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비 "영화 '스물' 속 내 얼굴, '생얼'이에요"(인터뷰)

김소연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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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유비/사진=임성균 기자
배우 이유비/사진=임성균 기자


"우리 오빠가 어제 XX이 쳤어! 오빠도 쳐?"

이 민망한 대사를 배우 이유비(25)만큼 맛깔나게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또 있을까. 영화 '스물'은 남자들의 영화다. 갓 스무 살이 된 동갑네기 세 청년의 선택과 시행착오, 그리고 우정과 사랑을 런닝타임 내내 쫓아간다. 여기에 대세 김우빈, 강하늘, 이준호가 뭉쳤으니 이들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이 세 남자 사이를 통통 튀어 다니는 한 여자에게 눈이 간다. 소희 역을 맡은 이유비다. 소희는 극중 경재(강하늘 분)의 여동생이다. 소희는 19살 미성년자이지만 발칙하고 유쾌하며 사랑 앞에서도 솔직한 캐릭터다. '스물'의 김우빈과 이준호, 연출자 이병헌 감독까지 입을 모아 "소희 그 자체였다"고 칭찬한 이유비를 만났다. 그리고 그들의 칭찬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배우 이유비/사진=임성균 기자
배우 이유비/사진=임성균 기자


첫째 이유비는 소희만큼 솔직했다.


극중 소희와 경재가 한 살 터울 남매였던 것처럼 이유비는 김우빈, 이준호, 강하늘과 실제로 1살 차이가 난다. 이준호, 강하늘과는 같은 90년생이지만 이들이 빠른 생일인 만큼 "오빠로 하기로 했다"고. 불과 몇 달 먼저 태어났지만, 오빠 노릇을 톡톡히 했던 이들에게 이유비는 "오빠들에게 보여주려 더 아무렇지 않은 척 센 대사를 했다"고 19금 대사의 뒷이야기를 고백했다.

"'XX이'라는 표현을 제가 언제 입에 담아봤겠어요. 처음 보는 순간 '헉'했죠. 그렇다고 '이거 못 하겠어요' 하는 것도 웃기잖아요. 가식 같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오빠들이 너무 저를 아이 취급하는 거예요. 그래서 센 대사를 할 때 허세를 더 부려봤어요."

둘째로 거침이 없었다.

이유비는 의성어와 의태어를 풍부하게 쓰는 배우였다. 그리고 이런 표현에는 거침이 없었다. KBS 2TV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 송중기와 MBC '구가의서' 유연석에 이어 세 번째 오빠가 된 강하늘에 대해 "토닥토닥해줘야 할 것 같은 오빠였다"며 "여기에 하늘 오빠가 경재의 지질한 면도 잘 표현해줘서 몰두할 수 있었다"고 말해 폭소케 했다.

캐스팅에 대해 이야기 할 때에도 "감독님이 하고 싶은 역을 골라보라고 해서 정말 고민해서 은혜를 꼽았더니 '풋'하고 웃으시며 '넌 소희'라고 말했다"며 섭섭했던 상황을 소개했다.

"감독님께서는 나중에 '소희를 쓸 때 유비를 생각하고 썼다'고 하셨는데, 그 전에 저에게 빈말로 물어보시더라고요. 넷 중 가장 하고 싶은 게 누구냐고요. 4명의 여자 캐릭터가 다 매력이 있어서 정말 열심히 고민하고 은혜를 찍었는데 '풋'하시는 거예요. 그래도 전 여전히 나쁜 여자 이미지를 좋아해요. 멋있잖아요."

배우 이유비/사진=임성균 기자
배우 이유비/사진=임성균 기자


셋째로 표정이 다양하다.

이유비의 큰 눈은 인터뷰를 하면서 여러 번이나 더 커졌다. 당시 상황이 좋았는지, 나빴는지가 오롯이 표정에 다 드러났다. '스물'에서 시선을 사로잡았던 깜찍한 표정들은 연기가 아니었다.

그중에 압권은 김우빈의 표정을 따라하며 "유비야"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유비는 "김우빈 오빠가 소속사 동생을 관리하는 느낌으로 많이 챙겨주신다"며 "제가 어디선가 까불고 있으면 어디선가 특유의 표정과 말투로 '유비야'라고 부른다"고 돈독한 관계를 드러냈다.

"우빈 오빠와는 데뷔 초 MBN 시트콤 '뱀파이어 아이돌'을 같이 하기도 하고요. 같은 소속사라 그런지 잘 챙겨주세요. 가끔 동생 대하듯 혼내기도 하고, 고민 상담도 들어주고요. 그래서 우빈 오빠 앞에 서면 작아지는 느낌이에요. 이번 현장에서도 제가 까불까불하면 '유비야'하면서 '스읍'하더라고요"

극중 소희는 미대 입시생이었지만 실제론 음대 입시생이었던 이유비에게 "학원에서 로맨스가 있었냐"고 묻자 금세 시무룩한 표정을 보였다. 혹독한 입시 준비 끝에 이화여대 성악과에 입학했던 이유비는 "저의 고3은 연습하고, 공부하고의 반복이었다"고 아쉬워했다.

"미술학원에 좋아하는 오빠와 함께 다니면 천국일 것 같아요. 전 그러지 못했어요. 저의 고3은 그저 치열했던 것 같아요. 공부하다 노래하고, 연습실에서도 못나오고. 고3은 정말 불쌍한 것 같아요."

배우 이유비/사진=임성균 기자
배우 이유비/사진=임성균 기자


넷째로 가식이 없다.

이유비는 중견배우 견미리의 딸이다. 또 여동생 이다인 역시 배우의 길을 가고 있다. 여배우 3명이 한 집에서 같이 살아가고 있는 것. 이유비는 어머니와 동생에 대해 "만나면 서로 옷갖고 싸운다"며 "연기에 대해선 별로 얘기하지 않는 것 같다"고 일상 생활에 대해 말했다. 고상한 여배우의 이미지를 위한 가식은 엿볼 수 없었다.

"저희 셋 모두 체구가 비슷하다 보니 서로의 옷장에서 옷 찾기에 바빠요. 엄마는 '내 꺼 왜 가져가냐'고 하시고, 전 동생한테 '내 신발 신지마'라고 하죠.(웃음) 화장품은 엄마껄 바르고 싶은데 못 바르게 하세요. 비싼 거라고요. '내가 네 나이 땐 비누로만 세수했다'면서요."

극중 '스물'에서 고3 수험생 소희를 연기하기 위해서도 가식 없이 노메이크업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대학 입시에 지친 소희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다. 여배우로서 쉽지 않은 결심이었지만 이유비는 담담했다. "어차피 큰 스크린에서 보면 화장을 했는지, 안했는지 다 보인다"며 "그냥 아무 것도 안 발랐다"고 밝혔다.

마지막 다섯째로 열정적이다.

이유비가 성악과에 진학했던 건, 배우가 되길 바라지 않았던 견미리의 뜻 때문이었다. 하지만 무대에 서서 노래하고, 연기하는 것이 좋았던 이유비는 견미리 몰래 오디션을 봐 왔고, 지금의 소속사와 계약을 맺었다. 동우의 마음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소희와 맞닿는 부분이다.

2011년 데뷔해 어느덧 연기자가 된지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연기에 대한 이유비의 열정은 변함이 없다. 여전히 "이름보다는 극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며 "저에게 '초코'라고 불러주시는 분들을 보면 반갑다"고 말했다.

"제 이름보단 배역 이름으로 불리는 게 좋아요. 가장 기분 좋은 칭찬은 '그 사람이 너였어?'라는 거 같아요. '착한남자' 초코가 '구가의서' 청조인지 몰랐다는 얘길 들으면 진짜 기분이 좋아요. '스물'을 보신 분들이 저와 마주친다면 이유비가 아닌 소희라고 불러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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