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 막다른 골목 김성근감독 진짜 승부수는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6.05.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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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서든 버텨보려다가 최악의 경우 오른 다리 마비가 올 수 있다는 진단을 받고 지난 5일 서울삼성병원에서 긴급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은 한화 이글스 김성근(74) 감독은 사흘 후인 8일 어버이날 한화-kt의 경기를 보고 있었다. 인터넷 중계였다. 잠시 의자에 앉아 경기를 보다가 무리가 왔는지 침대로 옮겨 누워서 지켜봤다. 처음에는 도미니카 공화국 용병 투수 에스밀 로저스가 첫 등판하니 컨디션과 구위를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가 결국 4-7로 패배가 굳어지는 순간까지 보고 화면을 끄라고 했다.

언제 퇴원해 언제쯤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복귀할 수 있는가를 질문하자 “아직은 모르겠다. 그런데 나를 불러주기는 할까?”라며 허탈하게 웃었다. 최악의 상황에서 반등의 기회를 잡았는데 정작 자신의 몸이 견뎌주지 못했다. 김성근감독은 3-5일 SK전, 6-8일 kt 위즈 전까지는 마치고 수술을 받으려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1987년 야구 기자를 시작해 김성근감독을 오랜 기간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 김성근감독의 야구에서 쉬운 승리는 없었고 그는 언제나 최후의 순간까지 진흙탕에서 발버둥치며 온 힘을 기울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엇인가 상황이 다르게 느껴진다. 74세의 ‘노장(老將)’이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야구와 500개씩 펑고를 쳐내던 건강에 모두 위기가 왔고 분위기는 사면초가(四面楚歌)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처지다.

글쓴이는 김성근감독에게 마침내 진짜 승부가 시작됐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야신(野神)’으로 까지 불리던 김성근야구와 야구에 대한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아니면 ‘노장’으로 사라질 것인가?


지난 2014년이다. 일본 기업 후지 필름의 CEO인 고모리 시게타카(77) 회장은 ‘진짜 승부는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 때 시작된다’라고 말했다. 후지 필름이 몰린 막다른 골목은 디지털 카메라의 손 쓸 틈 없는 빠른 보급으로 필름이 필요 없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었다. 회사 이름 자체가 필름을 의미하기까지 했던 미국 기업, 코닥은 2012년 이미 파산 신청을 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런데 일본 도쿄에 본부를 둔 후지 필름은 본업을 포기하고 오히려 더욱 매출이 늘어났다. 일본 기업, 후지 필름의 부활을 이끈 CEO가 고모리 시게타카 회장이다.

흥미로운 것은 자신이 사장으로 취임해 마침내 경쟁사였던 코닥을 제치고 역대 최고의 매출을 기록하며 정상에 올랐을 때 곧 바로 절체절명의 위기가 찾아왔다는 점이다.

한화 이글스와 김성근감독, 그리고 후지 필름과 고모리 시게타카 회장의 위기 상황은 절묘하게 닮아 있다. 한화 구단은 지난 해 김성근감독을 영입해 단숨에 최고 인기 구단이 됐다. (사)한국프로스포츠협회(KPSA, 회장 권오갑)가 주관한 프로야구단 평가에서 단연 일등을 차지했다. 비록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2015시즌은 한화로 시작해 한화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서 올시즌 기대는 더 컸다. FA 정우람 영입, 에스밀 로저스와의 재계약 등으로 우승 후보로 지목됐다.

그러나 시즌이 시작하자 마자 LG에 개막 2연전서 연장전 끝에 패배를 당하면서 곧 바로 위기가 찾아왔다. 팀은 최하위로 처졌고 전력을 가다듬을 만하니까 김성근감독이 수술을 받았다. 김성근감독이 덕아웃을 비우니 한화 특유의 김성근식 야구가 사라졌다. 4-7로 패한 8일 kt전을 예로 들면 4-6으로 뒤진 7회초 송주호와 정근우의 연속 볼넷으로 얻은 무사 1, 2루 상황서 김광수 감독 대행은 좌투수에 좌타자 이용규 타석에서 강공을 선택했고 결과는 병살타였다.

글쓴이의 생각으로는 만약 김성근감독이었다면 보내기 번트를 했을 것으로 확신한다. 김성근감독 야구의 특징은 상대를 ‘압박’하는 것이다.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 주목 받은 축구전술은 ‘수비를 강화하고 치명적인 실점을 막은 뒤 긴 패스로 역습하는 축구’였다. 볼 점유율에 초점을 맞췄던 스페인 등이 몰락하고 기습으로 역습하는 독일이 우승을 차지했다. 막판에 오는 기회를 잡는다는 점에서 김성근감독 야구는 독일 축구와 비슷하다.

후지 필름이 필름이 세상에서 사라졌음에도 재도약의 계기가 된 것은 필름을 만들면서 축적한 기술을 의약품 제조, 화장품 생산 등 다른 사업에 활용한 덕이다. 김성근감독의 야구도 막다른 골목에서 필요하다면 변화해야 발전할 수 있다. 막다른 골목에서 새로운 야구를 들고 나올 수 있을까가 궁금한데 야구의 본질에 충실하는데서 진짜 승부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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