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60일 만에 승리' LG 장진용의 반전드라마, 이제 시작이다

마산=한동훈 기자 / 입력 : 2015.04.27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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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장진용. /사진=스타뉴스





"선발 욕심은 나죠. 하지만 보직은 상관없어요. 1군에 오래 남아서 많이 던지고 싶어요."


프로 11년차 LG 트윈스 투수 장진용의 말에 간절함이 묻어났다. 장진용은 지난 25일 경기에서 프로 데뷔 첫 선발승을 거뒀다. 2005년 4월 17일 광주 KIA전 구원승 이후 3660일 만의 승리이기도 했다.

10년 만에 거둔 승리였지만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했다. 대전에서 동시에 진행됐던 SK-한화전이 워낙 극적으로 끝났고 빈볼 시비가 있었던 이동걸도 그 경기서 데뷔 첫 승리투수가 됐기 때문이다. 토요일이라 취재진도 별로 없었다.

다음 날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은 장진용 인터뷰를 요청했다. 장진용은 아직 얼떨떨해 보였다. 더그아웃에서 인터뷰가 부담된다며 안쪽 샤워장 앞에 빈 공간으로 취재진을 이끌었다. 아직 자신이 당당하게 남들 보는 앞에서 인터뷰를 할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나중에 10승하면 그때 당당하게 하겠다"며 웃었다.


2004년 배명고를 졸업하고 LG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할 당시만 해도 장진용은 촉망받는 강속구 투수였다. 140km/h 중후반에 이르는 공을 던졌지만 2005년 발목 부상을 당하며 고난이 시작됐다. 2009년과 2010년에는 상무에서 2년 연속 퓨처스리그 다승왕을 차지하며 부활을 하는 듯 했으나 이번에는 팔꿈치 통증이 발목을 잡았다. 타자 전향까지 고려했다가 수술 끝에 다시 마운드에 섰다.

"처음에 아팠을 때는 재활 좀 하고 회복하면 되겠지 했다. 그런데 수술을 하고 또 아프니까 거기서 사람이 좀 미치더라. 진짜 야구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부모님을 생각하고 가족을 생각하니 쉽게 내려놓지 못하겠더라. 재활을 열심히 해서 이렇게 던질 수 있게 됐다"며 지난 세월을 돌아봤다.

투수를 시작하게 된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장진용은 원래 고2때까지 투수를 해본 적이 없었다. "고2 마지막 캠프였다. 그때도 야수로 훈련하고 있었는데 감독님이 투수들이 너무 못 던지니까 니가 올라가서 1이닝만 던져보라고 하더라. 그런데 처음 던진 공이 140km/h가 나왔다. 보자마자 감독님이 '너 이제부터 투수해라'라고 하셨다"며 좌중을 웃음에 빠뜨렸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제구력에 올인했다고 한다. "감독님께서 저는 볼이 빠르지 않으니까 무조건 무릎 높이로 던지는 걸 연습하라고 하셨다. 직구든 변화구든 전부 다 무릎 높이에서 놀도록 훈련했다. 강속구에 대한 미련은 당연히 있지만 이제와서 스피드를 올리려다 보면 제구 밸런스도 깨질 위험이 있다. 지금 밸런스가 좋다. 스피드는 또 올리고 싶다고 올려지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올해 목표는 1군 생존이다. "시즌 전에는 막연했다. 선발 경쟁을 했는데 막연하게 로테이션에 들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우연찮게 자리가 났다. 그 자리에 들어가서 잘 던져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선발 욕심은 물론 있지만 보직은 상관없다. 기회를 주실 때 언제든지 나가서 최대한 많은 경기, 많은 이닝 던지며 좋은 모습 보여드리는 것이 목표다"라 담담히 말했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이동현이 지나갔다. "왜 샤워도 마음대로 못하게 이런 곳에서 인터뷰를 하느냐"며 눙쳤다. 당당하게 밖에서 하지 왜 구석에서 하느냐는 이야기였다.

3660일 만의 승리 기념구는 류택현 투수코치가 챙겨줬다.

'큰 사람이 되어라!'고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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