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의 만남] 김인식 감독 "당연한 야구가 이기는 야구"

김재동 기자 / 입력 : 2015.07.0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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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프리미어 12 국가대표팀 감독이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KBO= 김창현 기자


‘독이 든 성배’

국가대표 야구감독 자리를 두고 요즘 흔히 표현하는 말이다. 태극마크의 영광 뒤에 숨은 ‘잘해야 본전, 못하면 욕바가지’인 현실을 은유했으리라.


6일 KBO 기술위원장실에서 만난 김인식(68) 프리미어 12 국가대표팀 감독은 벌써 4번째 이 잔을 받았다. 6일이 마침 프리미어리그 12를 대비한 첫 기술위원회가 열린 날이라 회의 내용을 물었다. “뭐 있겠어, 앞으로 잘하잔 얘기했지.아, 오른손 투수가 너무 없단 얘긴 다들 하더만”

김감독은 9월10일 1차 엔트리 45명 명단제출일까지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선수들을 살필 계획임을 밝히면서 7월20일께 대회요강이 나오면 그때 다시 기술위원회를 소집, 구체적인 선발 방향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WBC 경우도 2009년 대회를 보면 1라운드 75개, 2라운드 85개 등 투구수 제한을 두는가 하면 13회 승부치기 등 WBC만의 대회요강을 둔 바 있는데 이번 프리미어12도 그와같은 별도의 대회요강을 마련하기 때문에 요강이 확정돼야 선수구성의 방향을 잡을 수 있다고 부연한다.

코칭스태프 구성에 대해 묻자 “뭐가 그리 급해, 이제 첫 기술위원회 열었구만” 하면서도 기술위원의 코칭스태프 기용 가능성과 함께 주루코치의 경우는 현장서 뛰고 있는 젊은 코치들을 기용할 뜻을 밝혔다.


해외파 선수들의 호출과 관련해선 “아무래도 메이저리그 쪽은 구단쪽이 소극적일 것이다”며 추신수 강정호의 합류가 어려울 것임을 예상하면서 “그쪽도 그렇고 일본쪽도 일단 KBO차원에서 접촉을 해봐야 알 수 있겠지”한다. 프리미어 12 자체가 WBSC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메이저리그가 주도한 WBC와 경쟁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어 메이저리그쪽의 협조를 끌어내기가 만만치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KBO리그의 일정에 따른 우려도 있다. “한 일주일 합숙훈련을 생각하고 있고 11월 8일 삿포로에서 일본과 개막전을 치르려면 11월6일엔 넘어가야되는데 아무래도 한국시리즈 올라간 팀 선수들은 합숙엔 참가못하겠지”하면서 선수단 구성의 애로점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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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감독이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곡동 KBO 회의실에서 열린 프리미어 12기술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KBO= 김창현기자


대충 오전의 기술위원회 관련 내용을 듣고 본격적으로 묻는다. 다시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맡게된 소감과 경위에 대해서.

“독이 든 성배라.. 글쎄 뭐 그렇게 볼 수도 있겠는데 나 개인으로선 영광스럽지. 나라를 대표한 팀을 이끈다는게 어디 보통 영광인가“한다. ”건강이 염려돼서요“하니 ”재활치료 끝난진 오래됐고 전기치료 3개월 받던 것도 끝났고 요즘은 1시간씩 혼자 걷기운동하는 정돈데. 아무리 바쁘다고 그 운동이야 거르겠어? 물론 집에선 걱정들을 많이 하긴 하지만..“한다.

굳이 감독직을 맡은 이유에 대해서 “총재로부터 제안 받았는데 부담됐지. 부담이 되지 않을수 있나. 총재께서도 많은 고민하셨겠지. 일정상 리그 감독들이 양쪽을 다하긴 부담스러운게 틀림없으니까 총재도 몇사람 생각했던 모양인데 내 입장에선 공교롭게 내가 기술위원장이고 어차피 KBO에서 결정을 내려줘야하니까.. 누가 이걸 하려고 하겠어? 잘해야 본전인데”

대표팀 감독직에 대해 “영광스러울 뿐‘이라곤 했지만 그에게도 ’잘해야 본전‘이란 부담감도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책임져야할 KBO의 기술위원장이란 직함도 작용했음을 시사한다.

4개월간 고생을 각오한다는 김인식 감독. 그 고생이 걱정되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슬그머니 전화기를 꺼내 문자 하날 읽어준다 “또 고생길 시작하셨네. 파이팅! 이제 내가 점심 먹으러 가야겠네” 누구 문자인지 물어보니 김성근 감독이 보낸 문자라고. ‘점심 먹으러 가야겠네’란 대목의 의미를 묻자 “그간은 그 형님이 바빠서 항상 내가 밥먹자고 찾아갔는데 인제 그 형님이 밥먹자고 나 찾아오겠단 얘기야”한다. 현장 복귀의 소소한 기쁨이 느껴진다.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일본은 꼭 잡겠다”했던 발언에 대해 물어보니 “다 잡아야지. 일본만 잡아서야 어쩌겠어. 아마 방송사쪽에서 강조하다 보니 그랬던 것 같아”한다. 그래서 굳이 2009년 WBC결승서 이치로에게 결승타를 맞았던 이야기를 꺼내보았다. 확실히 그대목은 응어리로 남아있는지 살짝 한숨도 흘린다. “그건 다시 말해도 내 잘못이고 그래서 하나 배웠잖아. 벤치의 사인은 분명해야 한다는거”

WBC 준우승이란 큰 성과를 올리고도 당시 결승전의 결과는 설왕설래를 불러일으켰다. 연장10회 2사2,3루서 마무리 임창용은 전타석까지 5타수 3안타를 치고있던 이치로를 만났고 볼카운트 2-2에서 이치로에게 결승 2타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당시 거르라는 사인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진실게임까지 벌어지는 논란이 있었다.

“그 전에 2000년 한국시리즈서도 똑같은 실수를 해놓고 또 그런 실수를 한거야. 평범한 야구를 한다는게 참 쉽지않은 일이더라구”

2000년 당시 김인식감독의 두산은 플레이오프 3차전까지 1승2패로 잠실라이벌 LG에 끌려가다 4~6차전을 내리 따내 4승2패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1~3차전을 내리 내주며 짙은 패색을 드리우다 4~6차전을 거푸 따내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드라마를 써냈다.

그리고 맞은 7차전. 현대는 2회 퀸란의 우중월 2루타로 선제 2득점을 했고 이에 맞서 두산은 4회초 공격서 우즈의 솔로포와 강혁의 적시타로 다시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맞은 4회말 수비 1사 1,3루. 타석에 들어선 2타점의 주인공 퀸란은 두산으로선 필히 걸러보내야할 선수였다. 두산 선발 조계현이 퀸란을 맞아 던진 공 3개에 퀸란은 용케 방망이를 갖다대며 파울을 만들어냈다. 볼카운트 투스트라이크 노볼이면 투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 조계현은 4구째 변화구를 던졌고 퀸란의 방망이는 여지없이 돌아 좌중월 스리런 홈런을 만들어냈다.

“두차례 다 나는 ‘볼로 걸러라’라는 사인을 냈지. 근데 그럴 일이 아녔어. 거르려면 확실히 포수를 일으켜 세워 걸렀어야 돼. 야구를 하다보면 그런 당연한 야구를 잊는 경우가 많더라고. 사실은 당연한 야구야말로 비장의 수가 되는데 말이지”

반백년 야구만 해온 야구고수가 평생 잊지못할 회한의 2게임을 통해 획득한 깨달음이다. 당연하고 평범해서 수 같지 않은 수를 김인식 감독은 그렇게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설명하고 강조한다.

그렇게 당연한 야구의 힘을 터득한 고수 김인식 감독의 대표팀이 돌아오는 11월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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