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파란만장' 작 피더슨, 타율과 출루율의 아이러니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5.08.28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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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기 슬럼프에 빠져 있는 작 피더슨. /AFPBBNews=뉴스1







최고 신인왕 후보에서 올스타전 스타, 그리고 벤치 워머로.


LA 다저스의 센터필더 작 피더슨(23)이 파란만장한 루키시즌을 보내고 있다. 시즌 첫 89게임에서 20홈런을 때려내며 2.6 fWAR를 기록하는 인상적인 활약으로 다저스가 왜 지난 오프시즌 맷 켐프를 트레이드하면서까지 그를 붙박이 중견수로 쓰려고 했는지를 알게 해줬던 피더슨은 전반기 맹렬한 스타트를 앞세워 신인으로 올스타로 뽑힌 뒤 올스타전 홈런더비에서 결승까지 오르며 전국구 스타로 이름을 알렸다. 전문가들은 그와 시카고 컵스의 크리스 브라이언트가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놓고 다툴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그는 후반기 들어 바닥이 보이지 않는 깊은 슬럼프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결국 얼마 전엔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에 의해 주전 중견수 자리마저 엔리케 에르난데스에 내주고 벤치로 밀려났다. 이미 올스타전 이전부터 슬럼프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던 피더슨은 7월 중 타율이 0.169, 8월 타율은 0.122까지 곤두박질했고 이로 인해 후반기 타율이 0.163, fWAR는 0.1에 그치고 있다. 한 마디로 선수들 파업 시 대신 경기에 동원되는 대체선수급 이라는 이야기다.

사실 타자로서 피더슨의 특징은 잘 칠 때에도 삼진 횟수가 많고 타율은 나쁘다는 것이다. 전반기에 20홈런을 때려내는 동안 그의 타율은 0.230(300타수 69안타)에 그쳤고 무려 107회나 삼진을 당해 삼진 비율이 29%에 달했다. 하지만 그는 저조한 타율과 많은 탈삼진이라는 심각한 핸디캡을 엄청난 파워와 수많은 볼넷을 골라내는 뛰어난 선구안으로 보완했다. 전반기에 그는 58개의 볼넷을 골라내 볼넷 비율이 15.3%에 달했고 이는 메이저리그 외야수 가운데 3위에 해당됐다.


그렇다면 후반기에 들어 극도의 슬럼프에 빠진 피더슨의 성적은 어떨까. 언뜻 생각하면 이처럼 엄청난 슬럼프에 빠졌으니 삼진 비율은 더 높아지고 볼넷을 골라내는 횟수는 뚝 떨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타자가 슬럼프에 빠지면 투수의 볼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되고 그로 인해 슬럼프가 길어지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 흔히 나오는 현상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피더슨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후반기 피더슨의 삼진 비율은 전반기와 마찬가지로 29%선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볼넷 비율은 17%로 오히려 올라갔다. 이로 인해 8월 중 피더슨의 출루율은 0.413으로 준수하다. 8월 중 그의 타율이 0.122(41타수 5안타)에 불과한데 출루율이 4할이 넘는 완전히 기형적인 성적이다. 이 기간 중 볼넷을 무려 20개나 골라낸 피더슨의 빼어난 선구안과 인내심 덕이다. 그의 8월 성적을 다른 달과 비교하면 타율은 단연 바닥이지만 출루율은 4월에 0.461의 출루율을 기록한 이후 가장 높다, 타율이 1할대 초반인 선수가 출루율은 4할을 넘는 것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경우다.

그렇다면 이렇게 투구를 잘 보고 잘 골라내던 선수의 타율이 곤두박질한(애초 잘했을 때도 그리 높은 타율은 아니었지만) 이유는 무엇일까. ‘베이스볼 서번트’ 사이트에 따르면 그 이유는 그의 타구 속도(Exit velocity)에서 찾아볼 수 있다. 피더슨은 전반기 내내 타구가 배트를 떠나는 속도가 시속 90~103마일대로 메이저리그 평균을 훨씬 상회했으나 무슨 이유에선지 후반기에 들어와선 86~88마일대로 메이저리그 평균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한마디로 타석에서 공을 방망이에 맞출 때에도 정통으로 세게 맞추지 못한 채 약한 타구를 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그의 BABIP(볼을 때렸을 때 타율)이 전반기 0.282에서 후반기에 0.218로 떨어진 것에서도 알 수 있다. 타구 자체가 약하니 안타가 되지 못하고 잡힐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이런 현상을 피더슨이 홈런만을 노리는 스윙을 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홈런 치기 좋은 투구만 기다리다 보니 삼진과 볼넷은 많고 어쩌다 스윙을 할 경우 정타보다 빗맞은 타구가 맞아 타구 스피드는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 메이저리그 투수로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라디오 해설자인 래리 앤더슨은 얼마 전 다저스와 경기 중계도중 “피더슨이 홈런만을 치려고 한다. 내 생각에 그는 대단히 이기적인 선수”리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슬럼프에도 불구, 피더슨을 벤치로 돌린 매팅리 감독의 결정에 대해선 많은 의문이 대두되고 있다. 단순히 피더슨을 벤치로 돌린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를 대체하는 방법에서 뚜렷한 대책이 없음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매팅리 감독은 엔리케 에르난데스를 피더슨 대신 중견수로 기용하고 2루에 체이스 어틀리, 그리고 피더슨이 비운 1번 타자를 유격수 지미 롤린스에 맡기고 있다. 문제는 롤린스가 선두타자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롤린스는 올 시즌 1번타자로 나선 경기에서 타율 0.236, 출루율 0.297을 기록 중이다. 반면 피더슨은 올 시즌 0.214/0.357을 기록중이고 특히 8월 중엔 0.122라는 타율에도 불구, 출루율은 0.413으로 4할을 훌쩍 넘고 있다. 타율은 낮더라도 출루율이 훨씬 높은 피더슨을 두고 출루율이 3할도 안되는 롤린스가 선두타자로서 더 적합한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기본적으로 매팅리 감독은 롤린스를 선두타자로 씀으로써 팀에서 출루율이 가장 낮은 타자를 가장 출루를 많이 해야 할 타순인 선두타자로 기용하고 있다. 총 연봉이 3억달러가 넘는 팀에서 뭔가 단단히 잘못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5연패로 휘청거리던 다저스는 이번 주 약체 신시내티 레즈를 상대로 3연승을 거두며 안정을 되찾은 듯 보인다. 하지만 이번 주말 뜨거운 상승세의 팀 시카고 컵스와 3연전에 이어 다음 주 초엔 바짝 따라오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3연전 등 난적들과 6연전을 치러야 한다. 더구나 최근 10게임 연속안타 행진을 이어가던 야시엘 푸이그는 27일(현지시간) 레즈와 최종전에서 오른쪽 햄스트링(허벅지 뒤쪽 근육)을 다시 다쳐 한동안 결장이 예상된다. 뭔가 계속 엇박자로 가고 있는 다저스로선 일대 고비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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