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보낸 LG, 초강수 가능했던 배경은

한동훈 기자 / 입력 : 2015.11.27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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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안익훈. /사진=LG 트윈스 제공





LG 트윈스가 전직 주장 이진영을 40인 보호명단에서 제외했다. 국가대표 출신 국민우익수로 FA 계약기간도 남아있는 상태라 LG는 엄청나게 파격적인 결단을 내린 셈이다. 형식적이고 말 뿐인 세대교체가 아니라 직접적이고 가시적인 세대교체를 위한 과감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진영은 27일 열린 KBO 2차 드래프트서 kt 위즈의 1순위 지명을 받았다. LG가 보호 하고자 하는 40명에 포함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언뜻 충격적인 결과로 보이지만 LG 외야진을 살펴보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판단이었다. 2013년과 2014년 신인드래프트서 2년 연속으로 1라운드에 외야수를 뽑으며 외야 개편의 의지를 보였던 LG가 드디어 과감한 칼을 뽑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과거 LG의 외야진은 빅5라 불릴 정도로 화려했다. 이택근, 이대형, 박용택, 이진영, 이병규(9) 등 전원이 주전급이었고 이들을 모두 타선에서 활용하기 위해 일부는 1루 수비까지 겸업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은 팀을 떠나거나 30대 후반으로 접어 들었음에도 후계자들은 나오지 않았다.

신진급 선수들이 이들 베테랑의 기량을 뛰어넘지 못하면서 정체는 계속됐다. 2014시즌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서 청소년국가대표 중견수 배병옥을 뽑았지만 키워보지도 못한 채 kt 특별지명에 빼앗겼다. LG는 급기야 지난 시즌을 마치고 내야수 출신인 김용의와 문선재를 외야로 돌려 전략적으로 육성했다. 2015 신인드래프트에서도 LG는 1라운드서 외야 전천후인 안익훈을 뽑아 외야 세대교체에 대한 의지를 표출했다.


세대교체가 이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결코 짧지 않았던 기간의 노력은 서서히 빛을 드러냈다. 먼저 안익훈이 수비에서 가장 큰 두각을 드러냈다. 안익훈은 올해 5월 1군에 데뷔했는데 그 전부터 양상문 감독이 "수비만큼은 1, 2군 전체 최고수준"이라 칭찬할 정도였다. 실제로 안익훈은 고졸 루키답지 않게 넓은 수비 범위와 빠른 발, 수준급 타격 능력을 선보여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다.

올해에는 부상으로 시즌을 완전히 망쳤지만 이병규(7)도 타격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좌익수 자리를 꿰찼다. 2014년 16홈런 87타점 OPS 9할5푼5리를 기록해 붙박이 외야수로 거듭났다. 부상관리와 풀타임 소화가 관건이지만 올 시즌을 반면교사 삼아 2016년을 대비한다면 좌익수 자리에는 이병규(7)만한 선수가 없다.

그리고 LG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박용택이 아직도 건재하다. 풀타임 외야수로 뛰기는 어려운 나이가 됐지만 지명타자와 번갈아 출전한다면 역시 든든하다. 또한 올해 타격에서 엄청난 잠재력을 보인 서상우 역시 외야수 후보 중 하나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정주현도 2루와 외야수를 겸업할 수 있는 자원이고 앞서 언급한 김용의, 문선재 외에 채은성도 LG가 키워야 할 외야수다.

결론적으로 외야의 현재와 미래를 모두 갖춘 LG가 이진영을 포기한 건 냉정하고도 현실적인 판단이었다. 게다가 올해에는 통산 타율 3할3리에 훨씬 못 미치는 2할5푼6리에 그쳤다. 이진영이 팀을 옮겨 엄청난 활약을 한다면 비난의 화살은 피하기 어렵겠지만 대신 보호한 선수들을 잘 키워서 결국 옳은 결정이었음을 증명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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