처음 여수를 찾아가 1박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저 한 해로만 그칠 줄 알았던 '벚꽃엔딩'의 인기가 3년째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지리한 겨울이 끝나고 봄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자마자 팬들은 약속이나 한 듯, '벚꽃엔딩'을 다시 듣기 시작했고 이 노래는 결국 국내 최대 음악사이트 멜론의 월간차트에서 3월 10위, 4월 5위를 차지했다. 1년만의 부활, 그것은 요즘 가요계에서는 보기 드문 장관 중의 장관이었다. 올해도 조짐이 수상하다. 미세먼지가 걷히고 파란 봄 하늘이 자태를 보이자, 음원차트에 '벚꽃엔딩'이 또 입성했다. 6일 오후 1시 현재 22위. 앞으로 아지랭이 피어오르고 진달래 개나리에 이어 벚꽃까지 피게 되면 더 가관이리라. 어쨌든 '벚꽃엔딩'은 봄에 저절로 듣고 싶어지는 계절송의 완벽한 표본이 됐다.


'벚꽃엔딩'의 이같은 선전은 하루가 멀다 하고 신곡이 쏟아져나오는 요즘 가요시장에서는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인기가 하도 하늘을 찔러 비가 자주 내린다는 농담까지 돌았던 몇몇 톱 아이돌그룹도 잠시 한눈 팔다 금세 미끄러져 버린 곳이 이 가요판 아닌가. 또한 버스커버스커처럼 기타, 베이스, 드럼이라는 전형적인 3인조 밴드의 음악이, 댄스곡과 발라드, 힙합과 OST가 4분할한 가요시장에서 이처럼 해를 이어 '먹히는' 것도 이례적이다. 내로라하는 유명 작사, 작곡가들 20여명이 히트곡을 양산해내는 이 '과점' 가요시장에서, 밴드의 자작곡이 거둔 통쾌한 승리로까지 비춰진다. 그것도 봄, 벚꽃, 바다, 첫사랑 등 너무 흔하고 친숙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이야깃거리로 일궈낸 값진 승리!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벚꽃엔딩'의 차트 재입성은 우리 가요팬들이 그동안 '음악'과 '노래'가 주는 원초적인 감동에 얼마나 허기졌었는지 극명하게 보여준, 그래서 한없이 속상해지는 사례다. 섹시 대결, 노출경쟁을 일삼는 걸그룹들의 뮤직비디오는 절대 전해줄 수 없는 그런 쾌감과 감동. 한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합을 맞춘 보이그룹들의 군무, 혹은 힙합퍼들의 겉모양만 운을 맞춘 가식적인 라임은 선사할 수 없는 그런 풍윤한 감동. 천만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제가 'Let It Go'가 2월 월간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것도 따지고 보면 이 '감동'의 결과 아닌가. 지난해 조용필의 '바운스'와 '헬로', 이승철의 'My Love'를 들으며 팬들은 얼마나 감격했나. 맞다. 팬들은 예전 고 김현식의 '내사랑 내곁에', 고 김광석의 '거리에서', 패닉의 '달팽이', 브라운아이즈의 '벌써 일년', 거북이의 '비행기', 임재범의 '여러분' 등이 선사한 그 진한 감동을 요즘 노래에서 다시 느끼고 싶은 것이다.

'..오늘은 우리 같이 걸어요 이 거리를/ 밤에 들려오는 자장노래 어떤가요/ 몰랐던 그대와 단 둘이 손잡고/ 알 수 없는 이 떨림과 둘이 걸어요/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이/ 울려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벚꽃엔딩') '..여수 밤바다 이 바람에 걸린 알 수 없는 향기가 있어/ 너에게 전해주고파 전활 걸어 뭐하고 있냐고/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여수밤바다')


올 봄에는 '벚꽃엔딩' 한 곡만이 다시 찾아왔지만, 내년 봄에는 제2, 제3의 '벚꽃엔딩'이 한 100곡쯤 다시 울려퍼지길.

김관명 기자 minji200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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