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우가 말하는 나이듦, 사랑, 결혼, 그리고 '좋아해줘'(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6.02.11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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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우/사진제공=CJ E&M


나이듦이란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해가 거듭될수록 떡국 먹는 게 두려워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여배우에게 나이듦이란 남자배우와 또 다른 벽이다. 어느 순간 만인의 연인에서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로 불리게 된다. 워낙 여배우를 활용하는 작품이 적은 탓이다.

최지우(41)에게도 그 벽은 어느 순간 찾아왔다. '지우히메'란 이름으로 한류 톱스타로 군림하던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누군가의 엄마와 아내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 저항하는 마음이 없었을 리 없다. 그래도 가는 세월 막을 사람이 어디 있겠나. 최지우는 대신 사랑하는 엄마가 됐다.


최지우는 드라마 '두번째 스무살'에서 대학생 아들을 둔 엄마로 등장했지만 여전히 새로운 사랑을 만났다. 그랬던 최지우가 영화에선 올드한 사랑을 나눈다. 최지우는 17일 개봉하는 옴니버스 영화 '좋아해줘'에서 마흔을 앞두고 난처한 상황에 빠진 스튜어디스로 출연한다. 회사에선 상사에 아부하는 후배들에 치이고, 그놈의 회사 때려 치고 사업을 하려 했으나 사기당하고, 오갈 데가 없어지면서 본의 아니게 자신의 집 세입자와 홈 쉐어링을 하게 된다.

조건 좋은 연하의 의사에게 혹하지만 이래저래 챙겨주는 세입자가 싫지는 않다. 최지우는 '좋아해줘'에서 상대역 김주혁과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를 한다. 여전히 사랑 이야기지만 환상보단 이젠 현실이다. 최지우는 그렇게 벽을 넘어서고 있다.

-세미 다큐인 '여배우들'을 제외하곤 10년만에 영화 출연인데.


▶TV드라마만 하겠다는 건 아니었는데 하다보니깐 그렇게 됐다. 오랜만에 영화를 하게 되니 재밌더라. 단독 주연영화라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데 옴니버스라 부담도 적었다. 무엇보다 시나리오가 재밌었다. 로맨틱코미디를 좋아하기도 한다. TV드라마에서 짙은 멜로를 많이 했으니 영화에선 다른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다.

-그동안 TV드라마에선 여신 같은 이미지가 많았다면 '좋아해줘'에선 털털한 모습인데.

▶영화에선 약간 실제 내 모습 같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상대역인 김주혁이 큰 도움을 줬다. 옴니버스다 보니 계속 찍는 게 아니라 띄엄띄엄 찍었는데 김주혁이 현장을 아주 즐겁게 해줬다. 김주혁이 매번 애드리브를 했는데 그걸 내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였다. 예컨대 주혁 오빠가 키스를 하려다 "내일 하자"고 하는 장면은 애드리브였는데 그걸 내가 덮치듯 먼저 키스를 했다. 그런 식의 장면들이 많았다.

-영화 속에서처럼 결혼에 대한 환상은 사라졌나.

▶결혼을 하고 싶고, 결혼에 대한 환상이 있던 시기는 이미 지났다.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 정도.

-나이가 들면서 어느 순간부터 누군가의 엄마나 아내, 이런 역할을 주로 맡게 되는데 저항감은 없었나.

▶저항감은 당연히 있다. 그건 남자배우나 여자배우나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만 여배우는 더 외모에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이 차이랄까. 예전에는 피부과도 안갔는데 요즘은 가고,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칠십을 먹어도 멜로를 하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두 번째 스무살'과 '좋아해줘'를 같이 찍었는데.

▶지금까지 두 작품을 동시에 찍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두 번째 스무살'에서 애 엄마 역할을 제안 받았을 때는 처음엔 "뭐야"란 마음이 내 안에 없지 않았다. 그런데 이야기가 너무 재밌었다. 이야기가 재밌다면 애 있고, 유부녀 상관이 없더라. '좋아해줘'도 마찬가지였다. '두 번째 스무살' 찍다가 쉬는 날, '좋아해줘'를 찍는 식이었다. 몸은 힘들었는데 '좋아해줘' 현장을 가면 김주혁 오빠가 너무 자연스럽게 해줘서 즐겁게 촬영했다.

-'좋아해줘'에서 상사에게 어쩔 수 없이 아부를 떠는 처세술을 하게 되는데. 살면서 최지우만의 처세술이 있었나.

▶그렇게는 잘 못한다. 표정이 얼굴에 그대로 나오기 때문이다. 싫은데 억지로 하면 얼굴에 다 나온다. 그래서 싫으면 피하거나 안 보는 편이다.

-'좋아해줘'는 옴니버스 영화라 풋풋한 사랑을 하는 강하늘-이솜 커플과 한류스와 드라마 인기작가의 이야기인 유아인-이미연 커플, 그리고 현실적인 사랑을 하는 최지우-김주혁 커플로 구성됐다. 어떤 이야기가 끌리나.

▶강하늘-이솜 커플처럼 밀당의 설렘은 너무 오래 전 일이라.(웃음) 그리고 유아인-이미연 커플 이야기처럼 첫 눈에 반했던 적은 없었다. 오래 보고 정이 가는 사람에게 더 끌리는 편이다.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도 다 그랬고. 아무래도 나와 주혁 오빠 이야기는, 뭐랄까 남자 사람 친구에 대한 이야기다. 남자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나이가 들면 이성이지만 친구인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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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우/사진제공=CJ E&M


-'좋아해줘' 가제는 '해피 페이스북'이었다. SNS를 통해 사랑을 하고 관심을 갖도록 하는 이야기인데. 정작 최지우는 SNS는 안하는데.

▶그게 세대와 사람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유아인은 SNS를 소통의 도구로 생각하는데 김주혁 오빠는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생각한다. 난 중간 정도다. 눈팅만 한다. 부지런한 성격이 못 되서 사진 찍는 것도 잘 못하고, 혹시나 다른 여파를 줄까 두렵기도 하다. 요즘은 SNS에 올린 게 다 기사가 되기도 하니깐.

-영화 속에선 연하 남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일부러 자신을 꾸민다. 어떤 면에선 배우, 특히 여배우의 삶과도 비슷할 것 같은데.

▶마음가짐의 문제 같다. 예전엔 예쁜 모습만 보여야하고,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분명 있었다. 그런 시대적 분위기도 있었고. 그래서 나서지 말자는 생각도 했었다. 할까, 말까 싶으면 그냥 가만히 있자를 선택했었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냥 편해졌다. 사람을 대하는 것도, 촬영 현장에서도, 나이가 드는 것도, 스스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이제는 피부과에도 가야 하지만 그것 또한 즐겁게 감수하고 있다.

-10년 전 '연리지'를 찍을 때는 필름으로 찍던 시대였다. '좋아해줘'는 디지털로 찍었고. 많이 다르던가.

▶정말 많이 다르더라. 요즘 영화 촬영현장은 12시간 촬영을 준수하더라. 밤샘 촬영을 하는 드라마를 찍다가 영화 촬영장에 가면 농담 삼아 "영화 정말 좋다"고 했었다. 예전 필름 시절에는 영화 찍는 게 불편하기도 했다. 감정을 이어가야 하는데 필름으로 찍다보니 필름을 바꾸면 감정이 툭 끊기곤 했다. 그래서 나랑 안 맞는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요즘 영화 촬영장은 디지털이다보니 그런 점에서 참 좋더라.

-'좋아해줘'에선 푼수끼나 넘치는데.

▶푼수보다는 털털하다고 해달라.(웃음) 예능을 하면서 실제 내 모습을 많이 보여줬고, 그런 모습들을 좋게 봐주시는 것 같더라.

-'꽃보다 할배'에서 인연을 맺은 이서진과 연애를 몰아가는 분위기도 있었는데. 실제 둘이 광고도 많이 찍었고.

▶방송 같이 한다고 다 연애를 하나. 이서진은 재밌고 좋은 오빠다.

-이제 나이가 나이다 보니 오지랖 넓은 사람들이 결혼 언제 하냐고 많이 물을텐데.

▶촌스런 질문이다. 하고 싶다고 하는 것도 웃기고, 안 한다는 것도 웃기다. 인연에 따라 다를 것 같다.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와 계약 기간이 끝나가는데. 재계약을 하나.

▶한 번 인연을 맺으면 오래 가는 편이다. 매니저도 10년 넘게 일하고 있고, 스타일리스트와도 20년째 하고 있다.

-다음 작품은. 여전히 사랑하는 이야기인가.

▶애 엄마고 제안을 하고, 불륜도 제안을 하더라.(웃음) 상황이 나를 만드는 것 같다. 내가 어떻게 변할지는 나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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