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 '야신' 김성근 감독과 AI '알파고'가 맞붙으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6.03.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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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바둑의 신(神)'급인 이세돌 9단이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3연패 후 1승, 그리고 최종 5차전에서 패해 1승 4패로 AI(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에 졌다.


세기의 바둑 대결은 첫판에 인간이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에 패하는 충격적인 일대 사건으로 시작해 마지막에는 이제 알파고가 더 진화하면 한판이라도 이길 수 있을까하는 의문으로 막을 내렸다.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 1승이라도 한 것에 큰 위안을 삼고 있다.

글쓴이는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와 마찬가지로 5차전으로 치러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승부를 지켜보면서 한국에서 '야구의 신(神)'으로 불리는 김성근 감독(74)과 알파고가 같은 조건, 동일한 'KBO 리그' 한화의 1군 엔트리 27명을 가지고 지난 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두산(감독 김태형)과 5연전을 한다면 누가 이길까 의문을 가져보았다.

야구는 3승을 먼저 하면 이번 이벤트성 대결인 이세돌 9단-AI 알파고전과는 다르게 4,5 차전이 없이 끝난다. 그래서 무조건 5연전을 한다고 가정하고 AI '알파고'는 감독 역할을 맡는다. 김성근 감독이 지휘하는 한화가 김태형 감독의 두산을 상대로 몇승을 거둘 수 있을까? 동일한 선수단으로 알파고 감독이 두산과 맞붙으면 김성근 감독보다 더 많은 승리를 따낼까?


야구에서 감독이 감독 고유의 능력으로 따낼 수 있는 승수는 2~3승, 아무리 많이 잡아도 5승 이내라는 것이 정설이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감독의 실수로 지는 경기가 더 많을 수도 있다. 메이저리그가 선수단 전력 구성을 단장(GM)이 전권을 가지고 책임지고 감독(Manager)이 주어진 선수들로 훈련을 시키고 라인업을 구성해 경기를 하는 형태로 역할이 나뉘어 있는 반면 한국프로야구와 일본 등 아시아 야구는 감독이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KIA와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지바 롯데 등을 거친 투수, 세스 그레이싱어는 "메이저리그에서 '매니저(Manager)'라고 부르는 감독을 일본에서는 '간도쿠'라고 한다. 같은 말 같지만 그 의미는 완전히 다르다. 메이저리그는 단장(GM)이 구단 운영권을 쥐고 있다. 감독은 선수단만을 집중 관리한다"라고 설명하며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리그 감독은 다르다. 메이저리그의 감독(Manager)과 단장(GM)의 기능이 더해진 절대적인 권력을 감독이 휘두른다. 그리고 빅 마켓(Big Market)의 구단일수록 감독의 권한은 더 커진다"고 덧붙인 바 있다.

2002년 한국시리즈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한국시리즈 우승의 숙원을 풀기 위해 삼성은 해태 타이거즈에서 9회나 우승을 한 김응룡 감독을 영입했다. 첫해는 준우승에그친 김응룡 감독의 삼성은 2002시즌 페넌트레이스 1위를 차지하고 한국시리즈로 직행했다. 상대는 정규시즌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김성근 감독의 LG였다.

4위 LG는 준플레이오프에서 현대, 그리고 플레이오프에서 KIA를 꺾고 지칠 대로 지친 상태로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왔다. 결국 김성근 감독의 LG는 김응룡 감독의 삼성에 2승 4패로 져 준우승에 머물렀다. 당시 6차전 승리 후 삼성 김응룡 감독은 "야구의 신(神)과 싸운 것 같았다"고 김성근 감독을 추켜세워 '야신(野神)'이 탄생했다.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를 치르면서 김성근 감독은 한 수 빠른 투수 교체와 한 점씩 끈질기게 따라 붙는 작전으로 상대의 허점을 끊임없이 파고들었다. '김성근 감독이 대비할 수 없었던 것은 상대 타자의 홈런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치밀하고 집요한 야구를 구사했다. 결국 6차전에서 김성근 감독의 LG는 삼성 이승엽-마해영의 홈런에 무너졌다.

로봇 공학의 전문가인 한스 모라벡은 "체스를 할 때 어른 이상의 실력을 발휘하는 컴퓨터를 만들기는 쉽다. 그러나 지각이나 이동 능력을 비교할 때 한 살 짜리 아기 정도의 능력을 가진 컴퓨터를 만드는 것은 어렵기도 하고 불가능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체스에 이어 인간의 무한한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바둑에서도 AI 알파고에 패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야신' 김성근 감독과 AI '알파고' 감독의 대결은 VR로 불리는 '가상의 현실'을 만들어서도 가능해진다. 오준호 카이스트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 센터장은 "이제는 로봇이 육체 노동에 이어 정신 노동까지 가져갈 것이다. 추론 능력은 로봇이 더 뛰어나다. 그렇다면 사람은 더 창의적인 일에 집중하면 된다"고 밝혔다. 김성근 감독이 야구 경기에서 알파고 감독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보여줄 것인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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