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최단기간 천만 돌파..약인가, 독인가②

[스타뉴스 10주년 기획]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4.09.2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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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한국극장가에는 '명량'이라는 잭팟이 터졌다. 147억원이 투입된 '명량'은 한국1354억원이라는 역대 최고 흥행수입을 올렸다. '명량'은 1750만명을 동원하며 역대 최단 기간 천만 돌파 등 한국영화 흥행 신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명량'이라는 대박이 터지자 한국영화계는 크게 두 갈래 흐름으로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2억 관객 시대를 이끄는 동력이라는 목소리와 최단 기간 천만 돌파는 스크린 독과점의 산물 인만큼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한 쪽에선 IPTV 등 VOD 시장이 커지고 있다지만 아직까지 극장 수입이 영화 흥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100억원대 영화가 제작되면 최단기간 많은 스크린을 확보해야 본전을 뽑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스크린 독과점이 아니라 스크린 쏠림현상이라는 것. 이런 방식이 아니면 한국영화 시장 상황에선 100억원 대 규모 영화를 제작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주로 메이저 투자배급사들이 이런 주장을 펼친다.

다른 쪽에선 특정영화에 스크린을 몰아주면서 다른 영화들이 공정한 기회를 얻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8월 극장가에 '명량' '해적' '군도' 3편이 상영관의 70% 이상을 차지했다면 명백한 독과점이라는 것. 그런 만큼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제작가협회는 대기업의 수직계열화로 스크린독과점 문제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명량'은 이런 주장들의 상징이다. 2006년에도 스크린 독과점 논의가 크게 일었었다. '괴물'이 한국영화 흥행 신기록을 모두 경신했을 때 스크린 독과점 논의가 크게 불거졌었다. 하지만 9년이 흘렀는데도 해결은커녕 상황은 악화되고 스크린 독과점 논의는 되풀이될 뿐이다. 스타뉴스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스크린독과점 공방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먼저 현재 극장가는 스크린독과점 상황인가, 의견은 엇갈린다. 극장을 보유한 투자배급사들은 스크린독과점이란 말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주장한다. 스크린독과점이라면 특정영화사 또는 배급사가 특정 극장에 자기들이 제작하거나 배급하는 영화들만 상영하라고 해야 할 텐데 그런 상황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필름으로 영화를 상영했을 때라면 배급사가 극장에 필름을 몇 개 주느냐로 줄 세우기를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디지털 프린트로 완전히 바꿨기에 극장에서 얼마나 상영할지는 온전히 극장에서 결정한다는 것.

조영용 CJ E&M 배급팀장은 "CJ E&M이 배급하는 영화들을 CGV에서 우선적으로 트는 경우는 없다. 극장도 수입을 내야하기에 더 흥행이 잘 될 것 같은 영화를 우선 한다. 어떤 영화인지, 언제 개봉하는지에 따라 극장이 선택을 하지 배급이 좌우하는 시대가 아니다"고 말했다.

극장도 비슷한 소리를 한다. 오희성 롯데엔터테인먼트 영업기획팀장은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들 생각하지만 CJ나 롯데나 자사 영화들이 자기 극장에서 더 거는 일은 없다. 흥행이 되는 영화가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반면 영화제작자들은 생각이 다르다. 이은 제작가협회장은 "'명량' '군도' '해적'이 극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면 명백한 독과점"이라며 "대기업 영화들이 자사 극장에서 더 많이 상영되는 게 분명한 현실이며 이런 현실은 공정한 경쟁을 못하게 한다"고 말했다.

스크린 쏠림현상에 대한 진단도 다르다. 극장에선 1년에 특정영화에 스크린이 몰리는 건 3~4편에 불과하며, 성수기 2~3달 뿐이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900여편의 영화들이 개봉했는데 쏠림 현상이 일어난 건 5편 미만인데 어떻게 독과점이 될 수 있냐는 것. 뿐만 아니라 1년 열 두 달 중 극장에서 흑자를 기록하는 건 최성수기 2~3달 뿐이며 그 수입으로 나머지 적자를 보는 달들을 보전해야 하는데 성수기에 쏠림현상을 막으면 극장 연매출이 적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독과점을 주장하는 측의 진단은 또 다르다. 백일 울산과학대 교수는 지난 16일 열린 한국영화시장 독과점 현황과 개선 세미나에서 "한국영화산업은 극장소비 중심 독과점 구조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백일 교수는 "지난 2012년 총 70편의 영화 중 영화 중 손익분기점을 넘은 영화는 23편에 불과하고 모두 독과점 구조 하에 개봉한 영화들"이라며 "한국영화 시장은 현재 독과점 구조에 편입돼야 성공할 수 있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시장 자체가 독과점 구조이기에 스크린 쏠림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

진단이 다르니 해결책도 다르다. 스크린독과점을 주장하는 측은 대기업 수직계열화를 막아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본다. 최용배 영화제작가협회 부회장은 "대기업이 영화상영업자인 경우 영화상영업을 할 수 없게 하고, 복합상영관에서는 동일한 영화를 일정 비율 상영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오희성 롯데 팀장은 "영화상영업과 영화배급업을 분리하면 특정영화 쏠림현상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상영업과 배급업을 분리하면 돈이 되는 영화에 몰아주는 현상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유지되는 경쟁질서가 완전히 무너져 정글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

양측이 전혀 다른 진단을 하기에 스크린독과점 논란은 계속 제자리를 맴 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은 점점 더 변하고 있다. CJ E&M과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NEW 등 메이저투자배급사가 장악하고 있는 새로운 투자배급사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는 것.

10월 극장가에는 CJ E&M(마담 뺑덕), 롯데엔터테인먼트(맨홀), 쇼박스(우리는 형제입니다) 등 메이저 투자배급사 뿐 아니라 씨네그루(나의 사랑 나의 신부), 메가박스㈜플러스엠(제보자), 프레인글로벌(레드카펫), 이십세기 폭스코리아(슬로우 비디오) 등 신생 배급사들이 경합을 벌인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에서 만든 배급사 리틀빅픽쳐스는 11월 '카트'를 배급할 계획이다.

플레이어들이 늘고 있기에 게임의 법칙이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변화의 목소리가 커지자 공정거래위원회도 스크린독과점 문제를 살피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수직계열화를 포함한 영화산업 불공정 관행에 대한 조사를 9월 중 마무리할 계획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8년 멀티플렉스 등이 극장요금을 담합했다며 69억원의 과징금을 부여하기도 했다.

과연 생색내기용 과징금을 부가할지, 영화산업에 새로운 게임의 법칙을 제시할지, 스크린독과점 논란을 둘러싸고 영화계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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