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걸스 선미 "내 마지막 종착지는 결국 원더걸스"(인터뷰)

박한빛누리 기자 / 입력 : 2015.08.29 07:40 / 조회 : 7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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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걸스 선미 /사진제공=더스타


패션매거진 더스타 화보 촬영장에서 원더걸스를 만났다. 데뷔 9년차 걸그룹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겸손했다. 촬영이 끝나면 주변 스태프들에게 90도로 인사를 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를 계속해서 말했다. 수년 동안 원더걸스 팬이었지만 그날 이후로 더 좋아졌다. 선미는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었다. 꺄르르 웃으며 연신 하이파이브를 해댔고 먼저 와서 말을 걸기도 했다. 그녀와의 인터뷰도 그랬다. 밝은 분위기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는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발랄하지만 남모르게 속앓이도 하며 고민이 많은, 스물네 살 선미의 이야기.

▶ 쇼케이스 때 봤어요. 많이 긴장한 것 같던데.

- 맞아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것도 처음이고, 원더걸스로는 정말 오래만이잖아요. ‘No Body’ 이후로 첫 활동이거든요. 걱정이 많았어요. 그게 티가 났어요?

▶ 조금요. 원더걸스에 다시 합류하니까 좋죠?

- 네! 저는 ‘보름달’ 활동을 하면서 이번 앨범을 준비했어요. 제가 솔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이미 예정되어 있었어요. 저도 회사도 '결국 마지막 도착지는 원더걸스다'라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 밴드 콘셉트는 어떻게 나온 거예요?

-사실 '밴드콘셉트를 하자!' 해서 한건 아녜요. 먼저 유빈언니가 드럼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리듬감을 키우기 위해서요. 그리고 혜림이가 어쿠스틱 기타를 취미로 배우기 시작했어요. 저는 예전부터 베이스 기반의 음악을 좋아했거든요. 멤버들이 배우니까 저도 따라서 배웠어요. 그러다보니 모여서 합주를 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이어졌어요.

▶ 제일 늦게 시작한 거죠? 하루에 몇 시간씩 얼마나 연습했어요?

-하루 종일 했어요. 개인연습하고 합주하고 레슨 받고 그리고 또 집에 가서 기타를 쳤어요. 멤버들이 새벽에 시끄러워서 잠을 못자겠다고 할 정도로. 하루에 열 몇 시간 더한 적도 많아요. 그렇게 일 년 반 정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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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걸스 선미 /사진제공=더스타


▶ 제법 굳은살이 많이 생겼겠어요?

- 사람들이 제 손을 보고 실망을 많이 해요. 너무 멀쩡하거든요. 저도 아주 미세하게 굳은살이 잡혀있긴 한데, 너무 작아요. 그래도 이것보다는 더 열심히 했어요. 보이는 게 없어서 섭섭해요. 사람들은 드라마틱한 걸 원하잖아요.

▶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한번쯤 뛰쳐나가면서 울었다면서요.

- 한번 뿐만이 아니겠죠?(웃음) 저는 혼자서 많이 울었어요. 자신한테 너무 실망스러워서요. 누군가는 저보고 이상이 너무 높다고 해요. 하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잖아요. 그럴 때 멘붕이라고 하는 게 와요. 그럴 때마다 그냥 저는 방에 혼자 들어가서 자책을 해요. 그런 성격이에요. 보여 지는 것과 많이 다르죠?

▶ 맞아요. 너무 밝아서 슬픔 따윈 없을 것 같은데. 그럼 그걸 극복하는 방법이 있어요?

- 아니요. 극복을 못해요. 그렇게 자고 일어나고 극복이 안 된 채로 계속 또 뭔가를 하는 거예요. 저도 그게 고민이에요. 이런 제 성향이 언젠가는 발목을 붙잡을 것 같거든요.

▶ 즐거웠던 기억도 있잖아요.

- 작사, 작곡할 때 너무 좋았어요. 처음이었거든요. 다들 의심해요. '누가 만들어준 곡에 숟가락만 얹었을 거야'라고. 흰색 도화지에 원더걸스가 그림을 그렸어요. 정말 모든 곡에서 저희의 감성이 고스란히 드러나요. 팬들은 의아해해요. 이런 감성으로 뭔가를 할지는 몰랐다고.

▶ 어떤 감성이죠?

- 제가 작업한 곡은 '사랑이 떠나려할 때'와 'Rewind'. 멤버들이 다 댄스곡을 쓰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조금 더 뭔가 사람들이 공감을 할 수 있는 가사로 멜로디로 그런 감성으로 쓰고 싶었어요. 특히 '사랑이 떠나려 할 때'는 뭔가 텅 빈 듯한 공허함이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정말 그렇게 나왔어요.

▶ 가사를 들려줄 수 있어요?

-'함께 걷던 길이 오늘따라 달라요. 쓸쓸해 보이는 게 날 많이 닮았네요.' 이런 가사가 있어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이죠. 그래서 누군가는 책을 많이 읽고 영화를 많이 보고 간접경험 많이 한 사람이 쓴 것 같다고 했어요.(웃음)

▶ 이렇게 여린 사람인지 몰랐어요.

- 무대에서도 고민이 많아요. 음악을 느끼면서 나오는 표정이 진짜여야 하는데, 가끔은 연기를 하려고 올라간 건지 무대를 하려고 올라간 건지 헷갈릴 때가 있어요. 그런 면에서 많이 부족하다고 느껴요. 때로는 생각이 많아져서 무대를 망칠 때도 있어요. 그래서 요즘은 무대에 아무 생각 없이 올라가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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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걸스 선미 /사진제공=더스타


▶ 이번 앨범에서 특히 더 그럴 것 같아요.

- 우리끼리 합주실에서 정말 열심히 연습했는데 무대에서 연주한 건 처음이었어요. 무대의 공기가 너무 압도적이에요. 사운드 출력도 다르고, 합주실에서 듣던 소리가 공연장에서는 다르게 들려요. 저는 드럼을 왼쪽 귀로 들으면서 베이스를 쳐요. 근데 무대에서 인이어라는게 생겼어요. 저는 드럼 소리를 듣고 쳐야하는데 안 들리잖아요. 근데 인이어를 빼면 제 목소리가 안 들려요. 그 모든 상황이 어렵죠. 멤버들끼리 "가면 쓰고 버스킹을 해볼까" 이런 얘기도 했었어요. 그만큼 실전이 중요한 건데 그게 부족했죠. 합주실에서 한 것보다 반도 안 나왔어요.

▶ 무지외반증으로 발이 아파서 한동안 고생했잖아요. 많이 나아졌어요?

- 많이 좋아졌어요. 그래도 아프긴 아파요. 힐을 한동안 안신다가 정말 오랜만에 신었는데 베이스까지 메야 하니까 무겁더라고요. 악기 중에 베이스가 제일 무겁거든요. 그래도 참을만해요. 괜찮습니다. 힛!

▶ 이번 앨범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어요?

- 안 우는 것. 사람들 앞에서 안 울고 싶어요.

▶ 가수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 어떤 길을 가더라도 원더걸스는 항상 순탄치만은 않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재한 우리를 보여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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