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같은 보직' LG 우규민·봉중근 이야기

한동훈 기자 / 입력 : 2016.02.2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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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우규민(왼쪽), 봉중근. /사진=LG트윈스 제공





"서로 날려 먹어도 보고 지켜주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그럴 일이 없겠네요."


LG 트윈스 우규민(31)과 봉중근(36)이 돌고 돌아 같은 임무를 맡았다. 봉중근이 LG의 에이스였던 시절, 우규민은 마무리였고 우규민이 에이스인 시절에는 봉중근이 마무리였다. 2016시즌, 봉중근이 선발투수 복귀를 선언하면서 둘은 입단 후 처음으로 같은 보직을 맡게 됐다.

LG의 2차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에서 만난 우규민은 그 때를 떠올리며 "서로 날려 먹어도 보고 지켜주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그럴 일이 없겠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워낙 경험이 많고 베테랑이다 보니 선발로 돌아와서도 제 몫을 다할 것"이라며 봉중근에 대한 강한 믿음을 드러냈다.

2007년 해외파 특별지명으로 LG 유니폼을 입은 봉중근은 2010년까지 선발투수로 활약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는 3시즌 연속 10승, 170이닝을 돌파하며 선발 마운드를 지탱했다. 우규민은 그때만 해도 구원 전문이었다. 2007년에는 무려 30세이브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던 2012년, 둘이 역할을 맞바꿨다. 2010년 경찰청에 입대한 우규민은 선발 수업을 받으며 새로운 경지에 눈을 떴다. 2011년 퓨처스리그서 '15승 무패'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쓴 뒤 LG 복귀 후 선발투수가 됐다. 반대로 봉중근은 2011년 팔꿈치 수술을 받고 긴 이닝 소화가 어려워 2012년부터 마무리투수가 됐다.

'선발' 우규민은 2013년부터 3년 연속 10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했고 봉중근 역시 3년 연속 20세이브를 돌파하며 뒷문을 든든히 지켰다.

하지만 2015시즌 도중 봉중근은 다시 본래의 역할로 돌아가길 원했다. 수술을 받은 지도 4년이 지나 긴 몸 상태도 완벽해졌다. 세월이 흐르며 파워가 떨어져 마무리보다는 선발투수가 더 적합하기도 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2016년, 둘은 처음으로 같은 역할을 맡아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중이다.

봉중근은 "개인적으로 가장 친하기도 하고 아끼는 후배지만 우리도 서로 경쟁한다. (우)규민이가 겉으로는 '아~ 존경하는 선배님'이라고 말은 하는데 내가 가진 기록들을 다 깨고 싶어 한다. 저 또한 말은 안 했지만 올해는 경쟁이다. 서로 승부욕이 있기 때문에 규민이가 잘 던지면 나도 더 잘하고 싶을 것이다"라며 웃었다.

덧붙여 후배 칭찬도 잊지 않았다. "지금은 내가 존경해야 한다. 볼넷을 20개 미만으로 던지는 투수는 없다. 볼넷 적고 평균자책점 높은 건 나도 할 수 있다. 규민이는 공격적으로 던지면서 그만큼 평균자책점도 낮다. 대단한 기록이다. 내가 선배지만 본받아야 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강상수 LG 투수코치에 따르면 우규민, 봉중근 외에 류제국까지 현재 선발투수진의 페이스는 예년보다 훨씬 빠른 편이다. 지난해 부진과 봉중근의 합류 등 여러 요소가 선발진에 경쟁과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모양새다. LG는 올해 이 토종 3인에 소사, 그리고 아직 뽑지 못한 외국인투수 1명으로 로테이션을 구성할 계획이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리그 최고의 선발진 구축이 가능하다. 9년 만에 같은 보직을 맡게 된 두 선수의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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