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웃기 시작한 '야신', 그리고 '건강'

김우종 기자 / 입력 : 2015.04.2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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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김성근 감독이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OSEN





한 달 사이 그의 표정은 '180도' 바뀌어 있었다. '야신' 김성근 감독. 그는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맑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특유의 유머러스함과 재치 있는 발언이 계속 이어졌다.


2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 이날 오후 6시 30분 열릴 예정이었던 한화 이글스와 KIA타이거즈의 경기가 굵은 비로 인해 취소됐다. 비록 경기는 취소됐지만 양 팀 선수들은 가느다란 빗방울을 맞으면서 팀 훈련을 소화했다. 그리고 양 팀 사령탑들도 경기장으로 나와 자리를 지켰다.

최근, 한화의 기세가 대단하다. 한화는 넥센(1승1패)과의 개막 2연전을 시작으로 두산(1승1패)-NC(2패)-LG(2승1패)-롯데(1승2패)-삼성(1승1패)-NC(2승)-LG(1승2패)와 차례로 맞붙었다. 이어 24일부터 26일까지 홈에서 열린 SK와의 3연전에서는 모두 승리, 2013년 4월 NC전 이후 738일 만의 스윕을 달성했다.

아울러 한화가 SK를 상대로 시리즈 3연전을 모두 가져간 것은 2006년 5월 이후 무려 3265일 만이었다.


'12승 10패'. 승률 0.545. 한화의 올 시즌 12승 중 6승이 역전승이었다. 그 중 3차례 경기에서 끝내기 승부가 펼쳐졌다. 게다가 한화는 비교적 약체로 평가받는 kt와 아직 경기도 치르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당당하게 5할 승률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김성근 감독은 "이용규와 3,4,5번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이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또 김회성이 적시 때 잘해주고 있다"면서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권혁이 확실하게 해줬다는 점이다. 또 박정진도 함께 잘해줬다. 이 쌍두마차의 역할이 컸다. 또 나 역시 선수들의 특색을 알기 시작했다. '이럴 때 이렇게 하는구나'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분석했다.

올해 한국 나이로 74세인 김성근 감독은 지난 3월 크게 아팠던 적이 있다. 시범 경기 첫 날인 지난 3월 7일 LG와의 홈경기가 끝난 뒤. 김성근 감독이 대전 숙소에 머물던 중 갑자기 왼쪽 하복부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자정이 지나면서 통증이 더욱 심해졌다. 결국 김성근 감독은 8일 새벽 3시께 기사를 불렀고, 2시간이 걸려 서울 삼성서울병원 응급실로 이동했다.

'천만다행'이었다. 응급실 도착 후 검사 결과, 일종의 긴급 장염 판정을 받았다. 이후 김 감독은 대전과 원정 장소에서 삼성서울병원을 오가며 장염 치료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단식을 하면서 체중은 7kg이나 빠졌다. 그러나 그는 이 사실을 밖에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최측근만 알고 있었고, 지난 4월 보도를 통해 알려지게 됐다.

사실, 지난 3월 말과 4월 초 때만 해도 김성근 감독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치열한 경기도 경기였지만, 부상 선수의 속출과 건강 문제 등으로 힘든 나날을 보냈다.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도 단답형 답변만 오갔을 뿐 어떤 유머나 웃음 등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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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원정 감독실에서 김성근 감독이 취재진을 맞이하고 있다. 한결 밝아진 그의 표정이 보인다. /사진=김우종 기자





그런 노(老) 감독이 약 한 달 사이에 완전히 바뀐 것이다. 김 감독은 이날 SK전 당시, 특별하게 한 행동(징크스 등)이 있냐는 질문에 "경기가 끝난 뒤 밤에 숙소까지 1시간 동안 걸었다. 3일 내내 그랬다. 전날(27일)에도 걸었다. 오늘은 낮에도 걸었다. 걷지 않으면 이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라도 걸어야 계속 (끝까지)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 후 1시간 걷기'. 치열한 승부 속에서 그나마 짬을 내 할 수 있는 유일한 '건강' 유지를 위한 '운동'이 아닐까.

이날 김 감독은 '대전구장이 주말에도 꽉 찰 것 같다'는 이야기에 "경기장을 더 크게 넓혀야겠네"라며 취재진에 웃음을 선사했다. 또 SK전에 약했던 유먼이 4일 휴식 후 SK전 등판을 자원했다면서 "요새 선수들 내 말 잘 들어"라고 나지막이 말했다.

그리고 28일 밤. 한화보다 순위표 위에 있던 롯데는 넥센에 4-8, 함께 4위에 있던 SK는 NC에 6-8로 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반면 이날 하루 휴식을 취한 한화는 12승 10패(승률 0.545)를 유지, 6년여 만에 단독 3위로 올라섰다. 야신이 이날 밤 광주 어딘가를 걸으면서 또 한 번 웃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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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성근 감독이 미소를 보이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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