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 시애틀 이대호의 출산 휴가를 보는 시각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6.03.2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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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시애틀 매리너스 유니폼을 입고 30대 중반의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있는 ‘한국형 거포’ 이대호(34)가 이틀 간 출산 휴가를 떠났다가 애리조나 피오리아 캠프로 복귀했다. 그는 22일 구단으로부터 출산 휴가를 받고 아내 신혜정씨가 있는 시애틀로 가 아들의 탄생을 지켜보았다. 첫 딸에 이어 둘째가 아들이다. 시애틀은 미 북서부 워싱턴 주에 있는 도시이다.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항공으로 3시간 거리에 위치해 이대호의 이동은 신체적으로 큰 무리가 없었다.

글쓴이가 주목한 것은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의 시각에서 ‘출산 휴가’라는 것이 다소 생소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대호는 스프링캠프 막판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 자리를 놓고 야구 인생을 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시애틀 매리너스 구단과 스캇 서비스 감독은 지극히 당연한 휴가로 받아들였다. 3경기 만에 팀에 복귀한 이대호는 24일 오클랜드와의 시범경기에 교체로 나서 2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이틀 간의 공백이 타격 감각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목표에 대한 도전 의식이 더 강렬해졌다고 한다.


메이저리그에는 ‘출산 휴가’ 외에도 희한한 휴가들이 존재한다. 야구 보다 가족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니까 심지어는 ‘입양 휴가(adoption leave)’를 신청하는 선수도 있었다.

지난 2006년 7월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1루수 셰이 힐렌브랜드는 아내와 함께 팀을 떠나 캘리포니아 주로 이동했다. 자신이 입양하기로 한 아이의 출산 예정일인 7월14일에 맞춘 것이다. 자신의 아내가 출산하는 것이 아니라 입양할 아이가 출산하는 것을 지켜보기 위한 것이었다.

토론토 구단은 시즌 중 휴가를 어떻게 처리할 방법이 없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휴가여야 대체 선수를 엔트리에 올렸다가 휴가 선수가 복귀하면 바로 교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협약에 ‘입양 휴가’는 없었다. 토론토 구단은 어쩔 수 없이 ‘장례 휴가(bereavement leave)’를 신청했는데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입양은 장례와 다르다며 휴가 리스트에 올려주지 않았다.

장례 휴가는 2003년 메이저리그에 공식 도입됐다. 가족이 세상을 떠났거나 위독한 상태일 때 선수가 팀을 떠나 상주가 되고, 조문을 하거나 위문을 할 수 있다. 3일에서 최대 일주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선수가 부상자 명단(Disabled List)에 오르는 것과 같아 구단은 선수가 장례 휴가를 떠났을 때 다른 선수를 등록해서 뛰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입양을 위해 팀을 이탈한 셰이 힐렌브랜드의 경우는 토론토 구단이 대체 선수를 쓸 수 없었다. 셰이 힐렌브랜드는 결국 입양 휴가로 인한 존 기본스 감독과의 갈등으로 대판 싸움을 벌이고 시즌 중 트레이드 되고 말았다.

이대호의 출산 휴가 경우는 스프링캠프 시범 경기 중이라 정규 시즌 페넌트레이스와는 상황이 다르다. 출산 휴가와 장례 휴가는 차이가 있다. 출산 휴가도 대체 선수를 보충할 수는 없다. 출산 휴가는 구단과 감독이 통상적으로 최대 3일로 예상한다. 그런데 4일 이상을 시즌 중 팀을 떠나 있는 경우가 있어 감독의 선수 운용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팀당 162경기 장기 페넌트레이스를 소화하는 메이저리그의 로스터는 25명이다. 한국프로야구 KBO리그는 26명이었다가 지난 해부터 27명으로 늘어났다. 메이저리그보다 선수 운용에 여유가 있는 편이다. 그래도 한국프로야구의 경우 출산 휴가를 3일 떠난다면 구단과 감독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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