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AS 주최' 한창원 "오디오쇼도 결국 디테일싸움"(인터뷰)

김관명 기자 / 입력 : 2014.03.1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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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파이클럽 한창원 대표 인터뷰


하이파이클럽. 오디오 좀 한다는 이들에게는 거의 한번쯤은 들렸을 인터넷의 '오디오 성지'다. 지난 2000년 출범, 인터넷 1세대 커뮤니티 사이트로 15년을 진화해왔다. 서울국제오디오쇼(SIAS). 척박한 국내 오디오쇼 문화에서 올해로 4회째를 맞는 한국의 '오디오쇼 메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를 비롯해 뮌헨, 도쿄, 홍콩, 광저우 등 세계 유명 오디오디쇼를 꿈꾼다. SIAS와 하이파이클럽, 이 두 문화현상 뒤에 '오디오 마니아' 한창원씨가 있다. 하이파이클럽 운영자로 첫 회부터 SIAS를 주최해오고 있는 한국 오디오계의 파이오니어다. 2014 SIAS(4월25~27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호텔)를 앞두고 분주한 그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하이파이클럽 사무실에서 만났다.

-올해 SIAS는 예년(코엑스)과 다르게 호텔에서 열린다.


▶참가 신청사가 많아 부득이 장소를 옮긴 탓이 크다. 수입사, 제조사, 음반사 등 참가신청사가 70개는 넘었다. 브랜드로 따지면 300개다. 역대 최다다. 그리고 코엑스는 오디오쇼를 하기에는 너무 넓다. 방음이 안돼있기 때문에 오디오 시스템도 대형만 들어가야 한다. 잔치분위기는 나는데 가벽으로 분리된 옆방에서 나오는 소리가 다 섞인다. 도쿄오디오쇼도 코엑스 스타일이지만 차음이 완벽하게 돼 있다. CES의 경우 하이엔드 오디오쇼는 인근 베네시안호텔에서 열린다. 뮌헨쇼 역시 일부 하이엔드는 호텔에서 쇼를 진행한다.

-호텔 룸에서 하는 오디오쇼, 가정의 청취환경과 비슷할 것 같다.

▶원래 오디오는 디자인 단계 때부터 가정에서 사용될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다. 5~10평 공간에서 베스트 퍼포먼스가 나오도록 제작된 기기라는 것이다. 올해 SIAS는 장충동 앰배서더 호텔의 룸 100개 정도에서 진행될 예정인데, 모든 룸이 다 10평 미만이다. 천정도 넓고 다른 호텔보다 방 사이즈도 넓어 오디오쇼를 하는데는 최적의 환경이라고 본다. 각 브랜드별로 소수 인원에게 집중력 있게 시연이 가능해져 관람객과 더 친밀해질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올해 SIAS 컨셉트는 무엇인가.

▶원래 오디오쇼가 일반 오디오파일들을 위한 쇼이긴 하지만 신규고객 창출도 중요하다. 서울오디오쇼는 도쿄나 뮌헨, CES 등에 비하면 관람객이 젊은 편이다. 올해 SIAS에서는 젊은 관객은 하이엔드 오디오를 경험할 수 있고, 중장년층은 젊은이들이 애용하는 헤드폰의 세계를 접할 수 있을 것이다. 내년부터는 국내 오디오제작사를 해외 바이어들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다.

-오디오쇼 성공의 관건은.

▶2011년 첫회 9000명이었던 관람객이 2012년 1만2000명, 2013년 1만5000명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2만명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결국 디테일싸움인 것 같다. 명품과 가품의 차이는 결국 마무리에서 결정된다. 재봉선의 완성도 같은 것 말이다. 애플이 기판의 배선까지 꼼꼼하게 따져 만든 덕분에 명품으로 인정받듯이 SIAS도 정말 작은 부분까지 신경써야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관람객 동선을 고려해 부스를 배치한다던가, 오디오쇼가 끝난 다음 참가사들의 디테일한 행사사진을 전부 보내준다던가. 지난 3년은 어쩌면 예행연습이었다.

(올해 SIAS는 하이엔드 오디오(하이엔드오디오, PC파이, 스마트오디오, DAC, 케이블, 전원장치, 액세서리 전시 및 시연, CD-LP-DVD-블루레이 판매), 헤드폰&모바일(도킹스테이션, 소형오디오, 뮤직센터 포함), 이벤트(신제품발표회, 강연회, 공연, 세미나, 카메라 전시, 와인 시음회 및 판매)로 나뉘어 진행된다.)

-개인적인 삶도 궁금하다. 하이파이클럽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사실 대기업의 컴퓨터프로그래머였다. 물론 오디오가 취미였고. PC통신 전성기인 1998년 천리안 하이파이동호회 대표시샵을 지냈고, 인터넷 시대가 열리자 충성도 높은 동호회 회원들을 인터넷으로 끌어오고자 회사를 그만두고 2000년에 하이파이클럽을 만들었다. 동호회 하면서 사람 만나고 하는 게 좋았다. 2003년에는 미국 스테레오파일 한국어판도 냈었다. 2007년부터는 하이파이클럽 성격을 오디오 전문정보를 제공하는 이매거진과 리뷰사이트로 바꿨다. 오프라인 전시장도 있고, 공동구매도 하고, 일부 브랜드에 대해서는 판매원 역할까지 한다. 시청회는 벌써 110회가 넘었다.

-어쩌다가 오디오의 세계에 들어오게 됐나.

▶중학교 때부터 세운상가에 가는 게 재미있었다. 고교생때 오디오테크니카 카트리지로 LP를 들었다. 정식 오디오를 구입한 것은 제대후 대학생 때였다. 처음 산 게 로저스 스피커에 뮤지컬피델리티 A25 인티앰프였다. 지금은? 업이 되고나니까 심드렁해지는 면이 없지 않아 있다. 대장간에 과도가 없다고나 할까.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세계적인 초하이엔드 시스템을 수시로 들어볼 수 있으니, 오디오파일 입장에서 나처럼 부럽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도 싶다.

-기억에 남는 오디오 매칭은.

▶2006년인가 루멘화이트 스피커에 다질 앰프 조합, 이를 계기로 오디오 세계가 한 세대 업그레이드 된 것 같다. 오디오 1세대는 1950~60년대 웨스턴일렉트릭(WE)이 주도한 소위 빈티지 시대, 2세대는 60년대 매킨토시, 마란츠 시대, 3세대는 80년대 크렐, 마크레빈슨 초창기 모델 시대, 그리고 4세대는 다질 등 요즘 나오는 하이엔드 오디오 시대로 구분되는 느낌이다. 중간에 첼로나 심오디오처럼 구분이 애매한 시기도 있었고. 그러다 2000년대 중반 테너, 다질 , FM어쿠스틱 같은 신생브랜드가 나오면서 4세대가 시작됐다. 재생음이 굉장히 사실적이고 음색이 매우 화려해졌다. 3세대가 내추럴(natural)과 뉴트럴(neutral)을 추구하면서 음을 억제했다면, 4세대는 음의 정보량이 엄청 많아지면서 50~60년대 과거 오디오 세대로 회귀한 것 같다. 정보량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다질 앰프의 주파수 대역은 0~100만Hz다. 3세대는 20만Hz까지였다. 스피커 역시 틸, 윌슨오디오 같은 3세대 스피커는 구동이 어려웠다. 이에 비해 요즘 4세대 스피커는 울리기가 쉬어졌다. 능률(감도)도 높아지고.

-요즘은 다시 LP, 아날로그 사운드가 각광받고 있다.

▶오디오는 연속된 시그널(음악신호)을 듣는 것이다. 디지털은 이를 완벽히 재현할 수가 없다. 아무리 디지털 스펙이 32비트에 샘플레이트 384kHz까지 올라가도 과연 LP를 능가하는 소리가 나올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디지털은 값이 싸니까 간 것이지 음이 좋아서 간 게 아니다. LP에서 CD, CD에서 DVD로 가면서 소리가 점점 나빠졌다. 하지만 노이즈와 음질열화가 아날로그의 최대 약점인 것은 맞다. 또한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이 컴퓨터와 융합해가는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보면 내 원래 직업이 컴퓨터 프로그래머였으니까 이 모든 게 나로서는 숙명인 것 같다.

-좋아하는 음악 장르가 있나.

▶클래식, 재즈, 가요 가리지않고 듣는다. 클럽음악까지 듣는다. 하이파이클럽 시청회에서 가요를 틀어주면 "왜 비싼 오디오에 이런 가요를 듣냐?" 이러는 사람이 있다. 나는 이렇게 묻고 싶다. "그러면 비싼 음악은 뭡니까. 베토벤인가요?" 이게 다 잘못된 편견이라고 본다. 시청회에서 고 김광석, 이은미 음반도 자주 소개한다. 소리가 정말 잘 나와준다.

-오디오란 뭔가.

▶음악은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는 것이다. 이별을 했는데 석양은 지고 이때 라디오에서 지글지글 거리며 음악이 나올 때 빠져드는 것처럼. 그리고 오디오란 이런 내 감정을 바꿔줄 수 있는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라고 본다. 음악의 선율에 내 몸을 다 맡기게 해주는 것, 이게 하이엔드 오디오인 것 같다.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김관명 기자 minji200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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