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 한국 야구, 그리고 대의정치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6.04.16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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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이 끝났지만 프로야구 800만 관중을 목전에 둔 야구계를 대변할 후보는 찾아볼 수 없었다./사진= 뉴스1


13일 2016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열려 지역구 253석의 국회의원을 선출했다. 아울러 그 결과에 따라 비례대표로 47명의 국회의원도 결정됐다. 글쓴이는 오랜 기간 야구를 취재하면서 한 시즌 관중이 700만 명이 넘는 최고 인기의 프로스포츠 리그를 자랑하는 한국 야구계가 ‘왜 단 한명의 국회의원을, 비례대표로도 배출하지 못하는가?’ 의문을 가져 왔는데 이번에도 의미 있는 도전은 없었다.

축구계에서는 허정무(61)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가 새누리당 비례 대표를 신청했으나 순번에서 32번을 받으면서 자진 사퇴를 했다. 명확히 비례 대표 순위권 밖이었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 감독과 대한 축구협회 부회장으로 한국 축구 발전에 헌신한 허정무 감독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순번였던 모양이다.


야구계에서는 미국 메이저리그 아시아 출신 최다인 124승 기록을 세우고 일본프로야구를 거쳐 고향팀 한화 이글스에서 은퇴한 박찬호(43)가 야당 후보로 충청 지역 출마를 권유 받았으나 사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시와 그의 고향인 공주가 대상 지역이었다고 한다.

허정무 감독과 박찬호는 스포츠인이다. 정치인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떠나 스포츠인은 일부 기존 정치인들에 식상한 국민들에게 스포츠인의 순수(純粹)함과 정정당당한 도전(挑戰) 정신을 상기시켜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허정무 감독은 2014년 ‘도전하는 이는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에세이집을 출판하기도 했다. 박찬호는 LA 다저스에서 처음으로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후 첫 자서전 ‘헤이 듀드’를 냈고, 은퇴 후인 2013년 6월 ‘끝이 있어야 시작도 있다’는 책을 펴내며 자신의 야구 인생 30년을 정리했다. 당시 박찬호의 '새로운 시작'이 무엇일까 관심을 모았는데 분명 ‘정치’도 그 중 하나로 가능성이 크다는 평을 받았다.

실제로 20대 총선을 앞두고 박찬호의 출마설이 구체적으로 나돌았다. 글쓴이에게도 그 가능성을 확인하는 문의가 있었는데 ‘박찬호는 어떤 일이든 철저하게 준비를 하지 않고 스스로 야구계와 팬들, 더 나아가 국민들에게 최고의 봉사를 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지 않으면 단언컨대 그는 국회의원 출마를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대답해줬다. 예상대로 박찬호는 출마하지 않았다.


한국야구계에서 국회의원 출마와 비례대표와 관련해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야구인은 허구연(65) 한국야구위원회 야구발전 위원장이다. MBC 야구 해설위원으로서의 실력과 높은 인지도, 청보 핀토스 감독과 코치 경력, 야구 인프라 개선을 위한 노력과 헌신, 메이저리그 취재를 통한 국제적 스포츠 감각 등으로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도 오랜 친구이다. 그런데 허구연위원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1월 미국으로 메이저리그와 한국프로야구 스프링캠프 취재를 떠나 3월 말이 돼 귀국했다. 본인이 정치 참여 의사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쓸데 없는 구설수에 오르거나 오해를 받는 것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아예 한국을 떠나 있었다.

현대의 대의정치 아래서 8백만 관중을 목전에 둔 야구계가 그 성원을 대변할 대표 한명 못 내세우는 게 아쉽다. 야구장 인프라 개선및 비단 야구만이 아닌 스포츠 관련 법 제정 등 한국 야구와 스포츠 발전에 기여할 여지가 너무 많은데 말이다. 한국 축구가 정몽준 전 대한축구협회장의 국회의원 시절, 축구장 건설·한일 축구 월드컵 유치 등의 대단한 성과를 냈음을 누구나 잘 알고 인정하고 있다.

한국프로야구 KBO리그를 이끌고 있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구본능)는 내년 3월 예정인 제4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 본선 1라운드 경기 유치신청을 했다. 3월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고척 스카이돔이 있어서 가능한 신청이었다. 1·2라운드 유치를 동시 신청한 일본이 사실상 확정적인 상황에서 한 자리를 놓고 타이완과 경쟁을 펼치게 된다. 만약 한국야구계에 과거 축구의 정몽준 회장과 같은 거물 정치인이 있다면 WBC 대회 유치 역시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프로야구 출신으로 정치에 도전한 야구인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야구의 전설이 된 고 최동원이 부산 시의원에 출마한 적이 있고 한국프로야구 원년 한국시리즈 MVP 김유동(OB)이 인천에서 몇 번 도전해 모두 낙선했다.

필리핀이 배출한 세계적인 복서, 매니 파퀴아오는 8체급을 석권하면서 국민적 영웅이 됐다. 지난 9일 미 네바다주 라스베가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티머시 브래들리와의 은퇴경기에서 판정승을 거두고 링을 떠났다. 2010년 처음으로 필리핀 하원 의원이 됐고 2013년 재선에 성공한 그는 오는 5월 총선에서 임기 6년의 상원의원에 도전한다. 은퇴경기 대전료로 230억원을 받은 매니 파퀴아오는 ‘복싱으로 번 돈을 저와 제 가족을 위해서만 사용하지 않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쓰고 있다. 무상으로 주거지를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생계수단을 만드는데 사용하고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힘들게 고생하는 이웃들을 도울 수 있는 게 기쁘고 은퇴 후에도 이런 일들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프로 복서이자 필리핀 하원의원인 매니 파퀴아오의 말은 한국의 야구인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왜 한국 야구인중엔 국민들의 따뜻한 격려를 받을 정치인이 배출되지 않는 것일까? 그 대답은 야구인들 스스로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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